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란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해마다 안채 처마 밑에 찾아와
집을 짓던 제비 부부
진흙과 검불 부스러기들로 대청마루는 늘 지저분했다
싫어하는 기색 없이 나무판자를 받쳐주며
살뜰히 챙기시던 할머니
제비가 외출한 틈을 타 손거울을 비춰보고
알을 많이 낳았다며 좋아하셨다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자
재잘거리는 소리로 늘 시끄럽던 집
어미가 쉼 없이 먹이를 물어 날라도
서로 먹겠다며 잎을 크게 벌리고 아우성이었다
칠남매를 키우던 엄마도
처마 밑에서 새끼들을 키우던 제비 엄마도
언제나 바쁘고 고단했던 봄
엄마도 제비도 오래전에 떠난 빈집에서
지금은 고깔제비꽃이 가늘고 긴 꽃대를 밀어 올리며
붉은 자주색 꽃잎을 쓸쓸이 매달고 있다
유병란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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