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어른'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열여덟어른'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 임태경 기자
  • 승인 2022.06.1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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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경이 만난사람] 아동자립봉사자 1호 신 선 캠페이너

아름다운 재단 ‘열여덟 어른’ 신선 캠페이너

아동자립봉사자 1호 신 선 캠페이너

지난 달 24일, 서울 서촌 스터디카페에서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위한 '열여덟어른' 캠페인의 주인공 신선(30) 캠페이너를 만났다. 아동양육시설(이하 보육원) 퇴소 7년차인 신선 씨는 대학에서 국어교육학을 나왔지만,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떠올리며 선생님의 삶이 아닌 '봉사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는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로써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보호아동들의 자립을 목표’하며 7년 전부터 블로그 운영, 팟캐스트 진행 등 다방면에서의 지원활동을 해왔다. 

그 중 '열여덟어른' 캠페인은 보호종료아동의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으로, 신 씨는 2019년부터 아름다운 재단과 협업하여 해당캠페인을 통해 이른바 '당사자 미디어'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다. 이번 '열여덟 어른' 캠페인 시즌3에서도 보호종료아동 당사자의 자립 경험과 관점을 전달하며 건강한 자립을 위해서는 자립정보 접근성 확대와 사회의 인식 개선, 섬세한 정서적 접근이 필요함을 알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신 씨는 어떻게 '열여덟어른'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기존 NGO 캠페인에서는 보육원이나 고아원이 불쌍하고 밥도 굶는 이미지로 소비됐죠. 그러나 아름다운 재단은 달랐습니다. 청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나갈 것이라 했어요. 캠페인 기획하면서 저희한테 우리가 하고 싶은 게 있으니 참여해라가 아니라, 우리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들어보고 싶은데 하고 싶으면 함께 해보자고 하셨죠.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에 대한 책임감 느껴

"사람들이 대중분들이 보호종료아동을 부정적으로 인식을 하는건 그들의 우매함이나 무지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들도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으니 같이 도모해야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들도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사람들이 아직 많이 못 보셔서 저희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이니, 저희가 많이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신 씨가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해오며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기존의 사람들이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 인식, 편견을 깨는 것이었다. 그는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직접 알려 시민들의 공감과 인식 개선을 이끄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다.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꿈과 재능을 살려서 캠페인에 참여 가능해요. 시즌 1에서는 연극 배우도 섭외해서 자신들의 삶을 연극으로 표현했죠. 저 같은 경우에는 전국의 보호 종료 아동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그게 매체에 기사로 실리기도 했구요. 시즌 1에서는 보호종료아동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시즌 2에서는 미디어에 나오는 보호종료아동들의 이미지를 다시 생각해보자라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영화 등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이 주로 범죄나 결핍의 이미지로 쉽게 나오고 있는 게 있었거든요. '열여덟어른'캠페인에서뿐 아니라 동시에 팟캐스트나 유튜브 운영을 통해서도 우리 당사자들의 삶이 불쌍하지도 않고 특출나지도 않다는 것을, '당사자 미디어'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죠.”

-‘당사자 미디어’로써의 역할 외 ‘열여덟어른’시즌 3에서 추구하는 게 있다면? 
“시즌3에서는 정책 프로젝트도 시행합니다. 사실 2019년까지만 해도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지원이 500만원도 안 되다가, 캠페인으로 이슈화가 되다보니 정책적 움직임을 이끌어냈었거든요. 그래서 이후로 캠페이너들끼리 모여 정책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저희가 정책을 실제로 제안했다기보다는 사각지대에 있는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죠. 국무총리실에서 진행하는 모교대회나 청와대 48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만들 때, 의견을 드리고 자문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7월에 세부 개선방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그게 캠페인의 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책이 바뀌었다고 해서 당사자들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또 바꾼다 했지만 안 바뀐 부분들도 많죠. 그래서 시즌 3에서는 단순 정책변경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인식이나 관심을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로써의 역할도 추구했던 거구요.”

