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찻잔에 쏟아지는 햇살(3)
[단편소설] 찻잔에 쏟아지는 햇살(3)
  • 성광일보
  • 승인 2022.06.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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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태/작가
조진태/작가

그 동안 쌀 한 줌 씩을 모으고, 푼돈을 저축하고, 생활비를 절약해 모은 돈으로  난지도 쓰레기 장 근처 땅을 샀다. 잡풀만 무성히 자란 소택지였다.
서울 변두리에서 제일 싼 땅이었지만 준호 내외가 모은 돈으로는 그런 땅 밖에 살 수가 없었다. 그런 땅도 언젠가는 개발이 되면 두 칸 짜리 전세방 신세는 면하겠다 싶어 없는 듯이 묻어 두기로 하고 사 놓은 것이었다.

그랬다. 사람이 살다 보면 죽어란 법은 없다.  
88올림픽 대회가 우리 서울에서 열리더니 2002년에는 월드컵 경기가 우리 나라에서 열리게 되었다.  서울시에서는 축구경기장 지을 땅을 모색 중이었다. 
어느 날 신문에 월드컵 경기장 부지로 난지도 옆 땅을 매입키로 했다는 기사였다.
민준호는 자기의 땅이 경기장 부지에 들어 있음을 확인하고 기쁨과 우려를 함께 했다.

그것은 토지 수용령으로 얼마만큼의 보상을 해 줄 것인가가 문제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은 다음 날로 해소 되었다. 현 싯가에 준해 보상한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준호와 혜옥 내외는 큰 관심을 가지고 차분히 기다리던 어느 날 서울시로부터 통지문을 받았다.
토지 보상금을 수령하라는 공문에는 수령액이 무려 5억 원이 넘었다.

이를 두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대로  준호 내외에게도 '쨍 ! 하고 해 뜰 날이 온 것' 이었다.
준호 내외는 만리동 중허리 쯤에 새로 지은 아파트가 급매로 나은 35평 짜리를 샀다. 남양인데다가  24층에 있어 전망도 좋았다. 삶의 나날이 행복했다. 아파트를 사고 남은 돈으로 수색 가는 들머리에 싼 농지가 나와 그것을 계약했다. 내년이면 내외가 함께 정년퇴직을 하기 때문이다. 둘 다 연금을 받으면 남은 여생 자식들 도움 안 받고 살 것이니 그 또한 걱정은 접어도 되었다.  이제는 젊은 시절처럼 먹고 살기 위해,저축을 하기 위해 방방 뛰지 않아도 되었다. 

준호는 오늘이 토요일이라 퇴근과 함께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혜옥은 퇴근하는 대로 동창회 모임에 다녀와야 하니 좀 늦을 거라 했다.
준호는 아내가 출근 전에 차려놓은 점신상에 전자렌지에서 데운 밥그릇을 챙겨 점심 식사를 혼자 했다. 그리고 별로 할 일이 없어 어제 보다만 펄벅의 소설 <대지>를 읽기 시작했다. 
소설 속의 한 장면인 메뚜기 떼가 날아 하늘을 뒤덮자 갑자기 천지가 캄캄헤진다는 장면을 읽다가 눈이 피로에 책을 덮었다. 그러고는 응접실 쇼파로 가 몸을 비스듬히 기댄다. 저녁 햇살이 붉은 놀과 함께 들어와 응접실 안쪽 벽을 불그레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준호는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빠졌다.
“따르르렁, 따르르렁, 따르르렁--”

전화벨이 울렸다. 준호는 그제야 잠에서 깼다. 주변은 전등을 켜지 않아 어두웠다. 준호는 어둠 속에서 전화부터 받았다.
“ 여보, 나에요. 아무 것도 묻지 말고 현금 천만 원 갖고 나오세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당신 목소리가 왜 그래 !”
“전화 바꿀 게요”

바꿔진 전화기에서는 굵직한 사내의 음성이 준호 귀속을 파고 들었다.
“여러 말 말고 현금 천만원 만 가지고 미동교 건너 편 근린 공원 안에 있는 팔각정 마루 밑에 갖다 놓아 !. 누구에게 전화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당신 아내는 당신에게 영원히 못 돌아 갈 거요.10시 정각까지."
“뭐? 뭐라구, 당신 누구야! 여보시요, 여보시요!”
전화 소리는 그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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