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勝負慾), 즐길 수 있을까?
승부욕(勝負慾), 즐길 수 있을까?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04.2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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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

게임은 즐기기 위함인가 승패를 결정짓기 위함인가? 이기고 지는 것이 다반사이거늘 날마다 오락 같은 경쟁이 있고 웃음 넘치는 즐거움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제가 즐거웠다면 내일 또한 기쁨이 충만하리라 믿고, 오늘은 즐거운 게임과 위험한 도박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해본다.

게임과 오락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재미다. 거액을 투자한 게임에 재미가 없으면 즐기는 사람이 어디 줄을 서겠는가. 재미가 있어야 즐길 수 있으리니, 게임과 재미는 한 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즐거움에 지나치게 탐닉(耽溺)하고 몰입하면 문제가 생긴다. 처음에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시작하나 강한 승부욕이 발동하면 도박으로 흐를 개연성이 많아진다. 건전한 승부욕을 즐길 수 있도록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허가를 내준 경마, 경정, 경륜도 어찌 보면 도박의 일종 아닌가? 강원도에는 내국민들을 위한 카지노 사업장도 개설되어 있다. 적절한 자기통제가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스포츠 게임을 하다 승부욕이 지나치게 되면 감정 조절에 실패해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기려는 마음이 앞서다 보면 의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힘이 잔뜩 들어가면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해 스스로 넘어지기도 한다. 상대가 있는 게임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 그 법칙은 주로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라는 것’이 더 많다. 해야 하는 것에는 포상이 있고, 하지 말라는 것에는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따른다.

정해진 법칙을 어기면 경쟁 상대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참가자들이 법칙을 어기면 그만큼의 불이익을 지운다. 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칙을 위반하는 참가자들이 늘어나면 그 법칙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칙을 지키도록 불이익을 더 크게 적용할 것이고, 더 심해지면 참가자를 그 게임장에서 퇴출을 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득이 없거나 손해가 더 크다면 누구도 정해진 법칙을 위반하지 않을 것이다. 참가들이 정한 법칙은 참가자들 스스로 지켜야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위반하려는 마음을 무엇으로 꾹 참게 할까. 지키는 자에게는 넉넉한 포상을 주고 지키지 않는 자에게는 따끔한 벌칙을 준다지만, 순간적으로 마음이 고약해지면 그 벌칙을 감내하려 한다. 그러니 마음을 다스림에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어야 한다. 손과 발,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면 고장 난 로봇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래서 우당 탕탕 내지르는 손발이 아닌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이 참으로 중하다.

상대가 없는 자신과의 게임도 있다. 이것은 누구의 간섭이나 통제 없이 허허벌판에서 홀로 걷는 것이다. 붓 한 자루 움켜쥐고서 하얀 도화지 앞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쓰면 쓰는 대로 그리면 그린 대로 달리면 달리는 대로 결과가 나온다. 눕고 싶으면 눕고 자고 싶으면 자고 마시고 싶으면 마셔대도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는다. 스스로 다짐하고 계획한 일들을 스스로 행하는 것이기에 내 마음이 곧 법칙이다. 아무도 보지 않은 곳에서 선행을 베풀기란 참으로 힘든 것처럼, 혼자 있을 때 자신이 세운 원칙을 잘 지켜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작아지거나 스스로 위대해지는 것을 자신만이 조금씩 느낄 뿐이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봄이 오면 거둠이 있는 가을을 꿈꾸며 씨를 뿌린다. 좋은 씨를 골라 시의적절(時宜適切)할 때 심어야 예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왓장은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놓아야 모양도 반듯하고 빗물이 잘 흘러내린다. 물고기 비늘도 물살에 순응하듯 누워야 모양도 아름답고 물살을 헤치고 나가는데 저항이 덜하다. 물이 순하게 흘러가는 것, 그것이 곧 법(法)이고 상식이고 순리(順理)일 것이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좋은 시절에 ‘너는 ㅇㅇ 하지 말아야 해’ 보다 ‘네가 ㅇㅇ 하면 좋겠다’, ‘너는 왜 그렇게 행동하니?’ 보다 ‘이렇게 한 이유가 뭐야?’라는 말들을 더 많이 해보고자 한다. 꿈을 품어야 한다고 법으로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나의 소박한 꿈들이 따뜻한 봄볕을 머금은 질퍽한 밭고랑에서 호미로 발가락을 캐내는 즐거움을 줄 거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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