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가 간질거리는 당신, 아기장수입니다
겨드랑이가 간질거리는 당신, 아기장수입니다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2.04.26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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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46) 아기장수 바위
아기장수 바위가 있는 산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본 모습. ⓒ서성원 

○ 소재지: 서울시 성동구 한양대학교 정문 입구 오른쪽

아기장수 바위 위치도

행당1동 한양대 정문 근처에 아기장수 바위가 있다는데

언제일까. 성동문화원 홈페이지에 '행당1동 한양대 정문 오른편 숲속'에 아기 장수 바위가 있다고 소개해 놨다. 그곳을 찾아갔다. 숲 바깥에서 보니까 나뭇잎이 무성해서 바위가 보이지 않았다. 나뭇잎이 떨어진 가을날, 다시 가서 볼 수 있었다. 제대로 보려면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숲 바깥, 길에 서서 어렴풋이 보았다. 나무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을 땐 혹시 바위가 사라졌나 싶었다. 요즘의 건설장비로 바위를 없애려면 간단한 일이니까. 바위를 눈으로 확인해서 마음이 놓였다. 나참, 까짓거 바위 그게 뭐라고. 
행당1동 아기장수 바위는 언제쯤부터 그렇게 불렀을까. 대를 이어 살아온 동네 어르신에게 여쭤보면 알 수 있을까. 여쭤볼 어르신을 수소문하는 것부터가 나에겐 난관이다. 

수레와 사람들이 드나들던 고개마을

어쨌거나 옛날 이 동네 모습을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이다. 
아기장수 바위가 있는 동네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곳이었다. 수선전도의 지도를 보자. 차현(車峴)이 있다. 차현이 이곳쯤으로 보인다. 차현의 진짜 동네 이름을 뭘까. '수렛재'쯤 될 것 같다. 아니면 '수레너미'로 불렸을 수도 있겠다. (우리말 땅이름을 물어볼 수 있는 사이트는 어디에 있을까. 국립국어원에서는 못 찾았다. 이럴 때, 동네에서 대대로 살았던 분이 필요한데……. 사람을 만나기 어려우니 이기봉의 '슬픈 우리 땅이름'을 사야겠다.) 
이곳의 풍경을 이랬다. 수많은 수레가 오갔다. 오가는 수레들로 가득 찬 고개, 그 풍경은 장관이었다. 그래서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수렛재'로 불렀을 것이다. 이것이 동네 이름으로 굳어졌을 수도 있다. 이곳에 왜 수레가 많았을까. 강원도, 충청도에서 세곡이 광나루나 뚝섬나루에 도착한다. 세곡이 도성으로 들어가려면 살곶이다리(전관교, 箭串橋)를 건너서 전관원(箭串院)이 있는 동네, 수렛재를 통과했던 것이다. 이렇게 수렛재는 사람과 짐들이 오가는 그런 동네였다. 갓과 도포를 걸친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아니었다. 
내 마음대로 엉뚱하게 상상을 하고 나서, 글쓰기를 끝내려고, '한국 땅이름학회'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원래 고개 이름이 '수리재'였다고 한다. 수리는 꼭대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것이 수렛재로 불렸고 한자로 바꾸니까 차현(車峴)이 되었다고. 그러니까 수선전도를 만들었던 그 시대에는 고개를 그렇게 불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상상은 한자로 된 동네 이름이 불러일으킨 참극이다. 비참하다. 우리 땅이름이 참으로 슬프구나.

세상을 바꿀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랐던 사람들

힘 있는 자들이, 제 배 채우느라 시뻘건 눈으로 날뛰는 시대가 있었다. 백성들은 힘겹다 못해 죽을 지경이었다. 나라에 내야 하는 세금을 감당하기 버겁다. 수레로 짐을 실어나르는 하층민은 농민보다 더 그랬다. 그러자,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하게 된다. 바른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여럿이 뭉쳐서 일어선다. 세금을 깎아달라고 말로 해봤지만 먹혀들지 않게 되자, 죽창을 쥐고 관청으로 몰려간다. 이것을 역사에는 민란으로 적어놨다. 민란은 반란이고 혁명이다. 그런 사람들을 '역적'이라 불렸고, 반란에 가담한 사람들의 최후는 처절한 죽음이었다. 민란은 이렇게 실패만 거듭했다. 
민란은 피에 젖어서 끝났다. 하지만 백성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풀어지지 않은 응어리는 가슴에 남았다. 그렇게 처절한 시대가 끝나고 겉으로는 평화로운 시절이 왔다. 
처진 어깨를 한 수렛재 사람이 바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바위에 자국이 있지 뭔가. 손자국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발자국 같아 보였다. 바위는 늘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맞네, 맞아. 틀림없구먼.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기장수 말곤 없지. 그렇고말고.”
그 뒤, 마을 사람들은 그 바위를 '아기장수 바위'라고 불렀다. 