보호종료아동 자립 캠페인을 통해 바뀐 부분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실제로 보호종료아동 캠페인 활동을 통해 정책이 바뀐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일단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정책이 많아진 부분이 제일 바뀌었다고 실감해요. 제가 직접 (보호종료아동)당사자 캠페이너로서 얘기해서 변화를 일으킨 게 18년도 일거에요. 당시 김정숙여사님이 청와대만찬에 초대해주셨는데,이야기를 했던 게 자립정책금이 그 당시 최대 500만원이었지만 아닌 곳도 많았어요. 지역차이도 안 큰데 불공평하다 했는데, 이후 전국에서 자립정책금이 500만원으로 상향되는 변화가 있었죠. 지금은 자립정책금 규모가 경기도에서 1500만원까지 커졌어요. 현재 보호종료아동이 전문적으로 상담받을 수 있는 상담센터나 청약지원센터도 많아진 것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책을 진행해주시는 분들께서 만들어놓은 것을 이행하는게 중요하다. 많이 만들겠다 공약을 해도 실제로 48개 과제 중 10개정도만 진행되었다는 면인 것 같아요. 정책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실제로 진행이 되었을 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을 위해 앞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보호종료아동 설문조사를 해보면, 보통 경제,주거,진로,심리 순으로 나와요. 여전히 지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은 친구들이 많은거죠. 대학생인 경우, 대학생활을 해야하니까 아무래도 기초생활비가 60~70만원 정도 되거든요. 한 달 생활비 대학생활하면서 당사자들이 집세,식비 등등 본인이 부담해야하는데, 기초생활수급비는 기초생활비만 있다보니 제가 캠페인 활동 하며 인터뷰 해봐도 생활비 걱정이 제일 많다고 느껴져요. 그래도 방금 말씀 드렸던 것처럼 지원금지원제도가 늘어났지만 문제점도 같이 늘어나고 있어요.”

- 어떤 문제점들이 늘어나고 있을까요?
"지원금은 늘어나는데,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르고 있어요.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체계적으로 어렸을 때 교육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교육이 없었다보니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죠. 물론 저축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어렸을 때의 부족한 것을 해소하려고 크게 탕진하는 경우도 있구요. 또 자립금 받을 때 찾아오는 부모님이나 지인의 사기들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여전히 그런 문제들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요.”

- 이런 문제점들을 방지할 방법은 없을까요?
“경기도의 경우,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자립정착금을 1500만원 지원해주는데, 교육을 필수로 넣었어요. 교육을 수료하면 일정금액을 받고 다음 교육을 받으며 일정금액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이 시행되고 있죠.
문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지원이양사업이다보니 각 도마다 금액이 다르다는 거에요. 그러다보니깐 경기도에서는 주면서 교육을 하지만, 다른 도에서는 각각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죠. 여전히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을 위한 체계가 자리잡히지 않고 있다는 게 걱정이에요.

-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에 있어서 주거는 어떻게 문제가 되나요?
"LH가 주거를 지원해주지만 아무래도 갓 스무살이 된 친구들이 집을 계약하고, 어른의 도움없이 감당하려다 보니깐 어려운 면이 많아요. 실제로 신청도 어렵죠. 그럼 이 친구들이 이렇게 생각해요.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 해야 돼?' 하고 그냥 받은 지원금을 월세로 살아 버리는 거에요. 효율적인 주거방향을 수립할 수가 없는 거죠.”

- 기존 주거정책 중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을 가장 충족시켰던 정책이 있었나요?
"가장 충족시킨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항상 당사자의 수요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제까지 단체생활이나 위탁생활을 하지 않아서 자신의 공간을 가질 수 없었던 적이 많았잖아요. 사실 다 분리된 방을 원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행복주택의 경우, 역 근처 깔끔한 1인식 빌라 등. 행복주택이 겉에서는 되게 좋은데, 4~5평밖에 안되는 경우다보니, 월세 30~40정도되는데 '그정도에서 선택할만한 매력도가 있나?'라고 생각해서 전세임대를 고르는 친구들도 많더라구요. 

