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우난득주 득주난득우(得友難得酒 得酒難得友)
득우난득주 득주난득우(得友難得酒 得酒難得友)
  • 성광일보
  • 승인 2022.05.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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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

날 것들이 파닥파닥 반란을 꿈꾸는 모둠회 한 접시, 갖은 재료를 지지고 볶고 다져서 기름에 튀겨낸 모둠전 한 상, 한 종류의 생선이나 한가지 재료의 전(煎)이 아니다. 여러 종류가 섞인 것이다. 그 속에는 내 입맛에 딱 맞는 맛있는 전도 있고, 손도 대기 싫은 횟감도 있을 수 있다. 흔히 천사와 악마는 동거하고, 천국과 지옥도 한 길로 통하고, 행복과 불행도 연리지처럼 붙어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착한 사람들만 모여서 살 수 없고 다양한 사람이 이웃이 되어 모듬살이나 더불어 살이를 하는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한 데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 동네에서 같은 목적이나 취지를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과는 더 자주 만나 어울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벗의 관계가 이루어진다. ‘벗을 삼다’, ‘벗하다’, ‘벗을 트다’라는 말은 사람들의 만남에서 서로 허물없이 친하게 사귀고, 정답게 지내는 사이를 일컫는다. 한자인 ‘友’는 왼손을 나타내는 ‘手’자와 오른손을 나타내는 ‘又’자를 어우른 글자로, 손을 마주 잡고 서로 도우며 더불어 친하게 지낸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벗의 관계를 맺은 사람들도 공동체를 이루며 모듬살이와 더불어 살이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원광(圓光)의 ‘세속오계’ 중에는 ‘믿음으로써 벗을 사귀어야 한다(交友以信)’라는 조항이 있고, ‘삼강오륜’ 중에는 ‘벗의 도리는 믿음에 있다(朋友有信)’라는 구절도 있다. 믿음이 벗을 사귐에 있어 첫 번째 덕목임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 ‘서로가 책선(責善)을 다하는 것’, ‘정의(情誼)가 도타워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덕목을 이룬다. 이이(李珥)는 『격몽요결(擊蒙要訣)』의 접인장(接人章)에서 ‘무릇 사람을 대하는 데는 마땅히 화평하고 공경하기를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웃을 사귐에도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이다.

『논어』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유익한 벗 익자삼우(益者三友)로 정직한 사람(友直), 성실한 사람(友諒), 견문이 많은 사람(友多聞)을 들었고, 해가 되는 벗 손자삼우(損者三友)로 편벽된 사람(友便侫), 남의 비위만을 맞추어 주는 사람(友善柔), 말만 잘 둘러대고 실속이 없는 사람(友便羨)이라 하였다. 세상을 살면서 오로지 득이 되는 친구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끼치는 친구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그것은 소금일 수 없고, 그저 모래알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인품을 잃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다. 그러면 금수(禽獸)만도 못하게 된다. 친구라는 사람이 그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벗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 술 사주고 밥 사줄 때는 친하다는 사람이 천 명이 넘는데, 위급하고 어려움에 빠지면 친하다는 사람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다)(명심보감)’는 경구도 있다. 어려울 때 돕지 않는다면 그들은 참 벗이 아니다.

『공과격 功過格』에서는 벗 사이에 공이 되는 일과 허물이 되는 일을 예로 들었다. 공이 되는 일에는 ‘어진 벗을 친근히 하면 하루에 일공이요, 벗의 허물을 보고 충성된 말로 고하고 착한 일로 인도하면 십공이요, 빈천(貧賤)하였을 때의 벗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삼십공이요, 벗이 그 아내나 아들이 부탁한 것을 저버리지 않으면 오십공’이라 하였다. 허물이 되는 일로는 ‘벗이 그 아내와 아들이 부탁한 것을 저버리면 오십과요, 죽은 벗과 비천하였을 때의 벗을 저버리면 오십과요, 벗과 실없는 말로 시시덕거리며 부모 처자를 들먹이면 삼과’라 하였다. 매일의 공과(功過)를 계산하여 공이 많으면 복이 있을 것이고, 과가 많으면 재앙이 있을 거라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개념이 강하지만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명씨의 시조에 ‘마음이 지척이면 천 리라도 지척이오/마음이 천 리오면 지척도 천 리로다/우리는 각재천리(各在千里)오나 지척인가 하노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득우(得友)면 난득주(難得酒)요 득주(得酒)면 난득우(難得友)라/금석하석(今夕何夕)고 유주유우(有酒有友)로다’라는 싯구도 보인다. 보고 싶은 벗이 있다면 즐거운 일이다. 그리워지는 벗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생각이 나고 아롱거리는 벗이 있다면 아직은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득주득우(得酒得友)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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