오늘날 아기장수는 어디에 있을까

아기장수가 또 나타날까. 혹시 우리 곁에 지금도 있는 건 아닐까. 누구일까. 혹시 당신, 겨드랑이 간질간질하지 않나요? 날개가 돋아나려는 겁니다. 겨드랑이가 간지럽다면 당신은 운명으로 받아들일 건가요. 당신은 하늘과 땅에서 활동할 능력을 갖췄어요. 그런데 기득권 세력은 어쨌거나 당신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하겠죠. 내 권위에 도전하는 위험인물이라고 생각되면 다양한 힘으로 견제하겠지요. 무너뜨리려 하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 세상에 나를 존재하게 한 그 무엇(부모님)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하실 건가요? 어느 쪽인가요?

아기장수 바위 설화

옛날 임금과 벼슬아치들이 백성을 종처럼 부리던 시절에 외진 마을 한 농부의 집안에 아기가 태어났다. 아무리 아기 탯줄을 자르려 해도 되지 않자, 억새풀을 베어다가 자르니, 그제서야 잘라졌다고 한다.

태어난 아기는 겨드랑이에 용(龍)의 비늘이 달려있어 천장을 날아다니는 재주를 부렸다. 그 소문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벼슬아치들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영웅이 태어났다는 소문을 들은 임금님은 힘센 장군을 뽑아 우투리를 잡으려고 했다. 우투리는 그 사실을 알고, 숨어버렸고, 어머니에게 콩을 한 말 구해 와 볶아 달라고 해서 갑옷을 지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콩을 볶다가 톡 튀어나온 한 알을 먹었는데, 왼쪽 겨드랑이 날갯죽지 바로 아래를 못 가렸다. 콩으로 갑옷을 해 입은 우투리가 어머니에게, 내가 싸우다 죽거든 좁쌀 석 되, 콩 석 되, 팥 석 되를 같이 묻어 주고, 100일 동안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면 안 된다고 하며, 싸우다 콩 한 알 때문에 갑옷에 틈이 생겨 죽고 말았다. 그래서 우투리 말대로 바위 밑에 좁쌀·콩·팥을 묻어 주었다. 

그런데 백일에서 하루 모자라는 99일째 되는 날, 백성들 사이에서 우투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임금은 화가 나서 군사들을 데리고 가서 우투리 부모님을 죽이려고 하자 바위 밑에 곡식을 묻은 사실을 말해 버리고 말았다. 장수들이 바위를 열려고 아무리 해도 안 되자, 억새풀로 바위를 자르니, 그 속에 소문대로 우투리가 죽지 않고, 콩은 갑옷이 되고, 좁쌀은 군사가 되고, 팥은 말이 되어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위가 열리는 순간, 그 많은 병사들과 우투리가 스르르 눈 녹듯이 녹아서 형체가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출처 성동문화원)

 

아기장수 바위가 있는 곳을 아래쪽에서 바라본 풍경. ⓒ서성원
한양대로 오르는 길은 이렇게 비탈이다. 축대가 필요하다. ⓒ서성원
아기장수 바위가 있는 숲의 일부, 고목을 살리기 위해 줄기를 잘랐나 보다. ⓒ서성원 
숲 바깥에서 찍은 아기장수 바위. ⓒ서성원 
축대를 아기 바위들로 쌓았다. 대학은 아기장수를 길러내야 하는 걸까, 아기장수가 나오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걸까. ⓒ서성원
수선전도(首善全圖)중, 현재 성동구 행당동에 해당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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