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양심을 지키는 삶
[살며 사랑하며] 양심을 지키는 삶
  • 성광일보
  • 승인 2022.06.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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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효은 기자
어효은 기자

작은 체구와 마른 몸으로 여리고 약해 보인다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나서는 아이였다.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거리낌 없이 함께 놀다가 도리어 내가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고 친구에게 욕하는 일진들에게 욕하지 말라고 했다가 여자 화장실에서 맞을 뻔한 적도 있었다. 많은 학생 앞에서 남자 선배가 여자 후배를 때리려고 할 때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됩니다. 때리지 마시죠.”라고 얘기했다가 안 좋게 찍힌 적도 있다.

세상엔 화가 나는 일, 억울한 일, 약한 존재들이 피해를 보는 일들이 여기저기 발생했다. 그런 일이 눈에 보이거나 들려오면 할 수 있는 한 양심에 따른 선택을 했다.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힘닿는 한 내 방식으로 행동했다. 지하철에서 한 여자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려고 위협하는 남자가 있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나와 여자 동생은 목격하자마자 바로 남성과 여성 사이에 들어갔다.  

여자 동생은 남성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나는 앞에 서서 남성에게 그만하라고 말했다. 바로 눈앞까지 주먹이 날아들었다. 남성은 경찰 두 명이 오자마자 마치 다른 사람처럼 꼬리를 내렸다.
모든 불의의 순간에 나섰던 것은 아니었다. 겁이 나서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하고 모른척한 순간들도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내가 더 강하고 지혜로웠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모든 사람이 불의의 순간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받을 필요는 없다. 각자 지켜야 할 삶이 있을 테니까. 복잡한 일에 끼고 싶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을 수도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출근하는 직장인 사이로 억울한 일을 당해 길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은 작은 화면을 통해 하루아침에 전쟁으로 집과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사람들을 본다. 웃는 얼굴 뒤로 자살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뉴스에 나오거나 이슈가 되는 사건들은 잠시 이목을 끌었다가 곧 잠잠해진다. 온갖 일이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이내 자기 삶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어떤 사건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한다. 뉴스에서 탈북민 영상을 보고 크게 마음이 동해 탈북자들을 위한 일에 뛰어들어 직업으로 활동하게 된 분이 있다. 특정 사회적 사건에 관심이 생겨 시민활동가가 된 분도 있다. 어떤 사건은 누군가의 삶을, 일상을 바꾸기도 한다.

누구나 꿈꾸는 자기 모습이 있다. 어린아이였을 때 상상하던 어른의 모습이 있었다. 양심에 따라 사는 삶,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상식적인 삶 말이다. 세상이 보여주는 모습은 다양했다. 비상식적인 일들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곳이었다. 삶의 어느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야 할지 흔들리는 초처럼 방황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과일의 모양은 다양하다. 사과, 딸기, 바나나, 포도, 수박 등. 꽃의 모양도 다르다. 장미, 국화, 민들레, 튤립, 코스모스 등. 맛도 향기도 다르다. 사람의 모양도 모두 다르다. 생각도 신념도 가치관도 다르다.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과일과 꽃은 고유한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존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유독 사람만은 다른 존재에게 해가 되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하기도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꼭 불의에 저항하며 정의롭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양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양심을 잃어가는 사람들은 외적인 조건에 초점이 맞춰져 살아간다. 무언가 빠진 것 같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려간다. 

양심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지키는 힘이다. 이것을 잃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거대한 세상이란 파도에 휩쓸려 온통 외부요건을 채우는데 몰두하며 정말 중요한 것들은 놓치고 만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 같은 것 말이다. 아이의 웃음,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순간, 손잡을 때 느껴지는 온기, 바람이 데리고 온 계절의 냄새 같은. 

가끔 거울을 보고 자신과 눈을 맞춰보길 바란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감정이 올라온다.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올 수도 있다. 
“너무 지쳤어, 삶이 재미가 없어, 돈 버는 기계 같아, 행복해지고 싶어”
휘몰아치듯 빨려 들어가기 쉬운 세상 속에 지쳐갈 때 나는 나를 지키는 연습을 한다. 잠을 더 잘 자고 잘 먹고 운동도 하고 쉴 만큼 쉬어주고 나를 돌봐준다. 양심을 잃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면 결국엔 모든 존재를 나와 같이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을 거다. 소중한 당신의 새로운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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