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규
시인, 소설가
시인, 소설가
그날 어스름에 잠이 들었다 깨었을 때
식구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
벽걸이 등잔만 홀로 껌뻑이고 있었지
어렸던 마음에 문득 겁이 들어
불쑥 집밖으로 달음질쳐 나가려다
왜일까 돌아보고 싶어 발길을 멈췄지
타고 있는 등잔불만 두고 갈 수도 없거니와
달아나는 내 모습을 들키는 것도 싫어
슬며시 벽에 다가가 뒤꿈치를 들고 섰지
그러나 등잔을 끄지는 결국 못 했지
석유? 심지? 불꽃 자체? 아니 오히려 어둠?
무엇이 등불을 태우는지 알 수가 없었지
그 저녁 등잔이 아직껏 켜 있었나?
이제는 끌 수 있잖을까 고개 쳐들고 묻네
곽명규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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