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도봉道峰이란 산명山名이 좋아
[수필] 도봉道峰이란 산명山名이 좋아
  • 성광일보
  • 승인 2023.04.10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남승
수필가, 전 소방서장
조 남 승

경향 각처에 자리 잡고 있는 명산들을 돌아 등산을 함께 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한참 땐 새벽에 서울을 출발하여 경북 청송의 내원마을을 거쳐 가메봉과 주왕산 주봉을 등산하고 하룻밤을 유숙한 그 다음 날, 다시 대구 팔공산 갓바위까지 등정을 하고 나서 밤늦게야 상경할 정도로 등산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설악산을 등산할 때도 노학동 쪽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울산바위를 올라갔다 내려와서 김밥으로 점심을 간단히 때운 다음, 신선대와 금강굴을 거쳐 마등령을 등정하고는 오세암과 백담사를 거쳐 용대리까지 걸어 내려왔다.

어두운 밤에 용대리에서 어렵게 차를 잡아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었던 고난의 행군을 생각하면 정말 미련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느 산이나 등산 코스마다의 묘미와 맛이 다르기 때문에 설악산도 코스를 달리하여 여러 차례나 등산을 했었다.

또 지리산과 영암 월출산의 종주, 그리고 사량도의 지리망산과 계룡산, 충북의 속리산, 월출산, 금수산 등등 우리나라의 명산이란 명산은 거의 다 등정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등산 장비와 등산 요령 등 등산에 대한 전문 상식을 전혀 갖추지 않고, 무작정 등산만 좋아한 정말 무지몽매한 등산광이었다.

그러니 서울은 물론 경기도에 있는 산들이야 틈만 나면 찾아나서는 산들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서울의 여러 산 중에서 도봉산을 등산하기로 했다. 도봉산을 택한 것은 오늘따라 산명에 마음이 이끌렸기 때문이다.

사실 조선조의 거유였던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로 있을 때. 아름다운 산세에 감탄하여 자주 찾았다던 충북 단양에 자리 잡은 도락산을 찾아가고 싶었다. 단양의 도락산은 조선 중기 노론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 선생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그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또한 즐거움이 함께해야 한다.”라는 뜻에서 산의 이름을 도락산 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러니 유유자적하게 도를 즐기는 마음으로 오래전 단체산행 때의 추억을 밟으며 다시 한 번 도의 즐거움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도를 즐기러 떠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가까이에 있는 도봉산을 찾아 도의 정상이나 바라보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등산에 나섰다. 
이런저런 산행의 추억을 더듬어 보는 사이에 도봉산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난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어느새 나를 태운 시내버스가 도봉산 입구의 주차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신발 끈을 다시 한 번 고쳐 매고, 고개를 들어 도봉산의 정상에서부터 산 전체를 쭉 훑어본 다음 산을 향해 발길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오늘 등정하고자 하는 도봉산은 주봉인 자운봉에서 남쪽으로 만장봉과 성인봉이 있고, 서쪽으론 오봉이 있으며 우이령을 경계로 북한산과 접하고 있다. 또 도봉동계곡, 송추계곡, 망월사계곡을 비롯하여 천축사, 원동사, 망월사, 관음암, 쌍룡사, 회룡사 등 많은 사찰이 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이렇듯 명산이요, 장산이다 보니 정상에 오르는 길 또한 한두 갈래가 아니다. 그 여러 갈래의 길들을 오래전에 이미 다 접해 보았지만, 오늘은 날씨가 아주 고온 다습함으로써 비교적 시원한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을 택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조선의 선조가 조광조를 위하여 세웠다는 도봉서원에서 출발하여 성도원 쪽으로 방향을 잡아 성불사를 거쳐 용어촌 계곡을 따라 마당바위에 올라가 잠시 휴식을 한 다음, 다시 신선대까지 올라가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신선인 양 세상 시름 다 내려놓고 푹 쉬었다가 석굴암과 도봉대피소를 거쳐 출발지로 되돌아 오기로 하였다.

서원을 지나 울창한 숲에 들어서자 열열히 사랑을 부르는 매미의 노랫소리가 산객을 반겨 주었다. 매미 소리를 벗 삼아 걸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걷는다고는 하나 날씨가 워낙 무더웠기에 얼마 걷질 못하고 금세 온몸이 땀에 흠뻑 젖고 말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