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쌤의 冊世映世] 우리는 어디쯤에서 새장을 보고 있을까?
[김쌤의 冊世映世] 우리는 어디쯤에서 새장을 보고 있을까?
  • 성광일보
  • 승인 2023.04.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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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딸 아이가 중고등학생 사춘기였을 때 엄마인 나와 한 바탕 다툴 때면 단골로 등장하던 불만이 있었다. 어릴 적 남동생과 차별했으며 그때도 여전히 엄마는 동생과 자기를 차별한다는 것이었다. 그 차별을 구체적으로 물으면 아주 사소했다.

어릴 땐 동생이 짜장면을 먹고 싶다고 하고 자기가 피자를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는 짜장면을 시켰고, 밥을 풀 때면 늘 동생의 밥을 먼저 푼다는 것이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이 딸에겐 차별이었다.

수십년간의 직장생활에서도 여성과 남성간의 차별로 스트레스가 끊이지를 않았는데, 나의 아이에겐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이라는 걸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생이 어려서 그랬다느니, 부모라는 역할이 처음이어서 서투르다보니 그랬다느니, 밥을 먼저 푸는 순서가 뭐가 중요하냐느니 구실을 댔지만,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한 아이의 존엄 앞에선 ”나는 아이를 차별했다, 차별하고 있다“로 양심의 한 구석에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 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하는 김지혜 작가가 썼다. 우리의 무의식적 차별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차별이 어떻게 지워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주민, 성소수자, 아동, 청소년, 홈리스 등 소수자 관련 현안에 관심을 갖는 작가는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하면서 사회의 구체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법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가 평소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신화이고 착각일 뿐 이라고 말하는데 누군가를 정말 평등하게 대우하고 존중한다는 건 우리의 무의식까지도 훑어보는 작업을 거친 후에야 조금이나마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심코 장애인에게 던졌던 “희망을 가지라”는 말도 장애인의 현재의 삶에 희망이 없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장애인의 삶에는 당연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에 가치를 매기는 모욕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지표와 표준화된 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해도 불평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이유는 그 과정에서 여전히 편견이 개입되기도 하고 개인의 역량과 환경을 무시한 지표와 시스템은 결국 환경이든 역량이든 우월한 자만이 평등의 지표위에 평등할 뿐이라고 한다.

다수 중심의 사회에서 소수가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민 불복종의 사례에선 영화 <라스트 캐슬>을 추천하였다. 미국 트루먼 형무소에서 교도소장의 악행을 고발하는 죄수들의 불복종 사례를 주제로 한 이 영화는 우월한 자들에게만 유리한 평등의 지표가 소수 열악한 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러한 행위들이 지속될 때 어떤 시민 불복종의 사례가 일어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의 시야는 제한적이고, 우리는 더 크고 서로 교차하는 패턴보다는 한 가지 상황, 일회성 증거에 집중하게끔 사회화 되었다.”는 오즐렘 센소이와 로빈 디앤젤로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의 생각이 시야에 갇히는 현상, “새는 새장을 볼 수 없음”을 설파한다.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만 하면 공정할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차별이 되는 상황은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 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믿을 때 자기 확신에 차 있어서 더 편향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무의식적 차별과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는 차별들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의 고민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성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데, 그 보편성을 기준으로 다양성의 확대를 권하고 있다. 다양성 없는 보편성은 허상이며 눈속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정말 모두에게 평등할까?

우리의 의식은 앞질러가는 무의식을 적시에 정제하여 걸러낼 수 있을까?

우리가 보통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지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의 시야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한 지적을 받는 기회는 생존과 이기의 삶에서 하얀 그림자를 발견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닐테니까 말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새장을 보고 있을까?
새장 안에서 보고 있을까, 새장 밖에서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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