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적때기를 벗어라
거적때기를 벗어라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2.12.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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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미세먼지를 온종일 품고 지내는 것도 버거운 데 무거운 거적때기를 걸치고 살아야 하니 고달픈 삶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하늘에서 복(福)문이라도 열려 미세먼지도 밀어내고 거적때기도 쓸어내 버리면 좋겠다. 이렇게 힘들어하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 지옥으로 끌려가는 길인지 소풍 놀이 가는 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목청껏 외칠 수 있고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허접한 거적때기조차 스타가 걸치면 명품이 되기도 하고, 하찮은 말도 스타가 내뱉으면 유행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만인(萬人)은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서 홀로 빛나는 스타가 되기를 꿈꾼다.

세상을 밝게 보려면 검은색 선글라스를 벗어야 한다. 먼지가 두껍게 내려앉은 안경을 끼고서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다. 선한 이웃을 만나려면 시커먼 거적때기를 벗어야 한다. 마음의 때를 벗겨내야 한다. 불량한 마음으로는 아름다운 마음을 엿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긴 도로를 따라 피어있는 때 낀 꽃들도 지나가는 손님을 붙들고자 아침이슬로 때 묻은 얼굴을 씻어내고 나비의 날갯짓에 새로 분칠을 한다. 이들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훔칠 기회를 만들려 노력하는 것이다. 바라보는 이가 있어야 가꾸는 재미도 있겠지요. 어둠 속 굳게 닫힌 철제 대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한 줄기 빛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주렁주렁 매달리게 한다. 사람들은 어둠보다는 밝은 빛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빛을 흩뿌리고 흑암의 거적때기를 벗어라. 그래야 별들의 속삭임을 엿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별들이 어두운 밤에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나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는 신호가 아닌가. 발광(發光)하는 스타가 되려거든 별빛을 가로막는 거적때기를 걷어내고 파도 소리 잔잔한 바다 위에 누워서 별들의 속삭임 소릴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밤을 이기는 전설의 영웅이 되려면 별빛 끝에 매달린 이슬 맛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내뱉기보다 ‘이 나이이니까 해야지?’라고 바꾸어 말해보자. 젊은 마음으로 다가가고 긍정의 생각으로 뛸 때만이 늙어가는 육신을 막아내고 부정의 끈을 싹둑 자를 수 있다. 오늘 하루 동안 겉은 낡아지더라도 내일은 마음속이 더 새로워져야 한다. 어두운 장막 속에 갇혀 있으면 어느 세월에 밝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겠는가? 생각이 검어지면 보는 눈도 세상도 모두 검어진다. 이 나이에도 장막을 밀어낼 힘이 아직은 남아 있으리라 믿어보자. ‘Chance to Change’, 나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적합한 때라고 외쳐 보는 거지 뭐...

시장통 길바닥에 짓밟혀 뭉개어진 시래기 줄기도 누군가 주워가는데 고급스러운 거적때기를 휘황찬란하게 둘러쓴 살찐 몸뚱이는 누구 하나 쳐다보지도 않는다. 모래가루 덕지덕지 박힌 가래떡 한 조각도 쪼아대는 비둘기가 있는데 쓰레기통 옆에서 맛있게 뒹굴고 있는 욕심 덩어리는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간을 보면서 ‘찌지직 찍찍’ 쥐새끼들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데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다. 보지 않으려는 눈은 쥐 안 잡는 고양이와 무에 다를까? 쥐를 쫓아내던가 잡아야 함에도 누구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누가 먼저 잠이 드나 내기를 하는가 보다.

멸치 내장은 검은색이어서 똥이라 말하지만 내장이다. 멸치 내장은 머리 쪽에 붙는가 몸통 쪽에 붙는가? 어느 쪽에 붙어 있다고 말할 것인가? 간혹 멸치 내장을 떼어내려 머리와 몸통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면 주로 머리 쪽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 큼직한 멸치는 머리를 떼어내고 내장을 꺼내고 몸통을 반으로 갈라놓아야 요리하기 편하다. 머리 복잡할 때는 멸치를 다듬어 보자. 깨끗하게 정리되는 멸치처럼 복잡한 머리도 맑고 단순해진다. 울적한 생각을 떼어내면 깔끔한 희망이 보인다. 흑심(黑心)을 품은 연필도 이웃 사람들의 하얀 마음을 끄적거려 밝은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비법을 지니고 있다.

지친 영혼을 머금은 이슬 한 방울, 처마 끝에 매달리다 ‘툭 탁’ 떨어지며 밤의 적막을 흔든다. 새로운 달력을 받아들고서 쉼 없이 달려온 인생, 원점(原點)으로 돌아가는 영시(零時)를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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