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이 만난사람] 송정동을 닮은 사람 문미자 대표
[원동업이 만난사람] 송정동을 닮은 사람 문미자 대표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2.05.25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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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만 그리는 도시재생? 송정동에선 활동! 사업! 마을!
“제방 벚꽃과 장미로 몽실몽실 송정동 수제고체비누 만들죠!”
송정동 재활용정거장 10호에서, 송정동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관리사 분들과 함께.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이런 재활용 시스템은 마을을 바꾸는 중핵이다.

송정동은 굽은 동네다. 중랑천은 청계천을 만나기전에 용답동과 송정동 사이에서 굽이를 트는 데 그 천을 품은 동네다. 동쪽은 동일로가 길게 뻗으면서 광진구와 경계를 이루고, 남으로는 광나루로를 두고 성수동과 나뉜다. 서쪽에 주거지와 중랑천 건너 넓은 공공부지가 펼쳐지고 북쪽으로 이어진 뾰족한 영토를 송정제방이 차지하고 있다. 거기 제방서 봄이면 벚꽃이 여름에는 장미가 가을에는 단풍이 진다. 달리기를 하고 걷기를 하는 많은 이들이 있고, 제방아래 토끼굴을 지나 내려가면 중랑천에 자전거가 달린다. 노을이 지는 때, 굽은 물이 서편으로 흐르며 만드는 풍경은 성동8경(을 선정한다면)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송정동 사람 문미자 대표를 만난 건 지난 3월 여의도에서였다. 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5060점프업 창업3기 과정에 동네(성동) 사람이 참여해 반가웠다. 그의 아이템은 '송정동 비누'였다.  송정동 제방서 피는 벚꽃, 장미꽃, 환삼덩쿨 같은 것을 기반한 제품. 우리의 창업과정 주제가 '도시재생'이었지만, '우리동네 사람들이, 우리동네서 난 것을 가지고, 우리동네를 지속해서 키워갈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3개월여 수업과정을 마쳐가는 5월, 몽실몽실 송정고체비누 문미자 대표를 송정동 초입 카페 무경계에서 만났다.     

골목에서 문미자 대표. 더위가 절정이면, 이곳 벽에서 안개분수가 나올 계획이다. 바닥도 벽돌블럭으로 바뀌었다.

큰 재난에 발벗고 나선 이들과 함께 비누로 나눔

Q: 문미자 대표님에 대한 창업팀 사람들의 기대가 대단하더라. 이미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계시다는 점, 동네 자원을 활용한다는 점, 환경 생태 메시지가 분명한 사업을 지속한다는 점 등이 놀랍다는 평가다. 
A: “우리는 동네에서, 구에서 오랜 동안 관련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사)마을넷동네가 주최한 성동환경기지개(기후지킴이개시) 행사도 함께 치렀고, 전국도시재생박람회 때도 참여했다. 기반이 되는 이들은 자율방재단이다. 재난시에 동네를 지키도록 조직돼 있던 분들인데, 코로나 시국에서 역할이 커졌다. 이분들과 동네 돌며 폐식용유를 모아 비누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비누 1,500개를 경찰, 환경미화원분들, 마을가게 이런 데 다 돌렸다.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분들, 주민자치회에서 함께 했던 이웃들..., 이런 송정 사람들이 같이 늘 참여해준다. 우리가 여럿이 늘 함께 가니까 핫한 팀이지.(웃음) 늘 불러주시고 찾아주신다.”

Q: 송정동에서 도시재생이 진행되는 줄은 알고 있었다. 어떤 일들이 진행되어 왔었나? 마을마다 현안들이 다르니까. 
A: 송정동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은 마중물 사업비 100억에 연계사업비가 연계 투입된 큰 규모의 사업이다. 벌써 어린이 상상마당이 조성됐고, 세대가 함께하는 플랫폼 공간 조성 다양한 형태의 공공 외부공간도 함께 세워질 것이다. 동네에 적용되는 디자인의 기준은 개성있고 재미난 기능을 가진 건축물들이 동네를 채우도록 해서 이미 변화를 느낄 수 있으실 거다.
마을을 들어오는 큰 길가 간판들을 모두 새로 바꾸는 작업들이 벌어졌다. 많은 주민들이 대단히 흡족해 하신 사업이다. 그 외 동네도 많이 달라졌다.”

