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풍상 風霜(2)
[단편소설] 풍상 風霜(2)
  • 성광일보
  • 승인 2022.09.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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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태 작가
조진태 작가

방첩대의 이 중위 일행이 설도훈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전투경찰들이군용트럭을 마을 앞 모퉁이에 세워 놓고 소리 없이 엎드려 기면서 설도훈의 집을 에워싸고 있었다.
임충호가 이 중위에게 속사기 듯 말했다.
“절대로 생포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러다간 또 전처럼 실패합니다. 발견과 동시에 사살해야 이 작전은 성공합니다. 명심해 두세요. 꼭 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그 놈은 죽지 않으면 바람처럼 사라질 놈이에요. 그리고 저에게도 총 한 자루와 전경 두 명만 붙여 주세요. 그 놈이 만약 도주할 경우 퇴로의 길목을 지키다가 나타나면 사살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이어 임충호가 전경 두 사람을 데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단독무장을 한 이 중위는 탄띠에서 빼어 든 권총의 방아쇠에 걸은 검지에 신경을 모았다.
이들은 군화 발소리를 죽이고 대청마루에 올라 서자말자 미닫이문을 와락 밀치며 총구를 겨누며 소리 질렀다.
“어설픈 수작 말고 손들어! 반항하면 사살이다!”
이 중위의 목소리 외는 어떤 움직임이나 소리가 없었다. 희미하게 비치는 전등 불빛 아래 추사글씨의 복사본으로 보이는 펼쳐진 병풍 앞에 제사상이 차려져 있었다.
제사상 양쪽엔 촛불이 간들거리고, 한 가운데에는 망인의 두 영정이 놓여 있는 데 제물로 차려진 제사상엔 어동육서(魚東肉西)에 조률이시(棗栗梨시)가 정갈하게 놓여 있고 차린 음식은 간소했다. 
설도훈 부부가 엎드린 곁에 대여섯 살 정도 된 사내 아이가 사과 한 쪽을 배물고 있다.
느닷없는 고함 소리에 설도훈 내외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이중위는 긴장된 눈으로 그를 응시했을 때 그는 틀림없는 설도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명 수배된 사진이나 뿌려진 삐라에서 너무 많이도 봐 왔기 때문이다. 
“···  ···  ···”
무거운 정적이 잠시 계속 되었다.
정적과 침묵, 그리고 공포와 불안, 긴박과 초조··· 
드디어 설도훈은 두 손을 들고 엎드렸던 자세에서 일어서며 뒷걸음질로 벽에 기대섰다. 그리고는 상체를 요지부동인 체 발가락 끝을 움직였다. 
이 중사는 그의 가슴에다 권총을 겨누었다. 그와 동시에 생포할 목적으로 왼쪽 호주머니에서 수갑을 끄집어내려는 순간! 정말 전광석화와 같이 땅(방바닥)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 중위가 방아쇠를 거듭 당겼지만, 이미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설도훈을 맞추지는 못했다. 이 중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 없이 닫혀버린 방바닥을 향해 권총을 난사했다. 그는 임충호의 말을 떠올리며 더욱 흥분했다. 그는 벌벌 떨고 서있는 설도훈의 처에게 총구를 돌려 방아쇠를 당겼다. 
“찰깍!…!”
탄환이 떨어져 탄창에서 빈 소리가 날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다.
설도훈의 처는 가슴에서 핏줄기를 뿜으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대여섯 살 먹은 어린애가 이 때까지 눈알만 깜박거리며 보고 있다가 갑자기 '왕!'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시체 곁으로 달려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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