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이 만난사람] 민선희 놀멍쉬멍가드닝클럽 대표 / 응봉동 마장동 주민자치회 활동가
[원동업이 만난사람] 민선희 놀멍쉬멍가드닝클럽 대표 / 응봉동 마장동 주민자치회 활동가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2.06.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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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생명 해치는 쓰레기 주웠죠! 씨앗폭탄 게릴라처럼 던지자구요!”
교육전문가지만, 서울숲 정원사 교육서 큰 울림! '공존'이 우리의 키워드
서울숲 습지생태원에서 플로깅과 씨앗폭탄 만들기에 참여한 사람들.

올해 우리는 70억 마리의 꿀벌들이 몰살했단 소식을 들었다. 기온상승의 영향을 받는 한국에서 관측된 변화다. 전세계적으로는 조류가 50%쯤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보고서도 있다. 곤충과 새들이 우리 주변에서 더는 날아다니지 않는 세계는 어쩌면 가시권에 든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변함없이 지난 6월 5일엔 환경의 날을 맞았다.

지난 6월 4일 토요일, 서울숲에서는 작은 생태 환경의 행사가 있었다. 행사의 내용은 플로깅(줍깅)과 씨앗폭탄 만들기. 놀멍쉬멍가드닝클럽이 주최하고, 한양마을공동체와 초보도시농사꾼이 협력한 작은 모임이었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이는 민선희 활동가. 그를 지난 6월 8일 응봉동 주민자치회 사무실서 만났다. 

6월 4일, 환경의 날 맞아 플로깅과 씨앗폭탄 만들어

민선희 활동가. 서울숲 정원사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언어를 배웠다.

- 그날 있었던 행사의 내용과 취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플로깅[이삭을 줍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단어 Jogging의 합성어]은 달리며 혹은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운동이다. 지난번 쓰레기 수거를 할 때, 한 컵 이상의 담배꽁초들이 나왔다. 비닐코팅이 돼 종리로 수거될 수 없는 전단지도 엄청 나왔다. 인적이 드믄 곳에서 겨우 30여 분 진행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서울숲에는 고양이들을 포함해 많은 벌레들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쓰레기를 버리겠지만, 이들 생명체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씨앗폭탄의 계기가 된 건, 꿀벌몰살 사건 때문이었다. 꿀벌들의 먹이가 될 밀원이 조금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들에겐 여전히 녹지가 부족하다. 이미 조성돼 있는 곳도 사람들이 밟아서 훼손돼 있기도 하고. 씨앗폭탄은 예전에 민주화 운동을 할 때, 혹은 전쟁을 당한 시민들이 적을 물리치기 위해 던진 화염병이 생각나지 않나? 사람들은 그걸 꽃병이라고도 불렀다. 씨앗폭탄을 그런 곳에 던져넣을 수 있겠다.
서울숲에서 오랜 동안 활동해왔던 우리 놀멍쉬멍 가드닝클럽에서 제안했고, 성수동의 아파트 커뮤니티와 성동구민기자단 분들로 구성된 초보도시농사꾼 팀이 함께 해줬다. 성수동에 독서모임 작당모의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분들도 참여해주고…. 재미있게 행사를 치뤘다.”

- 서울숲의 운영주체는 근래 바뀌었다. 2016년부터 서울숲을 관리해오던 민간기구 서울숲컨서번시가 지난해로 운영을 종료했고 이제 서울시 동부녹지사업소에서 직영한다. 서울숲서 오래 활동해 왔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 습지생태원 정원 관리를 위해 CCTV를 설치 제안을 여러 번 드린 적이 있는데, 예산 문제인지 좀 지지부진했다. 요즘엔 민원으로 간주되는지, 빠르게 처리됐다. 다만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숲이라는 오랜 전통이랄까 문화 같은 것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응봉동과 마장동 주민자치회 활동가 “함께 마을 만든다”

- 현재 응봉동과 마장동에서 주민자치회 활동가로 근무하고 있다. 일하게 된 계기는?
“나는 교육관련 회사에 근무했고, 공부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다 직장을 그만 두고, 전환을 준비하던 때 뉴딜일자리로 만난 것이 주민자치회 공론장 코디네이터였다. 뉴딜 사업이었으므로 일자리 적응 교육도 진행하니까, 미리캔버스같은 걸 배워서 이곳 업무에도 적용하고. 웹자보나 카드뉴스도 만드니까 예산도 절감되고(웃음). 당시 코로나로 주민들간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던 상황이었다. 주민총회는 자치회 업무중 가장 크고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다음 한해의 의제를 제안, 수립, 선정, 투표를 하는 과정에 관여하고 돕는다.    

 현재 성동구에선 9명이 활동하고 있고, 1인이 2개동씩을 맡는다. 나는 응봉동 주민이어서 응봉동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마장동도 여전히 함께 한다.

마장동의 주민자치회 역사는 오래다. 박원순 시장의 마을만들기 이전에 이미 2013년 행정안전부의 시범동으로 주민자치회가 시작됐다. 2년 임기의 자치회가 마장동은 이미 5기. 마장동 마을기획단은 조직적으로 마을자치회에 결합됐고, 지금도 여전히 주민 참여도가 높다. 2016년인가 기자가 마장동을 찾았을 때, 그곳 강당에선 직장 은퇴 주민과 이제 막 초중고를 입학하는 학생들이 모여 서로 축하를 해주고 있었다. 마장동 언덕 홍익교회서 시작한 작은 모임 하마공부방은 '직업을 말해줘'란 프로그램을 4년여 지속해 왔다. 마장동의 이웃들이 직업의 강사가 돼 이곳 아이들을 만나는 프로그램. 마장은 마을이었다.

