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을·겨울. 그리고 인생
[수필] 가을·겨울. 그리고 인생
  • 성광일보
  • 승인 2022.11.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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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태 / 작가
조진태 / 작가

가을로 접어들면 언제 봄이 있었고, 한여름이 있었나 싶게 서늘한 느낌이 든다. 움트는 봄, 성장의 여름은 생기 넘쳐나는 활동의 계절이었다. 곁도 앞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분주하게 활동한 계절이었다. 패기도 있었고, 정력 넘치는 삶이 있었을 뿐,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도 몰랐다.  
그런데 가을과 더불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선 계절은 어쩐지 쓸쓸하고 서글프고 애상에 젖어진다. 

소매 끝으로 파고드는 찬바람에서도 그렇고, 뚝뚝 듣는 만산의 홍엽에서 가을 소리를 들으면 “지나친 그 세월(짝사랑 의 한 구절)"을 새삼 생각나게 한다.

또한 뜰 앞에 선 오동나무에서 아기 우산만큼이나 한 오동잎이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소리를 낼 때면 더욱 쓸쓸한 인생살이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7·80대의 노년들에게는 흐르는 세월은 마치 전광석화와 같이 느껴진다.
주희(朱熹)의 칠언절구(七言絶句)에도 “연못가에 돋은 봄풀 꿈에서 깨기도 전에, 뜰 앞 오동잎 가을소리 내네.(未覺池塘春草夢, ?前梧葉已秋聲)"라고 읊었다. 

참으로 빠르게 가는 것이 세월이다. 이렇게 가는 세월을 실감할 수 있는 계절이 바로 가을인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서글프다. 쓸쓸하고 외로워지고 고독하며 한숨마저 절로 난다. 작사가 박영호는 고복수가 노래한 '짜사랑'이란 가사에 이렇게 적었다. “들녘에 떨고 있는 임자 없는 들국화/바람도 살랑살랑 맴을 돕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은 들국화, 바람도 그저 못 지나쳐서 맴을 도는, 그런 쓸쓸한 가을이다. 그런 가을 한 복판에 서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껴야 할까. 

지난 세월 돌이킬 수도 없고, 가는 세월 붙잡을 수도 없다.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기" 라도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고장도 ,멈춤도 없다, 그런 것이 연년세세다.(年年歲歲). 

이 연년세세에  일 년을 4등분 한 것이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이며 겨울의 4계절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일생을 4등분하면 태어나 자라는 기간 25세까지가 봄이며, 50세까지는 여름이며,75까지는 가을이고 남은25년 즉 백세까지는 겨울에 비유할 수 있다. 봄에 해당하는 25세까지는 눈트고 꽃피는 봄으로 인생의 시작이요 출발이다. 26세부터 50세까지는 뜻대로 계획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인 여름에 해당된다. 51세부터 75세에 이르면 계획하고 실천해서 결과물을 거두어들이는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온다. 그래서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 한다. 

여름 한 철을 어떻게 노력하고 관리에 왔느냐에 따라 거두어들일 결과물은 다를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 거두어들인 결과에 따라 겨울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거둘 것이 없으면 겨울을 나기 힘들 것이고, 거둘 것이 많으면 겨울나기 걱정은 없을 것이다. 성경에도 “씨를 뿌리는 자는 정녕 그 기쁨의 단을 가질 것"이라 했다.  

내 나이는 벌써 80대의 중반기에  와있다. 올 해의 가을은 아직 한창이다. 그러나  내 인생은  4/4분기에 접어든 겨울인 셈이다. 그 겨울의 침잠 속에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지난 세월을 반추해 본다. 아들, 손자, 며느리 열두 명이 모두 건강하고 저마다 직장에 충실하니 생활도 중산층이라 그것만 해도 봄에 씨 뿌려 여름에 가꾸며 흘린 땀  가을 되어 거둔 겻이 아닌가 싶다.

살아온 인생 1-3/4분기 동안 근면성실로 일관해 오며 남에게 폐 안 끼치고 나 역시 손해 안 보고 살아 왔으니 황혼 인생  흔들림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거둔 것이 넉넉해서 일까.

오늘의 한국인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백세를 누리며 사는 시대가 되었다. 그야말로 장수 시대다. 하지만 장수한다고 만족해 할 일이 아니다. 질 좋은 삶이라야 한다. 병고에 시달리며 목숨만 유지하며 백세가 아니라 천세를 산들 그게 무슨 참삶이겠는가.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금수처럼 살수는 없다. 오늘 날 금수 애호가들이 부쩍 늘어 그것들과 인간이 동일시 하며 사는 세상이 되었다. 개와 사람과의 관계가 그것이다. 

어느 코메디언 한 분이 강아지를 안은 아주머니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아주머니가 안았던 강아지를 내려놓자 강아지가 제멋대로 달아났다. 아주머니가 말했다.

“메리,메리 이리와! 엄마 여기 있다.”
옆에 섰던 코메디언이 말했다.
“아주머니. 어쩌다가 개새끼를 낳았소?”
역시 개는 개여야 하고 사람은 사람이어야 한다.
개와 사람이 같을 수 없다.
그런대 사람이 개보다 천대 받는 사실도 있다. 혼자 되신 80을 넘어선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한 가정이 있다. 구석진 골방에서 온종일 외롭게  노인은  하루 세끼 식사상을 받을 때 만나는 며느리의 얼굴을 보는 외는 종일 혼자 지낸다. 젊은 내외는 제자식과 함께 망아지만한 토사견을 한 방에서 같이 먹고 같이 잔다. 토사견을 한 달 먹여 기르는데 드는 돈이 월 3백만 원이라고 자랑한다. 늙은 아버지께 드는 월 생활비는 얼마일까.
몽양 여운형 선생의 어록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사람이면 사람들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사람이며, 내가 사람이 아니면 사람들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사람이 아니니라.”
그렇다. 사람이면 사람이고 사람이 아니면 사람이 아닌 것은 진실이다.

사람이 아닌 사람이 이 지구상에는 사람 흉내를 하며 사람 위에 군림하기도 한다. 독일의 히틀러가 그렇고, 이테리의 뭇쏘리니,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천황이 독재자로서 사람이 아닌 잣을 하며 사람인양 존재했다. 더구나 오늘 날 북한의 김정은은  3대 세습까지 하며 독재자로 사람처럼 형세하지만 사람이 아니다. 

수천만 북한 주민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데도 전쟁준비를 하느라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다. 탄도 미사일 한 개 쏘아 올리는 데 쌀 수천 가마의 값이 드는 데도  열 개, 스무 개 씩을 마구 쏘아대는 미치광이 짓을 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 민조 끼리 살자”는 말을 입에 달고 있으면서 동족의 심장을 겨누고, 남침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게 사람인가! 사람이 아니지.
사람이면 누구나 가을을 맞이하게 되고, 가을이 되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절이다. 그래서 과연 내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뿌린 대로 거두어들여 인생의 4/4분기인 황혼기 인생 백세 시대를 값지게 살 수 있을지?  지난날을 반추해 보는 시기가 바로 이 가을이요, 겨울이겠거니,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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