Q: 성동구에서는 올해 10억 규모의 ESG공모사업을 모집했었다. 송정동 팀은 여기에는 참여를 하지 않지만 송정동의 재활용정거장은 큰 이슈가 됐었다.
A: “쓰레기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문제였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원이 없다는 분들도 많았다. 송정동은 저층 주거지가 많고, 아파트처럼 잘 관리되지 않는다. 재활용정거장은 재활용품을 모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집 앞서부터 시작했다. 주민자치회 감사님과 또 한분이 나섰다. 성수동 3곳과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해서 성과를 냈다. 여기서 재활용관리사들이 나와 있으면서 주민들에게 재활용 방법도 홍보하고, 지속적으로 동네 관리도 한다. 마을이 깨끗하게 바뀌면서 이제는 15곳에서 진행한다.”

송정동 길가 가게들의 간판이 산뜻하게 바뀌었다

재활용정거장, 송정비누 등 마을 바꾸는 일에 진심

송정동재활용정거장은 자리를 잡았다. 처음 주3회를 진행하다 이제는 틀이 잡혀 주2회 진행한다. 관리소마다 동네 주민 2명이 함께 역할을 맡아한다. 퇴근하는 이들의 시간까지 고려해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앞뒤로 30여분의 준비와 정리 시간에 대한 세심한 보상까지를 포함해 시간당 1만원의 수익도 돌아온다.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주민이 직접 어떤 일을 진행하는지 알게되어 참여가 점차 높아졌다. 덩달아 동네 쓰레기의 무단투기 같은 문제나 종량제 쓰레기봉투 등도 질서를 잡아가는 중이다.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재개발을 기다리며 한정없이 낡아만 가던 동네는 차츰 환골탈태를 해갔다. 

Q: 송정제방은 최근 10여년 사이 크게 변화했다. 꽃들과 나무는 더 많아졌고,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분리됐고, 더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성수동에 서울숲이 있다면, 송정동엔 송정제방길이 그런 자랑이겠구나 싶다. 
A: “중랑천까지 있는 길이어서 그럴 가능성이 높았지만, 처음부터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전거가 쌩쌩 달려서 주민들이나 아이들 사고위험도 언제나 있었다. 동네를 살펴 민원을 넣어서 과장님들이 나와 보시도록 하니까, 그때부터는 바뀌었다. 자전거길을 도보산책길과 분리하고 관리한다. 지금도 우리가 스무 명씩 나가서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세요' 캠페인을 한다. 앞에서 뒤에서 계속 말하니까, 아무리 강심장 아저씨라도 내리지. 지구대 경찰관들과 함께 하면 효과가 더욱 좋고.”

한 4~5년쯤의 송정동은 시간을 거슬러 오른 동네같았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큰 길가 가게들은 남루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소박하지만 핫한, 가족들이 함께 찾아가 걷기에 재미날듯한' 거리로 변했다. 그때 골목길이 무채색이었다면, 지금은 산뜻한 보도블럭이 깔렸다. 한여름 더위 경보가 발령되면 집들에서는 미스트 분수가 뿜어져 나올 준비를 갖췄다. 어둡고 인적 드물었던 골목에 조명이 밝혀졌고, 집들마다 주소가 붙어 찾아가기도 편안하다. 4층을 채 넘지 않는 건물들은 저마다 특색을 갖고 세워지고 단장돼 있다. 마을 초입서 멀지않은 곳에 지어진 '검고 세련된 유리·벽돌건물'은 송정동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알려주는 시금석 같은 느낌이었다. 
  

