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장님’을 어이 할꼬...
‘눈 뜬 장님’을 어이 할꼬...
  • 성광일보
  • 승인 2022.10.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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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으셨던 까막눈을 가진 어머니는 유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 누구보다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읽으셨다.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계신 듯 속속들이 알아보셨다. 학문이나 지식이 아닌 지혜로 세상을 읽는 것이었다. 글을 잘 쓰고 외국어를 잘한다고 으스대는 사람들, 잘나가는 사람들끼리만 편먹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내 편이 아니라 생각되면 밑도 끝도 없이 무시하는 사람들과는 결이 다르고 격이 달랐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분들이 하는 말을 정성껏 듣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리라.

한바탕 투기 광풍(狂風)이 몰아치면 우리는 모두 돈에 눈이 먼 장님이 되어간다. 돈 바라기가 되어 함께 휩쓸리고 함께 뛰어다닌다. 어느 곳에 알박기해야 돈이 될까? 황소 눈을 크게 뜨고 깜박거리는 사람, 높은 하늘에서 먹잇감을 찾는 매의 배고픈 눈으로 온 땅을 스캔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도회지 부근에 5일 장이 서는 듯하다.

세상이 온통 한가지 색깔로 덧칠해지면 다른 색이 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 스스로 색맹이 되어 가는 것이다. 어쩌면 쏠림현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를 어이할꼬.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불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味, 마음이 없으면, 보여도 보지 못하고, 들려도 듣지 못하고,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한다)라. 내 편 바라기가 되어버리면, 대롱을 통해서만 하늘을 바라본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옆에 있는 아름다운 사물을 전혀 보지 못한 채 탐욕의 마음으로 가림막을 치니 바깥의 밝은 세상을 어찌 볼 수 있으리오. 일향(一香), 일색(一色), 일풍(一風)에 매몰된다면 너와 나의 구별은 어떻게 할까. 한 곳에만 매몰된 삶에 역동성이 있을까? 그 지루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획일화를 외치고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팬덤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일러 세상이 온통 미쳐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 ‘눈 뜬 장님’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각구름은 동네별로 소나기를 퍼붓는다. 어느 구름 속에 빗물이 들어있는지 어찌 알겠는가만, 전에는 전국적으로 권역별로 비가 내리더니 요즘에는 동별로 지역별로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골고루 나누어 내리던 비가 한곳에 집중되어 큰 난리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느 지역이 투기 광풍에 휩싸여도 이와 비슷한 듯하다. 한집 넘어 한길 건너 가격 차이가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다. 그러니 부자동에 살면 부자되고 대박동에 살면 대박 맞는다는 소문이 날 만도 한 것이다.

보지 못하면 알지 못하고 모르면 깨닫지 못한다. 어둠 속에 있으면 보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빛 가운데 있으면 볼 수 있으려나? 빛이 벽이나 장막으로 차단되면 어두워서 사물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겉은 볼 수 있으나 속은 볼 수 없다. 반짝반짝 빛나는 돈만 보이고 어둠에 묻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돈 되는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뱀을 싫어하면서 장어는 잡으려 든다. 꽃 그림자가 구름 모시듯 하고, 설마 하는 믿음이 맹신이 되곤 한다.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한 <<돈 돈 돈, 돈을 벌자>> (작사 송란교, 작곡 노영준, 노래 정선희)라는 노래 가사를 소개해 본다.

『하루 종일 눈치 보며 뼈 빠지게 일만하다 / 가죽지갑 텅 비었다 염치없어 말 못하네
자고나면 이자 붙고 달이 가면 월세 받는 / 강남빌딩 건물주가 나의 희망 나의 소망
으랏차차 돈 벌어서 기분 좋게 한턱 쏠께 / 돌아돌아 돈이 돌아 온다온다 내게 온다
와와와와 돈돈돈돈 나도 한 번 벌어보자 //

하루 종일 눈치 보며 화장실도 자주 못가 / 돈 없다고 무시하다 수준 낮다 떠나가네
있으면은 얼마나 있고 많으면은 얼마나 많냐 / 나도 있다 너 만큼은 나도 많다 큰소리쳐
으랏차차 돈 벌어서 배터지게 한턱 쏠게 / 돌아돌아 돌고 돌아 온다 온다 내게 온다
와와와와 돈돈돈돈 왕창 한 번 벌어보자 / 와와와와 돈돈돈돈 나도 한 번 벌어보자.』

왕창 벌어서 크게 베풀면 더 큰 돈이 벌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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