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쌀 ♡♡♡ ] 무지개 낚시꾼 / 글 서울숲
[달콤 쌉쌀 ♡♡♡ ] 무지개 낚시꾼 / 글 서울숲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2.04.26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전- 그림 최제희

내가 그 사람을 만났을 때, 그는 지극히 평범했어요. 키도 그렇고 심지어 얼굴까지도요. 하는 일도 그랬구요. 보통 사람들이 다닐법한 그렇고 그런 직장에 나갔으니까요. 그래도 남다른 뭔가를 들추어내야 한다면? 뭐가 있을까. 그래요. 하나가 있었어요. 사진. 그는 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자기 딴에는 열심이었어요. ‘꿈’ 같은 걸 가진 남자였어요. 월급을 쪼개어서 적금 들죠. 목돈이 되면 하나 장만하고, 이렇게들 살잖아요.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나는 그 남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고, 그 남자와 같은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카메라를 메고 나가더라구요. 돌아와서 사진을 인화했습니다. 대학노트 크기로 인화해서 들여다보기도 하더라구요. 그게 다 돈이었어요. 사진 찍으러 나가면 교통비와 밥값이 들었고, 인화하는데도 돈이었죠. 사진은 돈 나가는 일이었어요. 프로 작가면 그렇지 않댔어요. 그는 작가이긴 한데 거기까진 아니었죠. 가장으로서 양심이 있었는지, 자기 스스로 카메라를 놓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날마다, 책상에 납작 엎드려서 낑낑댔습니다. 밖에 나가는 날엔 책 꾸러미를 들고 들어왔어요. 나중엔 헌책방을 돌기도 하더군요. 세월이 갔어요. 그가 쓰는 글이 작은 책에 실리기도 했어요. 푼돈이 들어왔어요.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할 수도 있죠. 그러는 사이, 공모에 당선되어 책을 한 권 냈어요. 상금도 꽤 두툼했죠. 그러자 그는 서울로 직장을 옮겼고 이사를 했지요. 그가 책을 내는 데 서울이 유리했거든요. 그런데 장르가 자기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소설로 바꾸더군요. 이젠 푼돈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그가 이렇게 말했어요. 출근하려니까 흐름이 끊겨 미치겠어. 직장 그만둬야 할까 봐.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죠. 세월이 흘러갔죠. 그는 책과 원고지에 묻혀 살아서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은 내 몫이 되었어요. 같이 여행가는 건 고사하고 그 더운 여름날, 피서 한번 가지 못했어요. 그러면서도 기다려보래요, 베스트 셀러 하나 만들어서 지금까지 고생을 보상해 준다는, 그런 것. 세상이 확 바뀌었죠. 영상 시대가 왔어요. 티비 드라마, 재밌죠. 영화는요. 끝내주죠. 따분하게 누가 소설은 읽어요. 인터넷 세상이 되었죠. 유튜브에 영상이 넘쳐나죠.

나중에 알았어요. 꼬맹이 시절에 그는, 산골 마을에서는 볼 게 없었대요. 하늘을 지나는 비행기만 보였대요. 비행사가 되고 싶었대요. 산골을 벗어나려면 날개가 필요했죠. 성인이 되어서 그는 도시로 나왔죠. 하지만 몸은 산골과 다름없는 현실에 묶여 있어야 했지요. 그래서이겠죠. 그는 아직도 무지개를 잡으려는 꼬맹이로 살면서 낚싯대를 놓지 못하고 있어요. (9매)

최제희 작가
♤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재밌는 생각으로 행복과 밝은 에너지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 연무장길에서 <티티팩토리>를 열고 활동하고 있음. ♤ titijehee@naver.com

서울숲 작가
○ 글 쓰고 사진 찍는 작가 ○ ‘울숲’은 동네 울타리가 되는 숲, 성수동 사람으로 살면서 TBS FM에서 방송하고 다른 방송 TV 리포터를 하고 있음. ○ in.seoulsup@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