몽실몽실 송정동고체비누를 만들고 있는 과정. 제방서 채취한 벚꽃 등 식물에 마을서 수집한 폐기름을 사용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이들은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봉사, 활동 그리고 창업까지, 사람의 모습을 한 마을 송정동 

Q: 개성있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걷기에 좋은 골목길이 되고, 상가거리가 발달하고 있다. 재개발의 목소리는 없나?
A: “사실 이곳은 재개발 목소리가 일찍부터 있었다. 서울서 '두 번째로 큰 단지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있었고. 나도 재개발조합 이사로 참여했었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또 안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도시재생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에 시장이 바뀌면서 개개발 추진 움직임이 있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재개발 아닌 재생으로 결론이 났다. 나는 그 사이에서 반대도 찬성도 표시를 않았다. 주민자치회 대표부를 맡고 있으니까. 5년여 도시재생이 곧 마무리되는데,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주민을 위한 것일까 하는 고민이 여전하다. 내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주민들이 여기서 오래 일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Q: 여느 곳 도시재생사업지에서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과 지속가능한 주민모임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송정동에서는 어떨까?
A: “주인이 없고, 그러니 책임감이 떨어지고, 공공도 임기가 바뀌면 내용이 달라지는 게 현실이다. 도시재생사업 종료후 지역에 남는 조직의 경우도 아이템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기술이나 행정 인력도 부족하다. 우리는 젊은 세대로 역할들을 계속 넘기고 있다. 이전 세대는 최대한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려고 한다. 비누로 아이템을 가지려는 건, 이게 계속 소비되는 제품이고, 우리가 지속 생산가능한 물건이니까….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 교육과 돌봄, 강의나 커피 등에 관심이 많고, 우리는 다른 데, 서로 시너지를 낼 수도 있겠지. 도지재생센터에서도 관심을 갖고 돕고 있다. 김소영 코디에게 고맙고. 우리들이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이지? 그게 여전히 화두다.”

진도서 태어난 문미자 대표는 남농 허건 선생의 마을 운림산방 근처서 자랐다. 나주 밀양박씨 5대종손의 맏며느리가 되면서 대학을 중퇴(그 시절엔 그런 일들이 잦았다)한 뒤, 많은 가솔들을 거느리며, 더 많은 경우 그들을 섬기며, 세월을 났다. 송정동에 옮겨온 것이 어느덧 40여년 전. 늦깎이 공부에 대한 열망을 푸느라 방송통신대에서 행정, 가정, 교육과 영문학을 공부했고 졸업(여긴 졸업이 매우 어려운 곳으로 악명이 높다)했다.

지금 그에게는 마을일과 마을사람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문미자 당신과 함께면 같이 가고,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그만이지!”하는 많은 이들을 하드캐리하며, 예까지 왔다. 
봉사는 활동과 사업과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일과 사람'을 붙잡고 혹은 붙잡혀 있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번 50플러스 창업과정에도 그들과 함께 문을 두드리지 않았는가!

원동업

“남편이 폐이식을 했어요. 죽을 고비를 넘길 때, 기도했어요. '살려주어서 감사하다'고 봉사를 시작했어요. 쑥뜸을 떠주는 봉사도 오래하고, 봉사 1천시간 은장도 받고, 송정동 통장도 하고. 오랜 동안 일하고 쉬고 있는데 어느날 당시 김종선 동장님[현 성동도시관리공단 이사장]이 도시재생 일을 해보라 끌어들인 거에요. 할까말까 하는데, 조계사 보살님이 내게 그래요. '불공을 절에서 쌓지 말고, 자신에게 손내미는 곳서 일하라고. 그게 덕'이라고.”

BTS 방탄소년단은 '피, 땀, 눈물'을 이야기했는데, 여기 송정동 사람들은 '봉사, 활동, 창업'을 하고 있었다. 문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송정동 골목을 걸었다. 거기 그의 흔적들이, 모습들이, 겹쳐보였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하는데, 개인의 삶은 마을로 옮겨온다. 아니, 다시 말해야한다. 마을은 그곳을 사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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