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자유시 주제의 다양성과 개성
[수필] 자유시 주제의 다양성과 개성
  • 성광일보
  • 승인 2023.02.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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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수필가,평론가
성동문인협회 회원
김재화
수필가,평론가

시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정의가 사라진 지도 몇 시기가 지난 듯 오래되었다. 지난 시대 우리가 애송하던 많은 시에도 다양한 주제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아름다운 서정시를 대하듯 가슴에 새겼다. 시와 독자 감성의 일치는 격동기 한반도 불우한 역사의 공감대였다. 청춘의 사랑도 삶의 현실도 일률적으로 어둡기만 한 시대에 시인의 꿈은 독자 마음의 위안이었다. 
이러한 감성의 일치는 현대시에서 극소화되기 마련이다. 자유와 개성의 시내, 주제의 다양성, 기법의 무형화 등, 이제는 교실에서도 체계화된 문법 가르치듯 하지 않는다. 시의 창의성은 신선하고 경이롭다. 문학뿐 아니라 예술 분야 전반에 걸쳐 현대문명의 하나로 변모 발전하고 있다.
이번 《성동문학》에서 추천한 시인의 대표적 시를 위에서 언급한 자유시의 양식과 주제의 명확성을 중심으로 읽어 보기로 한다.

동병상련 同病相憐

근로자의 날

왕십리역사 에스컬레이터
휴일도 없는 고된 업무에 울화병을 앓는다

기우뚱 
한쪽 어깨로만 쏠리는 매일의 짐
균형 좀 맞춰 실어 달라 소리쳐도
못 들은 척 모두 귀를 닫았다

알몸으로 털썩 주저앉아
보내는 하소연의 눈길
지난날 나를 보는 듯 애처롭다

잠시 쉴 틈도 없던 고된 날
새끼들 주린 배 채워주기만 급급했던
그 시간들이 날궃이 하듯 온몸으로 울고 간다

안간힘으로 버티던 삶의 무게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그곳에  
힘들어 주저앉던 내가 서 있다

이 시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삶의 고통'이다. 시의 제목이 시사하듯 티자의 고통에서 화자는 즉각 자신의 지난날의 모습과 병치시킨다. 설사 여름이라도 알몸으로 노동을 하는 모습은 흔치 않은데 시인은 남달리 과민한 시선으로 대상을 파악한다. 주제의 전달이 명확하고 개성적이다. 하필 근로자의 날이기에 과도한 노동의 모습이 더욱 안쓰러운 것이다. 

또한 화까지 치밀어옴은 시인이 느끼는 대다수 일반인의 무관심이다. 흔히 일상의 삶에서 무작위로 크고 작은 고통의 시간이 우리들 목전에서 왔다 가지만 각자 삶의 희망과 행복의 실제 보답이 보일 때 인간은 한 몸을 혹사해도 감내한다, 

그럼 시인이 설정한 고통의 실체는 무엇인가.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무거운 짐에 눌려 있는 대상에 순간 자기자신의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중첩된 고통이다. 우리의 현실은 지난 삶과 달라도 자신들의 기억의 창고에 남아 있는 개별적인 몇몇 기억들은 긴 세월에도 남아 있다. 희로애락의 실제 경험이 지금의 회상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각기 성격이나 가치관 그리고 감성과 지성의 차이는 자기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거나 후회하거나 반성하기도 한다. 심리학자라면 세밀히 분석하겠지만 이 시의 화자는 정직하게 자신의 과거를 말하고 있다. 

정직한 삶의 인식은 지성과 감성의 척도가 높아 짐에 따른다. 무심히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에 독자는 매료 될 리 없다. 시는 무심한 다수의 삶 속에 때로는 고독한 시의 주인공처럼 예지와 공감의 지평을 여는 사람들이다. 

이 시의 첫 장면의 설정도 주제와 빠르게 연결된다. 서울에서도 넓은 광장이 있는 왕십리역, 그리고 유난히 긴 머리뼈의 에스컬레이터에 종일 오르내리는 시민들, 그중 한 사람의 시선이 그들과 달랐던 것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일반인들을 무심한 사람들로 간주한 것은 사적인 견해의 확장이며 강조하기 위함이다. 실제로는 주인공의 과거 고통의 삶 이상도 겪어낸 사랑들도 많을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이며 고통의 양상이 달라진다 해도 미래 또한 만인의 고통 없는 안락한 삶은 인류의 연속적 염원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인이 고통의 주제를 개인의 삶에 중심을 두고 끝을 맺은 것은 매우 절제되고 개성 있는 시점을 잡은 것이다. 흔한 넋두리가 없는 과거의 상처 묘사는 시의 절제된 형식으로 오히려 독자의 감성과 이해의 폭을 넓혀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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