[달콤 쌉쌀 ♡♡♡] 보스의 노골적 취향1
[달콤 쌉쌀 ♡♡♡] 보스의 노골적 취향1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2.04.13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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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만의 천사 / 글 서울숲
보스의 노골적 취향1 / 최제희

그 호텔은 로비가 아름다웠습니다. 널찍하고 천정이 높았지요. 그런 것 말고도, 뭔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호텔 이름은 밝힐 수 없습니다.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됩니다. 로비 한쪽에 작은 무대가 있었습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음악이 울려 나오는 곳입니다.

호텔 주변에 벚꽃이 피어날 땝니다. 저녁 시간, 밤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시간에 좀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얼굴 없는 가수입니다. 얼굴이 없는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뒤돌아서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공연 안내 팻말에는 ‘한 사람만의 천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노래에는 장미꽃 향기가 났습니다.

장미꽃보다 붉은 드레스를 하늘하늘 입고서 노래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은 바라보노라면, 사람을 애타게 만드는 게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연 막바지, 하늘에 닿을 듯 높은 청장에서 그네가 내려옵니다. 그녀는 그곳에 걸터앉아 노래합니다. 그런 뒷모습을 보노라면 그녀는 분명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지상의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천사, 너무나 화사하고 사랑스러워 아찔한 천사였습니다.

‘한 사람만의 천사’의 공연으로 호텔을 찾는 사람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그것은 기꺼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불안했습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만의 천사’가 노래하면, 사람들은 눈짓을 주고받으며 엄지를 치켜올렸습니다. 노래가 최고라는 뜻이겠지요. 아닙니다. 장미꽃 노래 향기에 취한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던 것입니다.

“도대체 누구에요?”

정말 궁금했으니까요. 대답하는 사람은 주위를 쓰윽 둘러보면서, 입에 집게손가락을 댄 뒤, 엄지를 치켜올렸습니다. 호텔 정원에 장미가 필 무렵의 일입니다. 아, 큰일 났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노래까지 잘하는 그녀는 나의 여자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예비 신부였습니다. 그녀가 눈물 흘리면서 나에게 간청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무대에 한 번 서 보고 싶다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좋아. 대신에 얼굴은 공개하지 않기다. 넌 너무 예뻐서 내가 불안하단 말이야.”

여자 친구는 정말로 호텔 로비에서 노래 부를 기회를 얻었습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요. 그런데 손님들이 가수가 누구냐고 물으니까, 호텔 직원은 집게로 입을 가린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손님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엉뚱하게 알아들었습니다. 아하, 그래요? 군인 출신 최고 권력자의 딸이라고요. 일이 그렇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일이 만약에 최고 권력자의 귀에 들어간다면? 목이 몇 개라도 살아남기 어려웠습니다. 나는 여자 친구와 함께 해외로 도망갔습니다. 장미꽃 향기가 나는 노래, 아름다운 미모 때문에 신혼집이 아니라 우리는 지옥으로 갈 뻔했었습니다. 지금은 다 지나간 옛일입니다. 벚꽃 계절이 가고 나면 올해에도 장미의 계절이 오겠지요. 그 호텔 가서 아내랑 커피라도 한잔 마시려 합니다. 

최제희 작가
♤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재밌는 생각으로 행복과 밝은 에너지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 연무장길에서 <티티팩토리>를 열고 활동하고 있음.
♤ titijehee@naver.com

서울숲 작가
○ 글 쓰고 사진 찍는 작가
○ ‘울숲’은 동네 울타리가 되는 숲, 성수동 사람으로 살면서 TBS FM에서 방송하고 다른 방송 TV 리포터를 하고 있음.
○ in.seoulsu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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