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자랑스런 선대애국(先代愛國)
[수필] 자랑스런 선대애국(先代愛國)
  • 성광일보
  • 승인 2023.05.11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백중
수필가, 성동문인협회 이사
윤백중

중국 상하이에 있는 루쉰 공원은 중국의 대문호이며 근대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루쉰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이곳에는 루쉰의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앞에는 주은래 전 총리가 쓴 “노신공원”이란 팻말도 있다. 기념관 안에는 루쉰이 살아 애용하던 물건과 유물 업적 기록 등이 전시되어 있다. 루쉰의 동상이 있고 그가 말년을 보낸 집도 있다. 뒤쪽에는 묘가 있고 앞에는 근대 국부 모택동의 “노신 선생 지묘"라는 친필이 있다. 몇 년 전에 갔을 때는 루쉰 공원 입구 근처까지만 갔다가 시간이 없어 들어가지는 못했다.

중국인들은 루쉰 공원을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 의거 현장으로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원 안에 남향으로 좋은 자리에 윤봉길 의사를 기념하는 2층 기념관이 있다. 1층에는 매정(梅亭)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참배객을 위한 윤 의사의 흉상도 있다. 주변에는 의사의 간단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 글들이 꽉 차 있다. 2019년 6월 14일 참배하면서 일행은 의사를 기리는 묵념을 했다. 일행 중에서 오성건 시인이 조금 긴 자작시를 실감나게 낭송하기도 했다. 

2010년 갔을 때는 서향의 낡은 기념당이 너무나 초라했었다. 1층에는 도끼. 낫. 호미. 바소구리 등 농기구가 어지럽게 방치된 헛간이었다. 2층에 모조품 유물이 있다는데 출입을 못하게 해서 보지도 못했던 생각이 난다. 들어가는 문도 없어 아무 곳으로나 들어갔었다. 지금은 출입구도 따로 만들고 공원 형태로 잘 정돈된 것을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필자는 윤봉길 의사의 친조카 되는 분이 대종회 회장을 하셔서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었기에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기념당 남쪽으로 100여 미터 가면 “윤봉길 의거 현장(尹奉吉義擧現場)”이란  돌 글씨와 짧은 설명문이 큰 돌에 음각되어 있다. 20여 년 전에 왔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풀밭이었는데 우리나라 전 대통령이 다녀간 후 만들어 놓았다는 설명이 있다.

 옆에는 큰 호수가 있다. 어느 해 여름에 갔더니 호수에는 뱃놀이하는 사람들로 시끄러웠고, 나무 그늘에는 노인들이 잡담과 장기, 바둑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지금은 주변도 잘 정돈되어 깨끗하고 조용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루쉰 공원은 다렌 서로에 북문이 있고 서문은 서천 북로에 잇다. 윤봉길 의사 폭탄투척 현장과 루쉰의 묘를 가깝게 가려면 북문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15년 전까지는 홍커우(虹口)공원으로 불렀는데 지금은 루쉰 공원으로 바뀌었다. 20여 년 전에 갔을 때는 상하이에 있는 초등학교들이 매년 4월 29일에 루쉰 공원에서 행사를 갖고, 윤 의사의 애국충절을 교육시켰다고 한다. 이 행사 때 일본인들은 공원에 못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윤봉길 의사는 한국인으로서 일찍이 항일 투쟁에 투신하여 1930년에 중국으로 망명하였다. 그는 1932년 4월 29일 일본 침략군이 이곳에서 상하이사변 전승 축하식을 거행할 때 하객으로 가장하고 행사장에 들어와 폭탄을 투척했다. 상하이 주둔 일본 파견군 사령관 시라카와 대장 등을 폭사시키고 여러 명의 일본 주요 관원에게 부상을 입혔다. 현장에서 체포되어 몇 달 후 일본 가나자와에서 장렬하게 일생을 마쳤다.”는 글이 있다.

상하이 시민들이 윤 의사의 의거를 크게 환영했다는데 이유는 대국인 중국에서 일본인들의 학살 착취에 누구도 항거하지 못했는데, 작은 이웃나라 사람이 중국 땅에서 일본 대장을 용감하게 저격하고 사망시킨 쾌거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 땅이지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대 애국지사의 잘 정돈 된 기념관과 정원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고 흐뭇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