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
다시 선 아차산성 옛 이름들이 맺혀 있다
푸르락 붉으락 하는 가을 숲의 눈동자들
나무도 갑옷을 벗고
먼 하늘을 찌르고
무너진 성곽 길을 행진하는 병사처럼
날아든 비보 안고 무던히도 견딘 시간
평강의 입매도 같은 꽃차례가 얼비친다
허천뱅이 가슴속에 피워 문 붉은 열매
돌 속의 그림자가 바람에 몸을 씻을 때
누군가 저녁 강물에
노을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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