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소나무
[수필] 소나무
  • 성광일보
  • 승인 2022.06.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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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수필가, 성동문인협회 회원
이기종

고향 뒷동산엔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산의 위쪽으로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고 아래쪽으로는 그래도 꽤 큰 소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가을이 오면 솔걸(솔잎이 해를 넘기면 누렇게 낙엽 되어 떨어진 것)을 갈퀴로 긁어모아 헛간에 쌓아 두었다가 겨울에 땐다. 잘 타고 화력이 세며 재가 적어 연료로는 잠 좋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그 나무 밑에는 잡풀이나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한다. 소나무에 가려서 햇빛을 못 보아 그럴 수도 있고 솔잎이 약간의 독성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나무가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하는 것은 나이테를 보아서 알 수 있고 나무 표면에 골파인 두꺼운 껍질을 보면 연륜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시가집 시경에도 소나무가 번성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있다. 일본인들도 소나무는 신이 내리는 나무로 생각했다. 지금도 집집마다, 새해에 문 앞에 세우는 가도마츠(門松)가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장수와 번영을 상징하기 때문에 정원수로 많이 사용하고 나이가 많은 소나무에 대한 경외심도 대단하다. 

옛날부터 그림과 도자기 조각 등에서 소나무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산신도(山神圖)에는 거의 소나무만 등장한다. 소나무만이 산신을 상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선과 은둔의 상징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김홍도의 그림“선인송하취생(仙人松下吹笙))"은 신선이 소나무 아래서 생황을 부는 장면. 정선의 그림“송암복호(松?伏虎)"에서 바위 곁의 소나무 아래서 호랑이를 달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조선 시대 김정희의“세한도(歲寒圖)”는 제자 이상적에 대한 의리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이상적은 윤상도 사건에 연루되어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하고 유배된 스승 김정희를 위해 두 번이나 북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주었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이상적의 인품을 논어 자한(子罕)에 등장하는 소나무와 측백나무에 비유해서 그린 작품이다.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라야 비로소 그 지조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절이 좋을 때나 고난과 핍박을 받을 때나 한결같이 인격과 지조를 지켜야 한다는 추사의 다짐이 오늘날까지 많은 문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 그림은 문인화이므로 미술적 기교보다는 문인화에서 중요시하는 사의(寫意)를 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그 과정과 그 감정을 잘 나타냈다는 점에서 유명하다.

송진과 봉용 송화(소나무 꽃가루)등은 한약재로 사용된다. 어머니는 소나무가 꽃이 핀 긴꽃송이를 따서 말리고 그것을 털어서 만든 가루에 엿을 섞어 송화 다식을 만들어 제사에 사용하셨다. 떡을 만들어 찔 때는 솔잎을 깔고 찌므로 송편이라 했다. 소나무에서는 보통나무의 10배에 해당하는 피톤치드가 나오고 솔잎에는 옥시팔티민이라는 성분이 있어 차나 술로 만들어 마시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웰빙 산책로는 서포리 해수욕장에 있는 길이다. 100년~150년 된 소나무들이 많이 있고 서로 어우러진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숲길이다. 소나무가 만들은 우아한 자태의 곡선과 푸른 솔잎을 바라보며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솔향을 맡으며 걸으면 멋진 웰빙산책로 임을 알 수 있다,

소나무는 집을 지을 때 다방면에 이용되는 목재이고 가구 재료 생활용품 농기구재로 쓰이고 근래에는 펄프 합판 등에 사용되는 등 그 용도가 다양하다. 한방에서는 송진을 송향이라 하여 거풍 진통 배농 발독 등에 효능이 있어 풍습 악창 백두 등의 치료에 쓰인다, 늦은 봄에서 초여름에 풋 솔잎이나 풋 솔방울을 따서 담은 술은 송엽주 또는 송실주라 하고 동짓날 밤에 솔뿌리를 넣고 빚은 술을 항아리에 담아 봉해서 소나무 밑에 묻어 두었다가 그 이듬해 꺼내 먹으면 송하주라 했다. 소나무는 경사스러운 주요 행사에 등장했는데 강인한 끈기를 갖고 무궁한 발전과 번영 그라고 절개와 지조를 상징했다. 

 소나무는 마을을 수호하는 나무로 산신당의 산신 목으로 사용되었으며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나타내며 눈보라와 추위에 잘 견디며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절개와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다. 이이(李珥)는 세한삼우(歲寒三友)라하여 송죽매(松竹梅)를 뽑았고 윤선도는 그의 시 오우 가에서 소나무를 벗으로 노래했다. 성삼문이 죽음을 당하며'독야청청하리라'라고 한 시는 충절의 노래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생솔가지를 끼우는 일, 장을 담글 때 장 항아리에 솔가지와 숯을 넣은 금줄을 치는 것도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풍습에 소나무가 사용되었다.

소나무는 음지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양지에서는 땅이 메마르고 돌이 있어도 잘 자란다. 물이 없으면 없는 대로 햇빛을 못 받으면 못 받는 대로 조금씩 성장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나무는 우리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생명의 근원인 산소를 만들어 준다. 우리가 그 고마운 것을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소나무가 많은 길을 걸어가면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내 콧속으로 들어오는 향기가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어제도 용문산에 오르는 길옆 양편으로 늘어선 소나무들이 주는 맑고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안고 한참을 걸으면서 즐거워했다. 소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하얀 액이 나온다. 그 액이 시간이 지나면 검붉은 색으로 변하는데 그것을 우리 고향에서는 광솔 이라 했다. 이 광솔 에서 뽑아낸 진이 파라핀(송진)이다. 이 파라핀은 의약품과 화학약품으로 중요한 재료였다. 우리가 초등학교 일 이 학년 때에는 학교에서 광솔 기름을 짜서 가져오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제이차대전에서 전쟁에 사용할 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어린 우리에게까지 기름을 만들어 오도록 강요했었다.

아버지께서는 목수이시기에 집을 지으시는 경우가 많으셨다. 이때 사용되는 목재 감은 굵고 반듯하고 길게 생긴 것을 선호하시니 그런 나무는 많지 않다. 바위를 끼고 자란 소나무나 절벽에서 자란 나무 들은 잘 자라지는 못했으나 크기에 비해 나이를 많이 먹고 마디가 짧으며 서로 엉키며 자란 모습이 모진 세파를 잘 견디며 산 것 같아 좋은 느낌을 준다. 자기에게 처한 운명을 탓하지 않고 바람과 추위와 싸워가며 세월을 보내는 그런 소나무를 연상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있는 소나무는 이 엽송으로 적송(육송) 해송 반송 등으로 되어 있고 삼 엽송 사 엽송 등은 잣나무를 말한다.
유명한 소나무에는 속리산 법주사 입구의 정이품 소나무,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양동에 있는 자신이 재산(땅)을 소유하고 세금을 내는 소나무, 청도의 운문사에 있는 400년 된 소나무 등이 유명하다.
오늘 그림 한 폭 을 생각하던 중 학이 와서 노는 소나무를 그리려 하니 소나무와 더 친숙해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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