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슬픔을 사랑합니다
[새로나온 책] 슬픔을 사랑합니다
  • 이원주 기자
  • 승인 2022.07.1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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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순 지음/한국산문출판

폭신한 이불같이, 단단한 사리같이

향일암 오르는 길 바위틈 좁은 통로에 몸이 끼었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그녀를 '저쪽'의 가족들이 바라보며 약을 올렸다. 오래도록 그 일이 기억에 남은 건 적지 않은 쓸쓸함과 서운함 때문이었으리라. '한 지붕 아래서 잠을 자는 가족들'조차 킥킥거리니 한평생 살아온 세상이란 또 얼마나 어색한 것일까. 하지만 작가의 마음이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수필집 '슬픔을 사랑합니다'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코앞만 보고 조급함에 넓게 벌리고 내딛던 다리는 두 손을 모으는 마음으로 좁혀야 했다. 나지막이 몸을 구부려 살며시 방향을 틀었어야 할 허리를, 푹 수그렸어야 할 머리를, 뻣뻣한 자세로 암자를 향해 서둘러 갔던 것이다.'

책에는 여러 사찰과 그곳에서 만난 스님들이 함께 둥지를 틀고 있다. 지리산 상무주암, 계룡산 오등선원, 오대산 월정사, 봉황산 부석사, 태화산 마곡사처럼 이름으로도 알만한 사찰과 손꼽히는 선사들이 즐비하지만 작가가 억지로 손잡아 끌어온 것은 아니다. 만나고 대화하고 공양하고 화두 잡고 때론 묵묵히 앉아있는 여정이다. 그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빼곡이 담아냈다. 

추운 겨울밤 울력을 피하고자 눈치를 살피고, 가마솥 밥맛을 향한 탐심에 허둥대며, 몽중일여의 화두를 '그놈의 커피' 때문에 놓쳤다며 애먼 탓하는 자신을 고자질한다. 때론 강화도 텅빈 들녘, 도봉산 가파른 산길, 낙동강 어귀 삼강 주막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 마주치고 스쳐가는 순간 순간의 위로, 감동, 연민 등을 놓치지 않고 바라봐준다. 그렇게 길어올린 작가의 글은 단정한 단어와 소박한 문장으로 빚은 폭신한 목화솜 이불 같지만 때때로 예리한 죽비소리, 사리같은 단단함을 내보인다. 삶의 모든 순간을 깨어있고자 노력한 저자의 내공이다. 
첫 수필집을 세상에 내보내는 작가는 “글을 퇴고하면서 내가 나를 마주할 때 부끄럽지 않을 나를 꿈꿔 보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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