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발왕산의 꿈
[수필] 발왕산의 꿈
  • 성광일보
  • 승인 2022.07.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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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상
김영상

팔왕(구름·하늘·대지·물·바람·별·나무·해)의 묏자리가 있다고  해서 팔왕산이라고 했는데, 이후 역사를 만들고 국가를 통치하는 왕이 날 대지라고 해서 발왕산이라고 했단다. 발왕산은 평창군 진부면과 대관령면에 위치한 한국에서 12번째 높은 산(해발 1,458m)이다.

제23회 동계올림픽 스키 슬로프와 신축 용평 리조트,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는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왕복 7.4km)도 이곳에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2018 대한민국 사생작가 FESTA-발왕산의 꿈' 행사에 사생작가 400여 명이 모이는 자리에 광나루사생회에서도 작가 8명이 참석했다.

스키장 슬로프, 케이블카, 콘도라, 용평 리조트 뷰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포인트 아래쪽 잔디 위에 마련된 특설무대 위에 100호 캔버스 7폭을 설치해 400명 작가가 일일이 붓에 물감을 묻혀 터치한 작품은 용평 리조트에 기증하고, 리조트 측에서는 우리나라 제일의 화구용품회사와 협찬해서 참여 사생작가 모두에게 교통, 숙식 일체의 편의를 제공하는 행사였다.

신축한 리조트의 깔끔하고 세련된 전체 게스트룸에 수염과 머리를 산적같이 덥수룩하게 기른 작가, 귀걸이 코걸이를 한 작가, 눈처럼 흰옷에 빨간 넥타이를 맨 작가, 먹이를 찾는 독수리처럼 매서운 눈으로 그림 소재를 찾는 작가, 원색적인 야회복 차림의 여인, 맵시 나는 한복 차림의 작가들이 그린 그림을 걸어두고, 그림 냄새와 화가 특유의 모습, 개성과 혼을 흥건하게 풍기게 하는 뜻깊은 행사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골짜기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서 눈 덮인 동계올림픽 슬로프에서 선수들의 숨막히는 스피드와 미국 교포 '클로이 킴'선수의 아찔한 활공 장면에 전율을 느꼈고, 봅슬레이 스피드에서 짜릿함을 만끽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관중들의 함성과 “영미! 가즈아!”하던 메달을 향한 절규가 귓가에 울린다.

키가 큰 초록색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숲속 사이사이를 밀림속 원숭이처럼 올라가 보니 정상이다. 산 아래로 몽환적인 구름이 흘러가고 저 멀리까지 해무가 가득 펼쳐져 있는 곳에 동해 바다가 아스라이 보였다.

코를 벌름거리며 발왕산의 구름, 하늘, 물, 바람, 나무를 오장육부로 느끼니 몸과 마음, 정신이 튼튼해지고 천당에 올라온 기분이다. 케이블카 드래곤 피크 하차장 여기저기에 한류 열풍의 시초인 '겨울연가'와 '도깨비' 장면 촬영 사진과 글귀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고,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가 반긴다.

정상 숲속 산책길을 홀로 걸으며 발왕산과 내 꿈이 자연과 혼연일체임을 느꼈다. 발밑엔 검은색 바위와 돌들이 구르고, 아름들이 주목군락과 산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기에 킁킁거리며 꽃향기 냄새를 맡고 다니는데 벌과 나비들이 따라다니며 춤을 추었다. 구름 낙원 속 한량이 되어 천사를 찾고 있는데 때마침 '울산 큰애기' 창을 부르며 판소리를 연습하는 여인네들이 지나간다. 목청이 확 트인 걸로 봐서 상당한 반석 위에 오른 경상도 여인네들이다.

사생 작가들은 리조트에 기증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곳저곳 흩어져 사방 뷰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다. 발아래 구름들이 뭉게뭉게 지나가는 곳에 화구를 펼쳐놓고 가물가물 구름 사이로 솟아있는 산봉우리와 높은 산에서 온갖 비바람과 엄동설한을 견디며 풍진 세월을 지내 온 주목들, 그리고 떠다니는 구름과 산철쭉을 화폭에 담고 있었다. 나는 구름같이 떠다니는 나의 인생을 그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날 저녁 만찬장(웰리스홀)에서  꿈같은 향연이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각 지역 사생회 팀별로 무대 위에 올라가서 개성 넘치는 춤과 노래, 색소폰 연주가 울려 퍼지고 모두 껑충껑충 뛰면서 춤을 추니 열기가 발왕산 자락에 한가득이다. 우리 팀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서울올림픽 주제가를 불러 무대를 석권했다. 모든 관중들이 손에 든 기념 타월을 펄럭이며 열광했다.
다음 날 아침 자작나무 가로수 길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도 나누었다. 그리고 호숫가에서 어미를 따르는 앙증맞은 새끼 오리들의 모습을 보니 생의 경이로움이 저절로 느껴졌다. 호수에 비친 숙소 전경을 보며 나는 한참 나르시시즘에 빠져들었다.

이번 행사를 하면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이처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재능 기부가 더 확산되어 디지털 사회를 사는 인생길에서 사람들이 사색하는 여유로운 삶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발왕산의 정기를 흠뻑 받아 요즘 같은 코로나19 팬데믹 스트레스를 떨쳐 버리고 싶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발왕산과 내가 그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김영상
- 2016년 《현대계간문학》 등단
- 동국대 경제학과,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
- 한국수출포장공업(주) 전무이사, (사)한국아동미술치료협회 연구위원
- 미술심리치료사, 광나루사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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