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47) 안정사(安定寺)와 성동구 향토유적 2호
[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47) 안정사(安定寺)와 성동구 향토유적 2호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2.05.1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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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언론이 관심 두지 않는 안정사,
왕십리를 떠나야 했던 전후 사정을 기록으로 남긴 성동신문
안정사 터에 남은 향토유적 2호 위치도

○소재지: 서울시 성동구 무학봉길 35 (왕십리 KCC 스위첸아파트 뒤편 암벽)

2022년 5월 6일 오전에 안정사 터를 찾아갔다. 안정사 터라기보다 향토유적 2호를 찾아갔었다. 암벽과 암벽에 있는 마애불(磨崖佛)과 명문(銘文) 약사불(藥師佛)을 보기 위해서다. 길을 살짝 잘못 들어서 암벽 뒤편 언덕에 올라갔었다. 애기똥풀꽃이 지천으로 피어있었고, 하얀 아카시아꽃의 달콤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 왔다. 

2010년 6월 29일에 암벽을 포함해서 세 가지 문화재를 성동구 향토유적 2호로 지정했다. 1번 마애불, 2번 명문, 3번 약사불의 위치. ⓒ서성원 

사라진 안정사를 찾다가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걸 깨닫다  

안정사(청련사) 얘기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에부터 들었다. 절이 사라져서 안타깝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말들이었다. 그렇다면 절을 왜 사라졌을까? 종교 시설은 제자리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사연이 많다는 얘기다.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2009년 경향신문에 안정사와 문화재 기사가 실렸다. '재개발 철거 고찰에 '마애불'…고미술 문화유산 사라질 위기'. 내용은 간단한 편이었다.
그러는 중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성동신문사 이원주 대표이다. 왕십리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옛날의 안정사를 알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안정사에 갔었던 일과 그때 남겨둔 사진이 있으면 혹시 제공해줄 수 있느냐고 알아봤다. 그랬더니 자료가 있다면서 PDF 파일을 보내왔다. 2007년 6월 1일부터 2011년 5월 11일까지 성동신문에 실린 여러 건의 기사였다. (이때는 성동신문이 인터넷으로 기사를 제공하지 않아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허허 참,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눈으로 쉽게 알아볼 정도의 어둠이다. 나는 그런 면에서 아직도 너무 부족하다. 어쨌거나 안정사가 서울 외곽으로 옮겨가게 된 배경과 과정의 기록을 남긴 것은 성동신문 이원주 대표의 업적(?)이다. 성동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성동구를 떠나야 했던 안정사를 생각해본다.

2007년 8월 31일자 성동신문. '아파트 부지 중 일부 건물은 철거중이다'라는 설명이 있다.

소유권을 둘러싼 다툼 중에 아파트 건설 부지로 팔린 안정사터 

안정사가 누구의 소유로 봐야 하는가. 결과적으로 그런 문제가 있었다. 불교는 여러 종단이 있다. 일반인이 많이 알고 있는 조계종이 있다. 그 외에 태고종이란 종파도 있다. 조계종과 태고종 간의 소유권 분쟁이 있었다. 분쟁은 정치와 관계가 있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 태고종을 불교 종단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태고종은 법적으로 소유권 행사에 제약이 따랐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태고종이 법적인 지위를 회복했다고 한다. 이런 분쟁이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 중에 건설업 회사가 끼어든다. 그곳을 매입해서 아파트를 지으려 했던 것이다. 
토지거래 허가 구역이었는데, 당시 성동구청이 거래를 허가했다. 이를 두고 당시 말이 많았다. 그리고 안정사를 철거하는 과정에 마애불과 약사불이 발견된 것이다. 
이에 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안정사는 왕십리에서 경기도 장흥으로 떠나가고 말았다. (이 내용은 너무 길어서 다음 기회에 따로 다룰까 합니다.)

성동구 주민에게 안정사는 무엇이었을까

기록에 의하면 안정사는 신라 흥덕왕 2년(827년)에 창건했다고 한다. 역사가 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조선의 수도를 건설하는 과정에 관여한 무학과도 인연이 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성동구는 태조 이성계, 무학과 인연이 닿아 있다. 일부 얘기는 설화로 전해 내려 오지만 말이다. 이전하기 전, 안정사 경내에 무학과 관련된 내용을 안내하는 설치물이 있었다고 한다. 안정사는 왕십리 나아가 성동구에서 의미가 있는 절이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김상옥 의사가 안정사에서 피신한 일이 있다고 한다. 

마애불이다. 크기가 참 소박하다. 3번 사진에서 보듯이 작은 편이다. 하지만 크기가 작다고 가치가 적은 것은 아닐 터. 간 신앙과 결합된 형태라는데, 근접 촬영한 사진을 보면 마애불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서성원

성동의 문화 유적, 관심 있는 분이 있다면 같이 답사하고 싶어

'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는 어떤 순서로 연재를 하고 있을까. 혹시 궁금한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취재하고, 자료를 찾아 저장하기, 이런 과정으로 거쳐서 한편의 글을 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연재 순서를 정해놨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번거로워서 그렇다. 원래 계획은 안정사 터 향토유적 2호가 아니었다. 그런데 성동구와 성동문화원이 공동으로 성동문화관광해설사 양성 과정을 열었다. 거기에 내가 강의를 맡게 되었다. 문화관광을 해설해야 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뭘지, 체크해 봤다. 그래서 안정사터와 향토유적을 선택했다. 

이제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다. 연재하면서 좀 외로웠다.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말고, 주민 중에 성동의 문화와 역사, 문화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곤 했었다. 이번 경우만 해도 혼자서 안정사가 있었던 곳, 암벽을 찾아 나섰다. 
성동의 문화 유적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몇 사람이라도 답사 모임 같은 것을 만들면 좋겠다. 문화관광 해설사분들이라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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