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다리와 닭 날개
닭 다리와 닭 날개
  • 성광일보
  • 승인 2022.05.0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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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

자신이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이 아주 질색하고 싫어한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나의 착각일까 너의 오해일까. 딱 한 번만이라도 나에게 물어보았으면, 딱 한 번만이라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너에게 말해주었다면 착각과 오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입은 화를 낼 때만 쓰는 물건이 아니다. 소통의 도구인 것이다.

육지에서 축산업을 하는 사람과 바다에서 양식업을 하는 사람이 사돈을 맺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서로 이바지 답바지 음식을 나누었다. 축산업 하는 사람은 평소 생선이 귀한 음식이었기에 값비싼 전복과 생선을, 양식업을 하는 사람은 소고기가 귀한 음식이었기에 1등급 한우와 송이버섯을 준비했다. 귀함과 흔함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일이 같은 소와 사자는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그들은 생일이 돌아오자 돈독한 우정을 확인하려 생일 선물을 교환했다. 소는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풀 중에서 가장 맛있는 풀을, 사자는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고기를 준비했다. 먹을 수 없는 선물 앞에서 후회하고 있을까?

어느 부부가 오랜만에 함께 외식을 나갔다. 치킨을 주문한 후 남편은 자신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닭 다리를 부인에게 먼저 건네주고 자신은 닭 날개를 먹었다. 부인은 닭 날개를 먹고 싶은데 남편이 주지 않아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도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건네주었다고 생각하면서 부인이 서운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서로 화난 얼굴을 바라보면서 벌컥벌컥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아이를 둔 아빠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아빠는 거금을 들여 최신형 디지털 피아노 한 대를 사 들고 집에 와서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그때 아이가 하는 말 ‘그랜드 피아노의 음질보다 한참 떨어져요, 아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세요’라고 했다. ‘내 자식이어도 그렇지 서운한 생각이 울컥 치솟아 정말 머리통을 한 대 쥐어 박고 싶었다’ 한다. 기뻐할 줄 알았는데 망신만 샀다는 생각에 담배 한 대 꺼내 피우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빠의 주고 싶은 마음과 자식의 받고 싶은 마음은 그렇게 다르다.

내가 좋아하면 다른 사람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고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다만, 그런 생각의 골이 깊어지고 단단하게 굳어졌을 때가 문제다. 나의 행위는 언제나 정당한 것이고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정당한 행위에 반하는 반응이 나타나면, 이것은 나에 대한 도전이고 나를 나쁘게 평가하는 것이라는 나쁜 생각에 갇히게 된다.

나는 이 상품을 사고 싶은데 장사꾼은 저 상품을 팔려고 한다. 사려는 사람은 조금이나마 싸게 사려고 그 가게에서 가장 비싼 제품을 들고서 없는 흠도 찾아내려 한다. 팔려는 사람은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제품을 들고서 눈에 보이는 흠도 핫한 패션이라 우긴다. 깎아달라고 하면 깎아줄 것인가, 깎아주면 정말 살 것인가? 스무고개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 가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른 만큼 마음도 정답도 그만큼 다르다. 순간순간 내 속마음은 감추고 상대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싫어하는 줄 알면서 왜 자꾸 주는 거야’ 하고 다투는 사람도 흔하다. 주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기에 상대도 싫어하지 않을 거라 믿고 계속 주는 것은 아닐까? 다만 상대가 좋아하는지 묻지 않았을 뿐이다. 기분이 나쁘면 입으로 화는 낼 줄 알지만, 무엇을 좋아한다는 말은 왜 할 줄 모른단 말인가. 입이 게으르면 배도 고프고 마음도 고생한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나만의 세계관은 하나이기에 매우 좁고 작다. 그러나 우리라는 세계관은 참가자 수만큼 커지고 늘어난다. 단순한 더하기가 아닌 제곱 승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서는 굴릴 수 없는 동그란 공인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옹고집에 빠져있다면 그 옹벽(擁壁)의 높이가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스스로 장막을 거두기 전까지는 그 안에 갇혀 있는 세계가 얼마나 비좁고 어두운 세상인지 잘 모를 것이다. 요즘 돌아가는 시국이 잘 말해주고 있다. 순수한 국민은 ‘닭 다리를 먹고 싶다’하는데 권력에 갇힌 정치인은 ‘닭 날개가 더 맛이 있다’라고 떠들고 있다. 입은 있어 말은 하는데 엉뚱한 답만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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