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성광일보
  • 승인 2022.04.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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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수필가,
성동문인협회 회장
이규석

길을 걷다가 가끔 볼 수 있는 장면인데 오늘은 유심히 보게 되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비둘기를 가리키며 어머니 손을 당기는 모습이 눈을 뗄 수 없게 해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둘기에게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꼬무락거리며 아는 체를 하는 아이에게 어머니가 비둘기라고 이름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는 이름에는 관심이 없고 모이를 쪼며 움직이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듯했다. 이름을 듣고 따라하기에는 아직 어렸다. 

아이는 바지 입은 어머니의 다리보다도 키가 작아 보였다. 추운 날씨였으면 안고 가야 할 정도로 어린아이는 어머니가 이름을 부르며 가자고 하니 '싫어'라는 말을 하였고 어머니가 손을 이끄니 끌려가면서도 비둘기를 향해 '빠이빠이'하며 손을 흔들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즐겁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아침에 일어나 마루에 앉아 있는데 마당 가에 있는 나무 위에 까치가 와서 울고 있으니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새냐?' 아들 '까치예요' 그런데 점심 먹고 따뜻한 햇볕 아래 앉아 있는데 또 새가 울고 있었다. 아버지가 '저게 무슨 새냐?' 아들 '까치라고 했잖아요' 저녁나절 바쁘게 텃밭과 둘레를 정리하는데 아들에게 아버지가 '저게 무슨 새냐?' 못 알아들었는지 대답 없는 아들에게 다시 큰 목소리로 '저게 무슨 새냐?' 아들 '저 바빠요. 까치라고요. 까치! 몇 번 말씀드려야 해요.' 

저녁노을이 지는 마당 가에 홀로 앉은 아버지 '나는 너에게 저 새 이름을 열 번도 더 며칠간이나 말해주었다. 그것도 네가 귀엽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런데 너는 겨우 세 번 말해주며 화를 내냐.' 듣거나 말거나 말을 끝내고 초점 없는 눈으로 아득히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주름진 파리한 아버지 얼굴은 빨갛게 물든 저녁노을에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아이 때는 수없이 부모에게 말과 밥 먹는 법을 배워서 말을 하고 밥을 먹는다. 물론 아이 스스로 일어나 걷는 법을 터득하기까지 몇천 번을 넘어져야 한다. 부모는 노인이 되고 아이가 부모가 되면 노인은 많은 경우 자식에게 기대게 된다. 과거에 그래 왔고 지금은 경우가 다양하지만 그런 경향이 다소 남아 있다.

아이는 커가면서 배움의 길에 들어서고 벌이를 하며 일생을 사는 동안은 그 배움에 끝이 없게 된다. 일찍이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않은가(學而時習之 不亦悅乎)'는 공자의 제자들이 쓴 '공자'에서 제일 먼저 언급한 구절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 글을 배울 때는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만 느꼈다. 살아가면서 배우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것은 사실을 넘어 진실임을 알고 나는 열심히 배우려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배우고 깨달음에 희열(喜悅)을 느끼지는 못했다. 이따금 역시 알아야 하는구나, 배우기를 잘했네 하는 느낌을 자주 느껴 계속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기는 했다. 사람들은 생활이 안정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는 배우기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다행히 벌이 개념이 아닌 취미 차원으로 또는 먹고 사는 문제로 못했던 것을 여유가 생기면서 젊어서부터 생각한 일을 배우는 등 다른 유의 배움을 이어간다. 배움이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배움에 대한 명언은 참으로 많은데 내 마음에 닿는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혼돈에 든다. (공자)
-배우지 않으면 곧 늙고 쇠한다. (주자)
-배우고자 해도 틈이 없다는 사람은 비록 틈이 있어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회남자)
-옥을 갈지 않으면 그릇을 만들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모른다. (이율곡)
-배움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이다.-중략-언어에서부터 그릇됨을 깨달아야 한다. (정약용)
-무엇을 배우는데 정해진 시간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살아있는 동안 계속 사는 법을 배워라. (세네카)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미켈란젤로)
-조금 알기 위해서 많이 배워야 한다. (몽테스키외)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오히려 인간에게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라 로슈코프)
-세상은 배운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행복하다. (잠언)

70세인 플라시도 도밍고는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 하니 '쉬면 늙는다.'라고 했다. 한결같은 열정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삶의 기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변화에서 회자하는 말은 가상세계, 인공지능, 로봇이다. 특히 과학기술 시대라는 20세기도 그러하기는 했지만, 21세기가 되니 과학기술이 철학, 인문학과 물리적으로 섞이고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와 물질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끝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선 눈앞에 있는 컴퓨터, 핸드폰, 가전 기구를 다루려면 배우지 않고는 안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는 가상현실을 올려서 운영하는 메타버스를 이용한 생활 혁신에 적응하지 못하면 존재하기조차 버거워져 갈 것이 아닌가 두렵다. 

메타버스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mented Reality),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보강하면 어찌 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그런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강화된 로봇이 사람 대신 운영하게 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모르니 배움에는 끝이 없게 된다. 모두가 전문가일 수는 없지만, 자신이 현재 생활에 필요한 만큼은 사용할 수는 있도록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세상에 학습해 가는 사람과 정체된 사람과의 경제적 격차 특히 문화적 격차는 과거의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격차와는 다른 결코 넘나들 수 없는 삶의 경계가 생길지도 모른다.

비록 세상이 제4차 산업혁명에서 제5차, 제6차로 변하더라도 평생 배우려는 정신만은 변함없이 살아있는 사람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무한한 지식 중에서 알고 있는 것은 사하라 사막에 모래알 하나 정도를 안다고 할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는 과학자들의 생각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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