-혹시 그러면 보호종료아동들의 주거 자립 정책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지금은 오히려 다양한 주택유형을 제공하고 있는데, 역시나 있는 것 안에서 조금 더 보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더 지원해주세요'라고 하기에는 민감한 주제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얘기한다면, 1억 2천이라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기보다는 1억2천만원의 제한이 생기면 부동산은 계속 가격을 올려요. 보증금을 올려달라하기에는 계속 그것에 맞춰 시세가 오르다보니 계속 올려버리고 이써서 그런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죠. 요즘 전세금이 너무 올라서 비용이 부담되다보니 더 지원해줄 수 있는 장학금이라든가, 지원이 생겼으면 좋겠다 생각도 들어요.”

- 마땅히 머물곳을 찾지 못한 아이들도 있나요?
“있죠. 정보의 비대칭성도 커서 생긴 일들이에요. 위탁가정의 한 아이의 사례의 경우, 집을 구할 돈이 없어서 LH지원도 몰랐고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친구는 학교도서관에서 1달간 생활을 하기도 했죠. 다른 친구들 중에는 친구 집에서 사는 등의 문제도 있었구요.”

- 정보의 비대칭성같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정보 비대칭성 같은 경우 지역격차에서 비롯돼요. 지역 격차가 너무 심한 편이에요. 지원사업 올라오는 게 보면, 많은 재단이 서울에 있는데, 대상이 수도권으로 진행되거나 면접등도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수도권 친구들이 유리한데, 지원규모도 몰리고 하다보니 선정되는 것도 힘들죠. 제가 예전에 충격이었던게 서울에 있는 다른 보육원에 가서 서울시설은 간식후원물이 많아서 필요가 없는데, 그런데 사실 지방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교육만 봐도, 지방에 가면 확실히 지방 친구들이 정보 자체가 없어요. 저도 보호종료 이후에야 24살에 장학사업이 있다고 처음 알았거든요. 지방까지 소식이 가기에는 쉽지 않아서 이런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들도 필요하죠.

- 보호종료아동들의 진로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진로 선택 시 도움을 받기보다는 본인이 선택해서 취업하는 게 50퍼센트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진로나 취업 고민이 많은 편이에요. 또 취업하는 비율도 많은데, 실제 대학진학률이 일반청년 70.6퍼센트 대비 보호종료아동친구들의 경우 62.8퍼센트이라고 합니다. 실업률도 일반청년의 2배에 달하는 16퍼센트 정도이구요. 진로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선택지를 많이 보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않아도 바로 돈 벌수 있는 서비스직종 등을 선택하고 후회하고 등의 경우가 많은 편이에요.”

- 그렇다면 취업을 선택할 학생들이 선택지를 넓히고 역량을 강화할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내가 잘하는게 무엇인지 더 빨리 파악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보통 어릴 때부터 그런 경험이 많이 쌓여서 대학탐방등의 대학을 결정하는 활동을 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런 데를 가보지도 못하니 선택지에 제외가 되는 편이에요. 본인을 이해하고 장점을 알아가는 시간이 생긴다면 어디로 취업하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보호종료아동)친구들에게 선택지를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
“당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하면, 2019년에 캠페인이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이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개념을 몰랐어요. 캠페인이 시작되고 많은 분들이 인스타그램, 인터뷰요청등 많이 바뀌고 있어서 사실 좋아요.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끝이 아닌 거죠. 많은 분들이 당사자들 얘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야한다. 캠페인이 잘 된 게 아니라 대중들이 반응을 잘 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우리가 노력해서 해야 될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를 보고 계시는 (보호종료아동)친구들도 자립을 할 때 더욱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을 기꺼이 받아서 잘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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