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고깔제비꽃
[성동 詩마당] 고깔제비꽃
  • 성광일보
  • 승인 2023.05.11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병란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해마다 안채 처마 밑에 찾아와
집을 짓던 제비 부부
진흙과 검불 부스러기들로 대청마루는 늘 지저분했다

싫어하는 기색 없이 나무판자를 받쳐주며
살뜰히 챙기시던 할머니

제비가 외출한 틈을 타 손거울을 비춰보고
알을 많이 낳았다며 좋아하셨다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자
재잘거리는 소리로 늘 시끄럽던 집

어미가 쉼 없이 먹이를 물어 날라도
서로 먹겠다며 잎을 크게 벌리고 아우성이었다

칠남매를 키우던 엄마도
처마 밑에서 새끼들을 키우던 제비 엄마도
언제나 바쁘고 고단했던 봄

엄마도 제비도 오래전에 떠난 빈집에서
지금은 고깔제비꽃이 가늘고 긴 꽃대를 밀어 올리며
붉은 자주색 꽃잎을 쓸쓸이 매달고 있다

유병란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