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말, 한입 잡숴 봐U!
맛있는 말, 한입 잡숴 봐U!
  • 성광일보
  • 승인 2023.02.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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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 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혼자서 홀짝거리는 커피보다, 단짝 친구와 마시는 커피가 더 달콤하다.

시장에서 사온 냉이국보다, 엄마가 들판에서 캐온 냉이국이 더 땡긴다.

플라스틱통에 담긴 인조된장보다, 할머니가 새우등으로 빚은 약된장이 더 그립다.

차가운 말에 따뜻한 마음을 입히고, 가시 달린 말에 둥근 난향(蘭香)을 더했다.

예쁜 말, 예쁜 미소를 맛깔스런 접시에 담았으니, 입이 어찌 게으름을 피우겠는가?”

『맛있는 말, 한입 잡숴 봐 U!』 책 표지에 실린 문장이다. 배가 고프면 무의식적으로 먹을 것을 찾듯, 당 떨어진 마음에는 맛있는 말이 필요하다. 맛있는 말이란 무엇일까? 말을 맛있게 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가격이 폭등해서 가스레인지 꼭지를 꽁꽁 잠가 놓은 듯 새지 않는 머릿속을 퉁퉁 두들겨 본다. 가야금 열두 줄 소리는 쾌활한데, 내 머리는 왜 이리 둔탁한가.

맛있는 음식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 순간 식욕은 왕성해진다. 그러니 어떤 음식이 차려지더라도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맛있는 말이란, 그 아련한 추억에 묻힌 엄마의 마음, 할머니의 정성이 생각나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침샘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존경이라는 마음과 함께 울컥 솟아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학교 갔다 돌아오는 자식을 기다리는 밥 내음, 살랑살랑 콧등에 올라타는 느낌이 좋다.

『맛있는 말, 한입 잡숴 봐 U!』라는 책에는 우리가 늘 사용하는 말 중에서, 그래도 찰지고 감칠맛 나고 맛있다고 생각하는 말들이 모여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냥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포근해지고, ‘나도 이런 말 한마디는 할 줄 아는데’ 하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진실한 마음은 강한 믿음을 동반한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무엇이 두려울까. 이 책에는 내가 믿고 의지하는 믿음의 말, 축복의 말, 예쁜 말, 맛있는 말이 한가득 담겨 있다. 주저함 없이 추켜들어야 할 것이다. 내 입술을 통한 맛있는 말 한마디가 악의 그물에 걸린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행복의 바다로 인도할 것이다.

가시 달린 말은 매운맛이 진하고 찔리면 아프다. 사랑 달린 말은 달콤한 맛이 강하고 서로 차지하려 한다. 말을 이쁘게 하는 사람은 마음도 이쁠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예쁘게 보려 하니, 말 또한 예쁘게 나올 것이다. 그러면, 이웃 간에 적이 없는 것은 당연하리라. 80세를 훌쩍 넘긴 홀로 사시는 손윗동서가 시골에서 집을 새로 지으며, ‘자네 몫으로 방 한 칸 더 넣었으니 언제든지 와서 쉬어가시게’ 하는 말을 듣는 손아랫동서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마음이 예뻐야 여자라는 유행가 가사도 있지만, 마음이 고우면 세상 모든 것이 좋게 보인다. 말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마음이 고우면, 말은 필연적으로 곱게 나오게 되어 있다.

귀한 말, 귀한 생각이 자신을 귀하게 만든다. 천한 말, 천한 생각이 자신을 천하게 만든다. 맛있는 말에 혀가 행복하고, 따뜻한 말에 마음이 머문다. 삭은 홍어의 톡 쏘는 그 맛, 막힌 콧구멍을 뻥뻥 뚫는다. 아랫목 굽은 시렁에 매달린 메주 한 덩어리, 맛있게 익어가는 하얀 곰팡이와 밤새 씨름을 하고 있는데, 시집 사람들이 내뱉는 말에는 모두 방부제가 들어있다고 귓구멍을 야무지게 틀어막지는 말자. 다른 사람을 향해 쏘아 올린 화살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달려올 수도 있다. 시집도 살다 보면 모두 내 집이다.

말에도 맛이 있다. 입맛 떨어지는 말보단 감칠맛 나는 말을 하자. 자식들이 외식하자고 하면, 군말하지 말고 따라나서자. 그리고, 무조건 ‘맛있다’, ‘고맙다’라고 말하자.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이런 것도 돈 주고 사 먹냐’라고 하면 ‘갑분싸’ 된다. 자식들이 애써 벌어온 돈 기분 좋게 쓰려는 데 화끈하게 칭찬해주자. 헛돈 썼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 나중에는 국물도 없으렷다. 혹여 마음이 조금 불편해도 ‘맛있게 잘 먹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맛있는 것도 참 많구나’라고 말해주면 자식들이 자주 찾아와서 맛있는 것 더 많이 사 줄 것이다. ‘먹을 것이 지천인데 내 입맛에 맞는 게 하나도 없네’, ‘배부른데 이런 걸 왜 먹어?’라고 말하면 다음에는 찾아오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맛있는 음식 한 상 차려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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