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찻잔에 쏟아지는 햇살
[단편소설] 찻잔에 쏟아지는 햇살
  • 성광일보
  • 승인 2022.05.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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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태 작가

아침의 첫 햇살이 17층 아파트의 하얀 벽에 깔렸다.
거기서 이제 막 반사된 햇살이 잠자리 날개 같이 펼쳐진 분홍색 커텐 사이로 번져든다.
그럴 때 민준호는 그 잠자리 날개 같은 커텐을 옆으로 밀어 붙이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갖다 주는 찻잔을 받아 차를 마신다.
찻잔에는 아지랑이 같은 김이 피어오르고 그 김을 비집고 햇살이 쏟아져 든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은 미세한 눈물방울로 변해 준호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그러나 곧 이어 포근한 햇살이 아픈 서러움과 아린 상처를  감사며 부비고 어루만져서는 준호를 편안하게 해 준다.

맑고 밝은 햇살은 찻잔에도 가득 찬다.
준호가 찻잔에 번져드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니 살아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언듯언듯 머리 속을 스쳐간다.
민준호와 남혜옥은 당고모의 중매로 부부가 되었다.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오십 년을 한결같이 연애하는 듯 삶을 살아왔다.
준호가 박봉의 교사라 생활이 빠듯했고 거기다가 3남매의 교육비를 조달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그랬어도 아내인 혜옥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런 궁색한 생활을 하면서도  혜옥은 말했다.

“참고 노력하면서 사노라면  쨍하고 햇뜰 날이 오겠지요. 힘내세요. 나도 노력할 게요."
준호는 그런 말을 하는 아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뭔가요?”
“시간이 날 때마다 하는 거예요. 구슬을 꿰서 구슬백 회사에 갖다 주면 아이들 용돈은 돼요.”
“눈에 핏발이 섰네.”
“너무 오래하면 그래요. 좀 쉬었다 하면 없어져요. 괜찮으니 걱정 말아요.”
 준호는 아내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유치원 근무만 해도 힘들  텐데,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무리하는 건 당신이지.  종일 학생들에게 시달리다가 퇴근하기 무섭게 밥 한 술 뜨면 야간 학교 강의하러 가기 바쁘지, 그 뿐이 아니잖아요. 일요일이고 공휴일 없이 막노동판에 까지 나가시니 오죽 고달프시게요.”
 “나야 뭐 몸에 배였으니까.”
  준호는 간혹 이 같은 생활을 하면서 도대체 삶이 이런 것인가 하는 절박함을 느낄 때도 많았다.
“아, 참 내 정신 봐라. 저녁 때가 됐는데.”
혜옥은  쌀 뒤지에서 쌀을 바가지에 담은 후 담은 쌀에서 한 줌의 쌀을 집어 <저축미>통에다 넣고는 쌀을 씻어 저녁 밥을 짓는다. '티끎 모아 태산'이 되듯 한 줌의 쌀이 언젠가는 사글세 방에서 전세방을 얻는데 도움 되리라는 신념에서 였다
이렇게 까지 해서라도 살림을 늘여야만 생활이 펴질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절약하기는 준호도 마찬가지였다.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두 번 타야할 버스도 한 번 타고는 나머지는 걸어서 다니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래서 절약한 돈은 날마다 통장으로 들어갔다.
혜옥은 직장 일이 끝나 틈만 나면 구슬 꿰기, 편지 봉투 만들기에 손재고 있는 날이 없었다.   신문지 한 장, 빈병 하나라도 주워 모았다가 고물상에 팔았다. 이를 눈여겨 본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 년에 다니는 두 아이가 어느 날 학교에 갔다 오면서 빈병이며, 남이 버린 물건들을 들고 들어왔다.
혜옥은 두 아이의  행동을 보고 놀라 그런 것 주워오지 말라고 야단을 쳤다.
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를 쳐다보다가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며 앙-하고 두 아이가 함께 울었다.
“엄마도 주어왔잖아!”

  얼굴을 비비며 울어대는 두 아이의 얼굴엔 눈물과 땀과 땟국물이 번벅 되어 흘러내렸다.          <다음호에 계속>

<작가 조진태>

·'71년 이원수 추천 아동문학등단..서울시민신문현상문예 <염원>당선
·''76년 우적(雨滴) 월간문학발표로  소설가 등단 활동. 한국아동문학상. 중대소설문학상.
·'방송통신대수필문학상과 소설문학상 수상. 국민훈장 수여,
·'소설집:<견습기>,<옥상의정원,<석화>.<비목> 외 다수
·'동화짐:<제비와 망원경,<갯마을에 뜨는 해>.<수줍음이 많은 아이>외 다수.
·'수필집:<세월의소리>.<오동잎 잎새마다>.<인생은 꽃으로 향기로>
·'교육저서<오늘의 충효교육>.<내마음의 글밭> 외 논문. 전기집 등 다수.
·'형재 <옥출문학촌 촌장>, 1만5천 평의 농원도 경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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