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만이 정답이라고?
직진만이 정답이라고?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2.11.24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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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돌아가는 길을 모른 체 직진만이 답이고 직진만이 출세하는 길이라 믿는 사람은 요즘같이 바깥 풍경이 좋은 시절에 신작로 옆으로 길게 드러눕는 들꽃을 바라볼 여유가 있을까? 혈관이 꽉 막히면 틀어막고 있는 찌꺼기들을 제거하거나 혈관을 더 넓혀야 한다. 그것도 어려우면 막힌 부위를 돌아서 지나가도록 다른 혈관을 잇대는 우회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코앞만 바라보면 발아래 뒹구는 조그만 돌부리는 볼 수 있을지언정 낮은 나뭇가지에도 머리를 부딪칠 수 있다. 멋진 단풍이 내려앉은 먼 산의 아름다움은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휴게소 없는 직진형 고속도로, 최저제한속도 규정을 지켜야 하기에 쉼을 할 수 없다. 달리는 속도가 경쟁자보다 빠르면 원하는 목적지에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 추월하려고 달려드는 경쟁자들을 따돌리려면 자라목을 하고 눈을 가늘게 떠야 한다. 그러다 보면 눈동자는 점점 더 작아지고 마음은 더욱더 바빠진다. 검은 눈동자보다 더 작은 대롱 속으로 차들이 휙 휙 지나가는데 아름다운 바깥세상을 어찌 바라볼 수 있으리오.

졸음방지 휴게소가 있는 도로, 가끔은 쉼을 하기에 속도가 더디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천천히 가다 보면 육방 만 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볼 수 있는 것이 많으니 생각도 더 한갓지고 마음 또한 여유롭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뒷목의 뻐근함은 속도의 빠름에 비례한다 할 것이다.

직진만 아는 사람은 옆길이 있음을 잘 모른다. 아니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길을 애써 무시하고 그저 앞만 바라보거나 한 길만 고집한다. 여기저기 둘러볼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니 바쁘게 뛰는 것도 습관이 된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그 길만이 정답이라고 더 강하게 믿는다. 돌아가는 길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천천히 걸으며 간혹 옆길도 본다. 여러 갈래의 새로 난 길을 찾아내어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길을 고른다.

작은 눈 좁쌀 같은 마음은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에 다른 사람들이 혹여 내 눈을 속이려는 것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가 더 강하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의 선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다른 사람들의 작은 흠들이 그만큼 크게 보인다.

큰 눈 바다같이 넓은 마음은 세상을 크게 바라보기에 다른 사람들의 흠들이 작게 보인다. 수리학에서 분자의 크기는 변동이 없는데 분모의 크기가 달라지면 그 분자의 가치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과 같다. 밥을 지을 때 한 종기 쌀에 물을 적게 부으면 꼬들꼬들한 고두밥이 되고 많이 부으면 질퍽질퍽한 진밥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의 흠이 크게 보인다는 것은 나의 마음이 그만큼 작은 것이다. 마음을 좁게 쓰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크게 느끼니 끝내는 그 사람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찰짐이 없는 까칠한 고두밥을 혼자서 꾸역꾸역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흠이 작게 보인다면 나의 믿음이 그만큼 강한 것이다. 마음을 넓게 쓰면 아름다운 이웃이 더 많이 몰려온다. 그래서 한 끼의 밥도 그들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바람은 대숲을 만나 웃고, 계곡은 여울을 만나 웃으며, 새는 노래로 웃고, 먹구름은 천둥으로 웃는 것이다. 웃는 것이 아니라 우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가는 데로 몸도 기울기에 필자의 마음은 웃고 있다는 편이다. 내 편만 바라보는 한쪽 바라기는 몸도 마음도 한쪽으로 굽는다. 바람도 내 편이라 믿고 비도 내 편이라 믿으면서 시멘트 없이 벽돌만 쌓아 올리면 내 편도 무너진다. 굽은 오리 목뼈가 되면 그 곁에 누가 남겠는가?

나비가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꽃, 주인이 손길 한번 주지 않는 꽃은 아름다운 꽃이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이 발길 한번 들여놓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이 말 한마디 건네오지 않는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차가움이 밀려오는 계절이다. 장미 넝쿨 닮은 이웃이 오래 머물도록 내 입술을 따뜻하게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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