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 속으로 흐른다.
[수필]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 속으로 흐른다.
  • 성광일보
  • 승인 2023.05.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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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성동문인협회 회장/수필가
이규석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12월의 선물"이란 130분 러닝타임의 힐링 콘서트를 관람한 여운이 아직 남아 있고 창밖의 햇살이 따사롭다, 세모에 이 따사로운 햇살이 모두의 가슴에 훈훈하게 스며들기를 소망한다, 코로나로 어려운 이웃들, 더 많이 어려운 자영업자들. 취약계층에게 더 어려운 코로나가 주는 눈물이 훗날 보석 같은 기쁨의 눈물로 살아나기를 바란다,

한껏 편하게 앉아 어제 관람한 콘서트와 어젯밤에 읽은 글에서 받은 감동을 회상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화면에 큰 딸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반가움과 의아스러움! 어느 생각이 먼저였을까 분명 반가움이 먼저겠지.

“어 나다 잘 지내지?”
"네 아버지도요?”
"그래 웬일이냐?”
"아니 그냥 걸었어요.”
"그래 엄마 바꿔줄까?”
"아니 아버지하고 전화하고 싶어서요.”
"설마 이 서방하고 다툰 건 아니지?”
"그런 거 아니에요.”
"네 신랑 속 더부룩한건 좋아졌냐?”
"잠깐 전화 바꿔 달래요.”
"많이 좋아졌는데 아직도 약은 먹고 있습니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고 다 나을 때까지 신경 써서 약을 꾸준히 들어 ”
"네”

사위가 코로나 2차 접종을 마친 후 소화 불량인 것처럼 속이 안 좋아 그냥저냥 지내다가 병원에 갔는데 아무 이상은 없고 의사는 접종 후유증일 거라고 하면서 약 처방을 해주었단다. 그렇지 않아도 줌으로 강의하는데 면대면 보다 훨씬 어렵고. 흥미 없는 진행이 될까 늘 노심초사한다니 사위에게도 코로나는 힘든 일상을 남겨주고 있었다. 다시 딸에게 전화기가 넘겨졌다. 큰딸이 시집가기 전에도 초등학생일 때를 제외하곤 이렇게 길게 이야기 나눈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 생활하면서 지내보니 40년 가까이 공직에서 아프지 않고 잘 지낸 아버지가 존경스럽다는 등 늘 건강 잘 챙기라면서 아버지가 건강하게 어머니와 함께 잘 지내는 것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전화 하면서 그래 네가 내 큰딸이고 여전히 너는 착하고 똑똑하다는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께 며칠 전 건강식품을 드시라고 드렸는데 다시 생각이 나서 두 분이 좋아하는 배 한 상자를 탁송했으니 맛있게 드세요. 사랑합니다.”하고 끊었다. 통화 시간이 길었다. 느껴져서 보니 49분 26초라 뜬다. 나도 딸과 이렇게 긴 전화를 함께 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요즘 유 튜브에서 읽은 글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즉 미국으로 유학 간 어느 큰아들은 어머니와 자주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지만. 아버지와는 늘 무심하게 지냈다.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께 제대로 감사해 본 적이 없다며 후회했다. 모처럼 아버지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려고.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아버지가 받았다. 

아버진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엄마 바꿔줄게”라고 말했다. 아들은 아니에요, 오늘은 아버지하고 이야기하려고요, 라고 말했다. 아버진 “왜 돈 떨어졌냐?”라고 묻더라는 것이다. 아들은 “그동안 아버지께 너무 불효한 것 같아서.아버지와 말씀을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너 술 마셨니?”라고 하더란다.

