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일생 최대의 행복
[수 필] 일생 최대의 행복
  • 성광일보
  • 승인 2022.08.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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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백중
수필가
성동문입협회 이사
윤백중

바라나시는 인도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바루나강과 아시 강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석가가 깨달음을 이룬 후 자신이 습득한 법을 처음으로 펼친 사르나트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가서 현장을 보았다. 3,000여 년을 이어온 힌두성지 바라나시는 한때 번성했던 불교와 무굴제국이 이어지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음도 짐작할 수 있었다. 무굴제국 말년에 많은 힌두 사원이 파괴되고 회교 사원으로 바뀐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건축물을 보면 힌두 사원과 회교 사원의 혼합형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뉴델리에서 완행열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바라나시는 종교를 토대로 발전한 도시라고 설명했다. 이 도시에는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갠지스강물에 목욕하면 죄가 씻겨진다는 믿음이다. 매일 찾는 힌두인들로 북적이는 바라나시는 현장에 갔을 때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일상생활에서까지 종교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도시는 인도의 어머니로 부르는 갠지스강변에 있어 가트가 도시를 대표한다. 가트는 강 서쪽 기슭에 100여 개가 있다. 강변의 계단으로 연결된 제방으로, 목욕하는 장소를 말한다. 강 위쪽에는 힌두교 전용의 화장터가 있다. 가트 주변 긴 언덕 위쪽에는 화려한 황후의 별장도 있고 아래쪽으로는 일반 사람들이 사용하는 작은 사원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갠지스강물은 우기와 건기에 따라 물의 높낮이가 크게 차이 난다. 건기는 12월에서 5월 사이라고 설명했다. 필자가 1월 건기에 갔는데 수면이 많이 줄어들어 가트가 물 위로 많이 나와 있었다. 수많은 가트 중에서도 성지로 알려진 몇 곳이 있는 것도 알았다. 바루나 상가 앞 판치 강가 등 5곳을 알려주었다. 이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곳이 다샤슈와메드 가트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낮은 강물을 따라 걸어서 가까운 가트로 갈 수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목욕하는 풍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구경꾼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보트도 이곳에 많다.

가트로 갈 때 일출을 보아야 최고라고 한다. 가트 높은 곳에서 강가의 일출은 장관이라고 한다. 필자도 일출을 보려고 복잡한 새벽길에 인파를 헤치고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더니 힘들여 간 일출 시간인데 날씨가 잠깐 흐려서 떠오르는 태양을 못 보았다. 예정대로 강가 앞에서 영업하는 배를 타고 관광을 즐겼다.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에 강물에 목욕하러 오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가트에는 세계 각국과 전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계층의 순례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깜짝 놀랐다.

갠지스강 근처 길거리에는 꽃을 파는 여인들도 많다. 노점상 옆에는 거지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기브미 원 달러' 하며 자선을 바란다. 걸인도 영어를 잘한다. 노인 등 걸식하는 이들에게 잔돈이나 음식을 주고 가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조금 여유가 있는 노인들도 걸식을 하며 죽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사후 화장한 재를 갠지스강물에 뿌리는 것이 소원이니까!

가트 계단을 내려가 갠지스강물에 발을 담그면 잠시 인간의 영욕을 초월한 강물이 말없이 흐름을 느끼게 한다. 이 순간 동쪽을 보면 둥근 태양이 떠오른다. 찬란하게 비치는 햇빛은 이곳에 있는 거지나 노인이나 모든 순례자에게 똑같이 비추어준다. 자연은 공평하게 그리고 매일매일 영원히 회전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이어간다. 순간 엄숙함을 느꼈다. 많은 인파 속에서 신발을 벗고 한참 동안 발 목욕을 했다.

강변에서 배를 타고 구경할 때 위쪽 화장장에서 버려진 물건들이 떠내려가기도 하고 멀리 보이는 곳에는 대나무 틀을 천으로 둘둘 말은 시체가 가트 위쪽에서 화장하고 남은 재를 갠지스 강물에 던져 흘려보내는 장면도 보았다. 근처에서 커다란 물고기가 수면 위로 불쑥 올라오는 장면도 보인다. 물고기 천국인가?

목욕할 때는 '룽기'라는 아랫도리를 두르는 치마 같은 천을 받아서 근처에서 갈아입고 입은 옷을 맡기고 내려가야 된다. 보트를 타고 가트 근처 위아래를 다니면서 먼발치서 가트 위에 많은 인파와 오래된 별장 건물들을 보는 코스가 있다. 배 옆에는 작은 거루 같은 배에 상품을 싣고 배에 바짝 붙어서 상품을 팔아 달라고 물건을 흔들며 큰소리로 영어로 떠든다. 한쪽도 아니고 배 양쪽에 붙어 시끄럽게 한다. 관광배의 속도를 맞춰 계속 쫓아 붙는다.

나라마다 관혼상제(冠婚喪祭)가 다르고 지역마다 특성이 있음도 확인했다. 인도 바라나시에 있는 갠지스강의 위력은 대단해 보였다. 14억이나 되는 인도 국민 중 80% 이상의 힌두인들은 누구나 살아서 갠지스강을 와서 보고 강에서 목욕을 하고 거기서 살다가 죽어 화장한 뼛가루를 갠지스강물에 뿌리는 것을 일생 최대의 행복으로 생각한다는 현실을 현장에서 보고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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