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풍상 風霜(1)
[단편소설] 풍상 風霜(1)
  • 성광일보
  • 승인 2022.09.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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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작산 마을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 발생했다. 
밤 12시가 다 된 자정 쯤이었다.
면사무소 옆에 '한일사'라는 간판을 붙인 <방첩대>에 고(故) 임장려 구장(區長)의 아들 임충호가 들어섰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이 지역 방첩대 분실장 이 중위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때 마침 희미한 전등불 밑 테이블 앞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졸고 있던 사복차림의 이 중위가 눈을 깜박거리며 임충호를 보자 말했다.
“통금시각이 다 돼가는 데 웬일이야?”
임충호는 이 중위에게 바짝 다가서며 주위를 한 번 휘둘러 본 다음 낮은 목소리로 속사기 듯 말했다.
“아주 중대한 일입니다.”
“ 중대한 일이라니! 뭐가···?”
“설도훈, 그자 말입니다.”
“뭐, 뭐라고! 설, 설도훈!”
이 중위는 설도훈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서며 임충호 앞에 다가 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임충호는 이중위의 귀 가까이로 입을 갖다 대다시피 하고는 설도훈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오늘 밤이 그 자의 부모 제삿날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래서 설도훈이 제 부모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 지금 집에 와 있다 그 말입니다.”
“그런 걸 네가 어찌 알았단 말야?”
“그걸 설명하고 있을 때가 못 됩니다. '신출귀몰'한다는 설도훈을 체포하는 데는 촌각을 다투는 이 시점이라 서둘러 체포 작전에 들어가야 합니다. 자초지종의 설명은 다음에 드리기로 하고요.”
이 중위는 초조해 발을 구르는 임충호와는 반대로 잠시 동안 멍하게 서있었다. 
지리산 속에서 한 때 빨치산 두목으로 암약하다가 정전 후 교묘하게  월북하였다는 설도훈! 그 놈은 월북하여 남로당 당수 박헌영을 만나려 했지만 그 때는 이미 6·25 남침전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숙청돼 정치범 수용소로 갔다는 정보를 들었다. 설도훈도 북한에 간 후 생사여부가 묘연하다는 정보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설도훈이 오늘밤 그의 집에 나타났다니 도대체 믿음이 가지 않아서였다.
“자네 말이 허위 사실 이면 어떻게 되는지 일지?”
“저가 뭣 때문에 목숨 걸 일을 이 밤중에 달려와 신고하겠습니까. 빨리 서두르세요.”
이 중위는 곧 무전으로 인근에 있는 지서에 긴급 연락 해 전투경찰로 하여금 작산의 설도훈 본가를 에워싸도록 작전요청을 한 다음 곧바로 대원 2,3명을 데리고 임충호를 앞 세워 작산 마을로 벌같이 달려갔다.  <다음호에 계속>

◆작가 조진태

·71년 <석화>로 이원수 추천 아동문학 등단. 
·76년 월간문학에 <우적>발표로 소설작품 활동.
·시민신문현상문예당선.
·방송통신대학신문 현상문예 소설 및 수필 당선.
·한국아동문학상. 중앙대소설문학상. 국민훈장 수여.
·창작집:《견습기》.《비목(장편)》.《강변의노래》.《찬란한 저녁놀(장편)》.《허수아비의춤(장편)》.《파란 메아리(장편)》.
·수필집: 《인생은꽃으로 향기로》.《세월의 소리》. 《오동잎 잎새마다” 외 창작동화집 다수.
·현재 옥출문학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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