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세트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트루먼
[독자기고] 세트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트루먼
  • 성광일보
  • 승인 2022.05.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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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 동국대학교 글로벌어문학부 영어영문학전공 3학년
이채현

영화 <트루먼 쇼>는 우리의 삶과 비슷한 영화이다. 주인공 트루먼은 하루 24시간 생방송 되는 TV 쇼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삶이 방영되고 있지만 자신은 모르고 있다. 트루먼 주변의 가족, 부모님, 직장 동료, 심지어 길거리 사람들 모두 감독(크리스토퍼)이 정해준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다. 그런 트루먼이 세상을 점점 의심하기 시작하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틀에 갇힌 작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트루먼 쇼 시청자들은 트루먼의 사생활을 탐닉하며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는 모순된 사람들이다. 트루먼에게 남은 것은 통제와 감시뿐이다.

우리는 트루먼과 비슷하다. 우리의 일상은 많은 CCTV를 통해 감시당하고 있다. 길거리, 마트, 지하철, 집 앞까지 CCTV가 없는 곳이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감시당하고 있음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CCTV가 없는 곳에는 치안이 안 좋은 곳으로 생각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행정 안전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0년 CCTV 개수가 130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2020년 KBS 뉴스 기사를 보면 감시 사회 세태를 회피할 수 없는 시류로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무인 감시카메라(CCTV)에 찍히는 횟수가 83.1회이다. 차량 블랙박스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정부나 기업에서는 우리도 모르게 수많은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파놉티콘(Panopticon) 안에 살아가고 있으며 프라이버시를 기대할 수 없다. 즉, SNS, 인터넷, 정부 기관에 의해 알게 모르게 트루먼 쇼가 벌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처럼 본인이 어쩔 수 없이 감시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트루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유튜브에는 ‘대학생 일상 브이로그’, ‘자취 브이로그’ 등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브이로그 중간에 뜬금없이 일상생활 용품 광고를 넣기도 한다. 인플루언서들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일상생활을 공유하면서 옷과 화장품 광고를 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밥 먹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 심지어 이동하는 순간순간을 유튜브나 SNS를 통해 생중계하는 모습과 광고하는 제품을 노출 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출하려는 모습이 트루먼 쇼와 다를 바 없다.

수익을 얻기 위해 트루먼을 자처하는 인플루언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트루먼이길 자처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맛집이나 ‘갬성 카페’를 찾아간 후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반복이 되다 보니 나중에는 습관처럼 어디를 가든 사진부터 찍는 자신을 발견했다. 스스로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올리는 것이 트루먼 쇼에 들어가 자신의 프라이버시와 팔로워를 교환하여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하나의 트루먼이 되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현재의 감시는 우리에게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카메라와 소셜 미디어의 기술 발전이 계속되는 한 감시 사회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모순된 점은 영화에서 트루먼은 쇼에서 나오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쇼 안으로 들어가서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트루먼을 자처하는 한 언트루먼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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