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이 짧았어!
내 생각이 짧았어!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03.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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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익숙함을 벗고 어색함에 도전해보자. 창의력과 창조성이 의심과 궁금증을 동반하면 인류의 편리성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낸다. 요즘에는 한 걸음도 걷기 싫어 굴러가는 바퀴에 올라타는 편리성에 기대어 지낸다. 물 한 모금 마시는 시간조차도 아까워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치는 참을성 없는 조급증 환자가 되어간다. 아무리 비싼 상품이라도 사용함에 조금이라도 불편하다 느끼면 홀라당 벗어 던져버린다. 그런 사람에게 번개를 닮은 디지털적 사고가 아닌 황소걸음 같은 아날로그적 사고를 말하면 실례가 될까?

늪에 발이 빠지면 빼내려 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간다. 익숙함에 몰입되면 더 깊이 집중하고 더 심하게 빠져든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 어색한 길을 선택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누구나 아는 방식대로 살면 누구나 다 이룰 수 있는 정도에만 머무를 것이다. 새로 산 청바지에 땟국물이 덕지덕지 물들어가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표시 나지 않으면, 그냥 입던 대로 입고 다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청바지가 본래 지니고 있던 원색은 온데간데없게 된다. 그 성질을 찾아내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동안 쌓였던 땟물은 빨아도 빨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상한 세제(洗劑)를 사용하면 청바지의 성질도 색상도 크게 바뀌게 된다.

이전에 가졌던 생각과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생각이 요술을 부린다. 그럼에도 손바닥 뒤집듯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앞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그 절경(絶景)이나 비경(祕境) 너머에는 뾰족한 절벽이거나, 혀를 넣었다 뺐다를 무한 반복하며 나의 발길을 유혹하는 독사들의 소굴일지도 모른다. 뒤편에서만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은 입이 쩍 저절로 벌어지는 절경이 있다는 사실을 꿈엔들 생각이나 하겠는가. 항상 바라보고 있는 세상에 머물면 그 세상 너머를 어찌 바라볼 수 있겠는가?

깡패를 깡패라 하면 깡패한테 혼나고, 깡패가 아닌 사람을 깡패라 우기면 착한 사람들이 지지해준다고 착각하는 정치인이 많은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깡패라는 단어가 왜 뉴스의 중심에 서는지 모르겠다. 착한 뉴스, 가슴 뭉클한 감동이 넘치는 뉴스도 많을 텐데 말이다. 좋은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눈이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지, 나쁜 짓거리만 찾아다니는 발걸음이 마음을 속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속마음을 한바탕 뒤집어 보면 좋겠다. 입맛 돋우는 봄나물 캐듯 좋은 뉴스도 캐내면 좋으련만.

20층에 머물러 있는 엘리베이터가 1층까지 내려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럴 때면 ‘왜 이리 늦는 거야’ 하면서 불평불만을 토로한다. 어느 층에서 조금 더 미적거리면 참을성이 폭발한다. ‘아니 엘리베이터가 자기 건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잡아 놓는 거야’ 하면서 공중도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낙인을 찍는다. 그 사람도 빨리 내려가서 급하게 일을 보아야 하는 마음은 ‘나’와 같을 것이다. ‘나’의 시간은 귀하고 ‘너’의 시간은 하찮다는 생각에 갇히면 정말이지 곤란하다.

‘나만’이 아닌 ‘그 사람도’를 떠올리자. 그 짧은 시간에도 긍정의 신호를 보내보자. 작은 차이지만 그것으로 말미암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씨앗이 뿌려진다. 내 생각이나 판단이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오만한 착각 속에서 빠져나오자. ‘내 생각은 항상 옳아야만 한다’라고 주장하면, ‘그놈의 성질은 여전하구나’, ‘그놈의 똥고집은 변하질 않네’ 하면서 그 옆자리가 비어 있어도 누구 하나 다가가서 앉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이 짧았어’라는 한마디, 수만 개의 훈풍(薰風)을 일으킬 것이다. ‘어머, 이놈이 왜 이래’하면서 그간의 사정이 궁금해서 옆으로 다가올 것이다. ‘너’와 ‘나’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라고 인정하는 순간, 세상은 그만큼 넓어진다. 인정의 폭이 클수록 인품의 바다도 함께 넓어진다.

꽉 막힌 사고의 틀을 깨뜨려야 창의적인 생각과 도발적인 행동이 나오는데, 과거의 익숙함으로 미래의 어색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생각이 굳으면 몸도 마음도 함께 굳는다. 인생의 참된 성공은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들이 나를 점점 더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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