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이유
이별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이유
  • 성광일보
  • 승인 2023.01.0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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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숨이 꽉 막히는 아픈 이별은 누구에게나 슬픈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라면 충격이 더 크고 감정을 추스르기도 무척 어렵다. 부모나 형제간의 이별이라면 말해서 무엇하랴. 아무리 연세가 많은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이별은 아프다. 눈물로 날이 저물고 슬픔으로 달이 진다. 이때는 옆에 있는 사람들이 따뜻하게 보듬어주어야 할 시간이다. 그런 유족의 마음을 무시와 비웃음으로 쿡쿡 찔러댄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나의 죽음은 고귀하고 다른 사람의 죽음은 비천한 것이라 누가 감히 말하는가. 사별(死別)은 선별적으로 거래하는 물건이 아니다. 누구나 피할 수 없기에 차등이 없고 평등한 것이어야 한다. 이별의 슬픔은 호불호(好不好)나 친소(親疏)의 관계를 떠나 똑같은 무게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화는 할 수 있어도 결코 비하해서는 안 된다.

몸에 지니고 다니던 하찮은 물건도 잃어버리면 아깝고 서운한 것인데 사람과 사람의 이별이라면 그 얼마나 슬프고 애절할 것인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을 저주의 굿판으로 만들면서 유족의 슬픈 마음을 장삿속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정당당(正正堂堂)하지 못하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결코 뽑아낼 수 없는 커다란 옹이를 한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게 된다. 그 비통함은 세월이 쌓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눌어붙는 것이다. 그런 마음의 틈새에 소금 뿌리듯 무자비하게 찔러댄다면 아물지 못하는 상처는 무덤에까지 이어질 것이다.

죽음에 어찌 호상(好喪)이 있겠는가? 장삿속에 눈이 어두워 이웃을 속이려는 사람이 가짜 죽음과 가짜 슬픔을 만들고 세상을 온통 가짜로 만들려 하는 것 아닌가. 죽음을 누가 상품화하는가? 은행에 맡겨놓은 예금을 찾을 때는 선입선출(先入先出)법이 적용되고 군에 입대하면 선임병이 먼저 제대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세상 하직에는 순서가 없다. 위아래 구분이 없고 선후배를 따지는 법도 없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부고(訃告)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망인(亡人)이 가는 길을 티끌로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상주(喪主) 앞에서는 겸손한 예의를 갖추자. 잔(盞) 따라 복이 가고 복 따라 술이 온다. 알면서도 실천이 따르지 못하니 안타깝다.

사람이라면 모두 영생을 바라지만 우리는 그 영생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육신은 노화(老化)의 길을 피할 수 없다. 그 길이 평탄한 길이어서 조금 순하게, 울퉁불퉁한 길이어서 조금 힘들게 걸어갈 뿐이다. 슬픔은 나누어야 반으로 줄고 기쁨은 더해야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별의 아픔을 조금씩 나누어 갖는다면 유족들도 힘든 날들을 쉽게 극복할 것이다. 날이 차가울수록 따뜻한 화롯불이 더 생각나는 것처럼 잠깐만이라도 따뜻한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알면서 왜 머뭇거릴까?

‘오늘’이 그렇게 힘들어서 죽고 싶은 날이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날’은 그렇게 살고 싶어 했던 ‘그날’일 수도 있다. 어제도 내일도 누군가에게는 애타게 살고 싶어 하는 날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죽은 자의 내일이 산자의 오늘이니까. 그만큼 발버둥 치며 살고자 하는 그날이니까. 산자인 우리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는가? ‘미움은 다툼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우니라’(잠언 10:12) 하였는 바 서로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존경과 배려가 넘치면 좋겠다.

내 빈소에 찾아와 나를 칭찬하며 눈물 흘려줄 사람보다, ‘저놈 잘 죽었다’고 험담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 이 세상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울까? 영정 사진 앞에 머리 숙이는 친구가 왜 이리 없냐고 푸념할 것인가? 그게 다 자신의 업보인 것을! 사람은 외롭게 태어나서 외롭게 죽어가는 존재다. 태어나면서 우는 자는 ‘나’ 자신이지만, 자신이 떠날 때 우는 자는 타인이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기에는 세찬 추위를 견뎌내야 할 날들이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 불편하게 식어가는 빈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친구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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