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소나무의 의연함
[수필] 소나무의 의연함
  • 성광일보
  • 승인 2022.08.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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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자
이옥자
수필가, 성동문인협회 이사

소나무는 산비탈이나 바위틈에서도 잘 자란다. 어디서든 잘 자라고 향을 지닌 소나무를 옛사람들이 닮고 싶어라 했다. 나도 나무 중에서 사시사철 언제나 푸른 소나무를 제일 좋아한다. 
겨울철 소나무에 눈이 쌓이면 가지를 늘어뜨려 하얀 옷을 입은 듯 환상적이다. 아침 일찍 산으로 향하여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으니 뽀드득 소리에 기분이 상쾌하다. 발자국을 내며 소나무 숲을 걸으면 은은한 솔 향기에 정신이 맑아진다.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의미로 '수리'가 '솔'로 변화되었다고 추정한다. 중국 진시황이 소나무 덕에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어 공작의 벼슬을 주어 나무 木 공작 工이 되었는데, 이 두 글자가 합쳐서 송松자가 되었다고 한다.

소나무의 꽃말은 정절과 장수이다. 정절은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장수는 소나무의 수명이 수백 년 이상으로 길어서 붙여진 듯하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언제나 푸르러 지조 있는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 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한 제 독야청청하리라.

단종 복위를 도모하던 성삼문이 거사에 실패한 뒤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지었다는 이 시조는 선왕에 대한 곧은 절개와 충절을 다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선비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으뜸의 덕목은 절개와 지조였다. 사육신인 성삼문은 강직한 선비정신을 소나무에 비유했다. 

벼슬한 소나무도 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 소재한 정이품송은 수령 6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조선 제4 대왕 세조가 속리산을 행차할 때 밑가지가 저절로 들려 임금이 타는 가마가 가지에 걸리지 않게 했다고 하여 정2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소나무는 산수화에 주된 소재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추사 선생님이 귀양살이하고 있을 때, 자신의 처지와 인내를 표현했을 것이리라. 
또한, 소나무는 10 장생의 하나다.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 장수를 의미하는 열 가지 사물을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이문동 도구마을 서낭당에 큰 소나무가 있었다. 사람들은 오래된 소나무에 성스러운 기운이 있다고 하여 신목神木신이라 믿었다. 해마다 10월이면 서낭당 앞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을의 번영과 행운을 기원하는 굿을 열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자기 소원을 써서 소나무에 매달아 놓고 빌었다. 무당은 떡시루 위에 작두를 올려놓고 맨발로 작두를 타면서 춤을 추었다. 무당의 발바닥에 피가 날까 봐 마음을 졸이며 구경하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이면 나무는 잎을 떨구고 가지만 앙상한 나목 裸 木으로 서 있다. 그러나 소나무는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세찬 눈보라가 쳐도 꿋꿋이 서 있다. 그 의연함을 어찌 본받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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