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하 / 시인, 성동문인협회 고문
개이지 않는 하늘,
천둥이 몰아쳐 올 때라도
어머님은 얼굴을 꾸미시거나 고치신 적이 없습니다.
어머님 얼굴엔 내가 선명합니다. 이젠 뼈마디와
굵은 핏줄만 남은 어머님 손길을 어루만지며
원죄 같은 의식으로 아리는 슬픔의 오늘은
내 어느 풍토에 자리한 나무일지요.
그 흑암의 방 안에서 바라보시던 동공에
나는 천형(天刑)의 시인
언젠가는 꼭 한 번만이라도
겨웁도록 보듬어보고픈 하늘 아래
어머님, 안팎이 오한으로 떨려옵니다.
“양지를 가리지 않는 나무는
뿌리가 깊게 묻혔기 때문”이라고 이르시던
어머님, 나를 자율시키는 그 한 마디
대, 대를 이어서 닦고 간직하렵니다.
오늘도 마냥 울음을 불리웁는 이, 우리 어 머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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