내가 딸과 전화통화 할 때 이 상항이 생각났었다. 물론 나는 내 3남매에 대해 불만이 없다. 자식들 양육하자면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매사에 모범적이어서 내 자손 때문에 덩달아 좋은 소리를 많이 들으며 살아왔으니 고마울 따름이고 그래서 나는 늘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한편 아내와 함께 내 생명의 연장이랄 수 있는 자녀의 생계와 안전을 위하여 한시도 한눈팔 겨를이 없었다. 이들에게 내 어린 시절보다 더 좋은 집과 음식 그리고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기 몇 번이며, 큰 산을 오르듯 피땀 흘리기는 또 얼마였나! 지금은 힘들었던 그때 더 열심히 할 것을 그랬다는 생각과 엄청난 추억이 동시에 밀려와 미소를 준다.

어제 오후 5시부터 7시 반까지 국내 최고의 성악가, 어린이 합창단, 오케스트라 100여 명의 출연진이 들려주는 명품 콘서트가 끝나고 옛 직장 동료들과 저녁 식사도 즐겁게 하였다. 그 즐거운 여운 속애서 오늘 일을 페북에 올리고 난 한밤중에 아주 감동적인 글을 읽었다. 페북에 뜬 직장 선배가 쓴 이 글을 읽는 내 생각이 텔레파시로 큰딸에게 전해져서 오늘 오후 같은 전화가 있게 되었는지 모른다.

나보다 7~8년 연배인 그 선배가 올린 페북 글에 의하면. 가끔 자기의 페북에 들어와 글을 남겨주던 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가 최근에 글을 남기지 않아 궁금했다. 그래서 그 동료의 페북에 들어가 보니 “아버지 어머니 생신에 모두 모여 아버지 계신데 다녀왔네요. 잘 계시죠? 보고 싶어요.”라고 딸이 아버지의 페북에 올린 글을 보고 돌아가신 줄 알고 눈물을 흘렸다고 썼다. 이것이 시작이고 선배는 A4 한쪽이 넘는 소회의 글을 올렸는데 모두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글이었다. 허락도 없이 이 글의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네 아버지란 과연 누구인가? 아버지란 자신의 수레에 가족을 태우고 말없이 끌고 가는 소와 같은 분이시다. 가정의 평화와 가족의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며, 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에 사로잡힌 분이다. 그리하여 나는 없고 가족을 전부처럼 여기며. 침묵과 고단함을 자신의 베개로 삼는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버린다. 어쩌면 아버지는 뒷동산의 바위 같고 오랫동안 살던 정든 고향 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든든하고 그리운 분이시다. 그러기에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한없이 보고 싶고. 그 말씀이 두고두고 생각나는 분인가 보다. 

 아버지의 이마에 늘어난 주름살은 힘들게 살아오신 삶의 흔적이요. 꾸부정해진 어께는 삶의 무게에 짓눌러진 모습이다. 아버지란 겉으로는 태연하고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괴로움을 겪는 분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지만. 그 눈물은 당신의 가슴속으로 흐른다. 딸을 결혼시킬 때 마음속으로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띠시던 아버지는 때로는 울고 싶지만 울 장소가 없어 슬픈 사람이다. 그러기에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절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녀들이 밤늦게 집으로 들어올 때 어머니는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몇 번이나 현관을 바라본다.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자식 곁에 있으나. 아버지의 사랑은 가슴속에 감춘 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건재(建在)함을 알리는 신호였다.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사회적인 평판이 좋은 사람도 아니다. 자녀들에게 올바른 정신과 아름다운 정을 남기고 떠난 사람일 것이다.”

이 글의 끝에 선배는 결혼한 3남매에게 보내는 역시 감동적인 글을 남겼다. 나도 그렇게 글을 남겨야 하겠다는 강한 유혹을 받았는데 나는 그 글이 자손들에게 유언으로 들릴 것으로 생각되었다. 선배는 글의 맨 끝에 아버지에 대한 가요 4곡을 영상으로 올렸다. 나는 이 노래를 모두 들으면서 나도 아버지임을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그로부터 꼭 15시간 후 큰딸의 전화를 받았고. 전화 끝나고 30시간 지나서 이 글을 썼다. 삶에는 이런 감동이 흘러들어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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