- 마장과 응봉에서 하고 있는 일을 몇 가지 더 말씀해 주신다면. 
“자치회는 이전 주민자치위원회와는 위상이 많이 다르다. 이전에는 동 시스템이 위원 선정에도 관여되고, 직능단체대표들의 협의회 같은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마을주민 누구든 6시간의 주민자치학교를 이수한 뒤에 참여한다. 주민참여예산도 배정돼 있고, 스스로 정한 의제를 갖고 매해 자치 사업도 진행한다. 분과가 형성돼 이 안에서 활발한 토의토론을 통해 마을일을 결정한다. 민주주의의 학교다. 

마장동에서는 주민센터 옥상텃밭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곳서 재배된 채소로 취약계층나눔도 하고, 인근 어린이집의 생태학습장으로도 활용한다. 응봉동엔 응봉 스카이캐슬이란 재미난 모임이 있다. 산동네 265번지 분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응봉아이꿈누리터 센터장이신 유성원 님이 주축으로 학부모 대상으로 운동회도 하고, 응봉산 대현산 탐방도 한다. 마을공동체가 주민자치회와 접속돼 활동을 확장한 경우다.”

- 민 대표 자신도 주민으로서, 마을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 같다.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을마다 처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도 모두 달라서, 이를 잘 이해하는 주민이 참여하는 일은 대단히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을일이란 게 지적, 감정적, 육체적 역량을 모두 써야하는 일이 흔하다. 마을 주민 중에는 자원봉사로 이 일을 하고픈 이도 있고, 파트로 활동을 하고픈 분도 있다. 그리고 풀타임으로 자신의 전망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 이 모든 걸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대문이나 금천구 등 이미 안정적으로 서포트되고 있다. 성동구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가치의 언어 배우는 중, '공존'이 나의 키워드

프랑스 다큐영화 <내일>을 보면 새로운 시대의 전환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나온다. 농업에서, 경제에서, 민주주의와 교육도 새로운 가치와 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이전에 경영학과 공학, 외국어를 배웠던 많은 사람들은 새로 생명의 언어, 소통의 언어를 배워간다. 민선희가 배우는 새로운 언어는 무엇일까?  

- 대학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을 가르치는가? 
“내 전공이 유아교육 및 초등교육이었다. 회사에서는 교육 및 교재 개발과 강의를 진행했었다. 지금은 예비교사들, 일반대 사범대 학생들에게 '초등실과'를 가르친다. 올해는 '공존'을 키워드로 학생들과 나누고 있다. 얼마 전에는 숙제를 내줬다. 방울토마토를 키워보라고 했는데, 학생 하나의 답변에 조금 놀랐다.”

- 어떤 답변이었나?
“자신의 식물이 되게 늦게 자란다는 말도 있었고, '저한테서는 초록토마토가 나오던데요!' 이런 친구들도 있었다. 어린 토마토를 보지 못하고, 상품으로 나온 토마토만 접한 아이들에게선 그런 반응도 나오겠구나 싶었다.”

왼편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선희 대표의 일러스트, 놀멍쉬멍가드닝클럽 회원모집, 플로깅 장면 및 씨앗폭탄 만들기

- 마을에서의 경험은 교육이나 강의에 영향을 주고 있나?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언제나 좋았다. 기획한 후 이를 꾸준히 밟아나가면,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겐 서울숲에서의 정원사 과정이 큰 전환을 줬다. 그곳서 흙을 만질 때,  누가 무엇인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이 들었거나 젊거나, 부자거나 아니거나, 능력과 지위가 높고 낮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동일한 시간내에 성실하게 땅을 일구고, 생명들을 돌볼 수가 있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전의 내 교육방식의 틀을 깬 계기였다. 성동의 더 많은 곳에서 정원사교육이 있었으면 한다. 더 많이 땅에서, 사람 안에서 일할 수 있게.”

민선희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우리의 시대 -인류세(Anthropocene)-를 생각했다.  인간은 가장 번성한 시대를 살고 있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이 시대의 흔적을 살피면 인간이 남긴 유물들이 세상에 가득할 것이다. 거기엔 플라스틱과 비닐과 인조가죽, 대량 사육돼 소비된 소와 돼지와 닭의 뼈들, 높이 솟았던 마천루 등의 건축폐기물, 자동차들과 항공기, 기차 그리고 아스팔트 등이 포함될 것이다. 또 있다.

1945년에 일본에서는 두 개의 핵폭탄이 터졌다. 1952년 영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1만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 1960년대 일본에서는 미나마타병과 이따이이따이 병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곤충과 새가 더 이상 울지 않는 세계를 경고할 때, 곁에는 살충제가 있었다. 그리고 2020년대초의 코로나까지. 

이 모든 것이 인간이 지구에 가한 영향으로 발생한 일이다. 1968년 제안되고, 1970년 창립된 로마클럽이 발표했던 1972년 <성장의 한계>. 책에 나온 '연못의 수련'이 주는 경고는 섬뜩하다.

“하루에 2배씩 면적을 넓혀 가는 수련이 있다. 만일 수련이 자라는 것을 그대로 놔두면 30일 안에 수련이 연못을 꽉 채워 그 안에 서식하는 다른 생명체들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 보기에는 수련이 너무 작아서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수련이 연못을 반쯤 채웠을 때 그것을 치울 생각이다. 29일째 되는 날 수련이 연못의 절반을 덮었다. 연못을 모두 덮기까지는 며칠이 남았을까? 29일? 아니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

우리는 지금 한 달의 어느 날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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