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맛나다
만나면 맛나다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05.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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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혀끝이 껄끄러운데 뭐 맛있는 거라도 있을까? 이리저리 둘러보고 찾아보아도 쑥만 한 게 없지 않나 싶다. 그 쑥이라도 만나야 입맛이 돌아오려나 보다. 구부렁 논두렁 꾸부렁 밭두렁에서 한 바구니 깨고 보니 그 옆에 달래도 보인다. 해쑥은 묵은 된장으로 국을 끓여야 맛이 있으려나, 생쑥은 찹쌀과 함께 쑥버무리를 해야 하려나. 여하튼 쑥을 맛있게 먹으려면 된장과 짝꿍이 되든지 찹쌀과 궁합을 맞추어야 한다. 캐낸 쑥의 쌉싸래한 맛을 건지려면, 씻어서 말리거나 삶아서 잘 말려두면 그나마 오랫동안 보존하고 한겨울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나저나 봄 구경 나온 나물들은 다른 양념 재료를 만나야 맛난 반찬거리가 된다. 사람도 짝꿍을 잘 만나야 맛난 인생을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아무 맛도 낼 수 없지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고, 다른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재료든지 마음씨 좋은 명인의 손을 만나 잘 버무려져야 제맛이 나고 맛나다. 좋은 친구를 만나야 인생이 즐거운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봄이 되니 여기저기 야외 행사가 많아지고 있다. 얼마 만인가 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축제 등의 행사가 비 온 뒤 죽순 솟아나는 듯 제방의 봇물 터진 듯 사방천지가 요란스럽다. 그런 행사장 주위로는 먹음직한 음식을 산더미로 쌓아놓고, ‘언제 오나 그리운 님’을 손꼽아 기다린다.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은 찾아오는 참가자들의 손을 맞잡고 다정한 눈빛을 나누고 서로 달콤한 입맛을 다신다. 준비한 음식도 누군가가 찾아와서 먹어 줘야 기분이 좋다. 맛있게 먹으려면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야 한다. 들어봐야 가락을 알고, 먹어봐야 맛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만나 봐야 인품이 있고 없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다른 사람을 만나면 맛난가? 말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면 똑같은 밥을 먹는데도 맛도 좋고 먹는 양도 많이 늘어난다. 먹는 사람의 배는 똑같은 배인데 들어가는 양이 어찌 두 배로 차이가 날까? 친구의 아름다운 마음이 식욕을 두 배로 늘어나게 하는가 보다. 거꾸로 껄끄러운 상대를 만나면 식욕이 팍팍 줄어든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서 서로의 입맛을 맞추어 가는 것이 맛있는 인생임을 증명하고 있다.

필자도 이제 국가에 부담을 지우고 젊은이의 짐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세 번째 스무 살이 아닌 네 번째 스무 살이 되어도 언제 어디서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더 행복하고 더 찰진 인생이 될 거라 믿는다. 내가 잘나 잘난 인생이 아니고, 나보다 더 좋은 친구를 만났기에 이렇게 맛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잘난 인생 멋진 인생은 궁합이 딱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느 식당에서 사장님 보고 다진 매운 고추 좀 달랬더니 해장국이 소금 소태 된다고 주지 않는다. 꼬꿉쟁이 사장님은 짠 말이 아닌 구수하고 배려하는 맛있는 말을 정녕 잊었단 말인가. 저리 아깝게 장사하면 들어오는 손님의 마음이 모두 소금 소태 되는 것 아닌가?

필자가 작사한 <나는 너를 만나야!> 라는 노랫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 나는, 너를 만나야 살맛이 난다. 주인을 잘 만나야 행복하지.
매운 마늘 씹어 흘리는 눈물, 매운 고추 씹어 흘리는 눈물,
매양 같은 눈물이라 말하지 마라. 속 쓰림에 차이가 크더이다.

술 한 방울 남았다고 아까워서 다 마시고 비틀 비틀,
마늘 한 쪽 남았다고 아까워서 씹어먹다 눈물 눈물
너, 너를 흉보는 것은
매운 마늘 씹는 것, 매운 고추 씹는 것, 눈물 씹는 인생이야
속이 속이 쓰려, 맘이 맘이 애려
나는 너를, 나는 너를 만나야 정말 살맛 나는 인생이야.”

맑은 봄 햇살로 머리카락 말리려 했더니 빈 머릿통만 바삭바삭 말렸는가 보다. 생각도 마음도 삭신도 모두 푸석거린다. 들풀은 바람에 드러눕고, 갯미역은 파도에 흔들거리고, 봄 처녀는 아지랑이에 바람이 나고, 사람은 그리움에 익어간다. 다른 사람이 흘린 부스러기를 나눠 먹고 사는 것, 그것 또한 인생이 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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