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의 성(城)에 깃발은 어떻게 꽂히는가?
존엄의 성(城)에 깃발은 어떻게 꽂히는가?
  • 성광일보
  • 승인 2023.05.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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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스트 캐슬>을 보고
김정숙/논설위원

”깃발이 높이 휘날리면, 그곳엔 여러분들의 성(The Castle)이 존재한다. 이 성과 다른 성들의 유일한 차이는 다른 성들이 다른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지만 이 성은 이 곳 사람들을 나가지 못하게 한다!“

대통령의 명령을 어기고 작전을 수행하였다가 부하 장병 8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삼성 장군 유진 어윈이 미국 트루먼 형무소에 수감된다. 그의 마지막 꿈은 수감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동안 소홀했던 아버지의 역할과 할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형무소에 수감되는 첫날 윈터 교도소장을 만나면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교도소장 윈터 대령은 전쟁터에서의 실전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상대적 빈곤감의 대리 만족이랄까, 전쟁 유품을 수집하는 게 취미였던 그는 그 날도 어윈 장군의 저서에 사인을 받겠다고 장군을 집무실에 초대했으나 어윈 장군은 교도소장 윈터 대령의 전쟁유품 수집 전시장을 보고 ”전쟁에 참전하지 못했던 열등감의 표출“이라고 말하는데 아뿔싸! 이 말을 윈터 대령이 들었다. 어윈장군은 초장부터 교도소장 윈터 대령의 역린을 건드렸다. 역린을 건드린 자는 적의를 부른다. 적의는 단순히 미워하는 정도를 넘어서 상대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그것을 실행하게 한다. 앞으로 교도소장이 어윈 장군에게 해악을 가한다는 조짐은 안 봐도 콩떡이다.

사실 이 형무소는 어윈 장군이 오기 전부터 윈터 교도소장의 악행으로 죄수들의 불만이 고조에 다다랐던 참이었다. 교도소장은 죄수들을 학대하고 인간 존엄은 사전에 없으며, 자신의 뜻대로 죄수들이 움직이지 않을 땐 살인도 불사한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안으로부터 차단 된 이 성(The Castle)에선 왕좌의 권력을 휘두르던 교도소장에게 지금까지 아무도 반항하거나 이의를 제기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절대 권력에 유진 어윈 장군이 겁 없이 대든다. 이런 자를 그냥 놔 두겠는가.

어윈장군의 카리스마에 기가 눌린 윈터대령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경계심을 그으며 거슬린 사람이라고 트집을 잡는다. 죄수들은 윈터 대령의 평소 악행대로라면 어윈 장군이 10주만에 자살하는 것에 내기를 걸지만 어윈의 당당함과 카리스마에 점점 동화되어 간다. 감옥에서도 짱이 있지 않은가? 힘이 있는 자에게 붙는 인간의 사회성은 성의 밖이든 안이든 다르지 않다.

어윈장군은 부드럽고 따뜻한 타고난 카리스마로 죄수들에게 점점 자신감과 사명감을 심어주는데 윈터대령은 자신만의 위력과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점점 포악해져 간다. 다수의 약자를 통제하려고 약자에게 해악을 가할 땐 같은 약자가 보는 앞에서 해서는 안 된다. 약자들은 자신들이 연대하는 조직을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타자들이 어떤 해악을 입고 있는지 알게 되고 자신도 언제든지 해악을 입을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그로써 극심한 분노와 조직적인 저항을 낳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건 권력을 휘두르는 소수의 강자가 명심해야 할 철칙이다.

그런데 윈터 대령의 증오와 분노의 초점은 밤낮으로 어윈장군을 조준하면서 죄수들의 눈 앞에서 보란 듯이 행해진다. 그럴수록 어윈 장군의 감방 생활은 가혹하고 참담하기까지 하지만 이를 지켜 보는 죄수들의 시선은 어윈장군의 어깨에 존경과 추종으로 힘을 보탠다. 삼성 장군의 카리스마는 죽는 날까지 사그라지지 않는다. 결국 최악의 형무소 트루먼에서 연대한 다수의 약자들은 교도소장 윈터의 학대적이고 부패한 감옥 시스템과 싸우기 위해 쿠데타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전쟁터의 적군이 아니라 자신들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그들만의 군대를 조직하여 그들만의 방식으로 전투를 시작한다.

기회는 이때다.

어윈 장군은 복역중인 다른 군출신 수인들을 규합하여 감옥의 통제권을 장악하고 윈터 대령을 축출할 계획을 세운다. 삼성장군의 리더십이 세운 계획에 전략과 실행으로 어떻게 승리로 이끄는 지는 ”세상의 정의가 불의를 이기고 세상의 절대 권력은 결국 파멸한다“는 교훈을 되집는 과정이다. 어윈 장군과 감옥의 죄수들은 미국 트루먼 형무소가 부패한 권력의 마지막 성(The Last Castle)이 되기를 염원하며 성조기를 거꾸로 꽂아 자신들을 구해줄 것을 세상에 알리려 싸워서 이긴다.

책 <권력의 심리학>을 쓴 브라이언 클라스는 권력과 권력자의 속성에 관해 말하면서 권력이 사람을 더 선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것은 권력자들이 타인과 공감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자제력을 잃는 경향이 있어서 라고 했다. 그들은 자신이 강력하다는 기분이 들수록,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고 한다. 결국 권력자가 된다는 것은 더 이기적이고, 동점심이 없고, 위선적이고, 힘을 남용하기 쉬워진다는 것인데 영화에서 교도소장 윈터대령이 그랬다. 그가 권력자가 되어 자신의 힘을 남용한 결과 그 끝은 파멸이라는 걸 보여줬고, 소수 강자의 권력이 부패권력으로 작용하는 순간 다수 약자들의 불복종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넷플릭스가 영화 <라스트 캐슬>로 다시 보여줬다. 인간 존엄의 성(城) 앞에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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