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이라는 말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명장이라는 말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 이원주 기자
  • 승인 2014.02.05 2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교국 대표 <백만불양복점(마장동)>

2013 맞춤양복 소상공인 기능경기대회 대상 수상

▲ 2013 맞춤양복 소상공인 기능경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교국 대표(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지인의 소개로 성동구 마장동 동명초등학교 입구에 있는 백만불양복점을 찾았다.
백만불양복점 이교국 대표가 지난‘2013 맞춤양복업 소상공인 기능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가게는 작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지인의 소개로 이 대표를 보는 순간 얼굴에서 명장의 진지함이 묻어 나는 듯 했다.

먼저,양복일을 언제부터 했느냐고 부터 물었다.“1976년 2월 18일 마장동에 양복점을 낸 이후 지금까지 40여년 외길을 걸어왔다”며 환하게 웃으며 대답 했다.

42년간 양복만을 만들어 온 이교국 대표는 지난해 8월 7일부터 이틀간 서울롯데호텔에서 실시한 2013 소상공인기능경진대회 재단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명장(名匠)이다.

▲ 이교국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마장동 백만불양복점
가게는 비록 작지만 곳곳에 손때가 묻은 작업대와 도구에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있는 듯 했다.
 “내가 감각이 있긴 있었나 봐,17살 때 삼촌이 작업복 삼아 입어라고 가져 온 군복을 다룰 줄도 모른 재봉틀로 고쳐 입었지.이때 재봉틀을 처음 다뤄본 것이지.그걸 보고 친구들이 멋있다고 부러워 했어”

그러나 처음부터 재단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고.안동이 고행인 그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닥치는대로 일을 하다가 군 제대 후 탄광에서 일하고 있을 무렵,우연히 신문광고 하나가 그의 인생 항로를 바꾸어 놓았다.‘침식제공,5개월 과정수료 후 취업보장’그 길로 상경하여 신설동에 있는 복장학원에 등록했다.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학원생들 사이에서 비교적 늦은 시작이었지만 그만큼 열심히 배워 수석졸업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수석으로 졸업했으나 처음부터 제 몫을 해내기는 쉽지 않았다.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견습생 과정을 거쳐야만 정식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그 당시 업계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은데 처음엔 심부름만 시키더라고,청소부터 찻물 끓이는 것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한 달에 1만 2000원을 받았어요.”

그렇게 2년여를 일하고 29살이 되어 마장동에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처음 일하던 곳의 사장이 이민을 가게 되면서 가게를 이 대표에게 넘긴 것이다.후에 가게 이름도‘백만불양복점’으로 바꿨다.열심히 해서‘백만불’만큼 많은 돈을 벌겠다는 의지에서 였다.

“처음에 할 때는 젊어서 겁 없이 했고,하다보니 경륜이 쌓여 실수가 적어지는 정도지 아직도 끝이 없습니다.”

‘굽은 자를 잘 대는 사람이 재단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지만 단순히 재단을 해서 천을 자르는 것은 기술에 불과하다.그보다 더 중요한‘맞춤’양복의 장점은 손님 개인개인의 체형과 취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대화를 통해 원단의 색과 재질을 선택하고 어울리는 스타일까지 가늠해 내는 것도 오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다능하다.
“지금이 더 겁이 납니다.무슨 상 받았다는 사람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서요”

수상으로 인한 기쁨보다는 부담이 더 늘었다고 조심스러워 한다.적지 않은 나이에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이 엿보였다.

언제 보람을 느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돈벌이가 잘 됐을 때라며 일을 하면서 집안의 빚을 다 갚고 시골에 좋은 집과 밭도 사드렸습니다.7남매의 장남으로 돌봐줬던 6명의 동생들이 모두 성공해서 잘 살고 있으니 장남으로서 마음이 뿌듯합니다.아내와 함께 아들 둘에 딸 하나도 번듯하게 키웠으니 이만하면 제대로 살아온 것 아닌가요?”

지금은 기성복에 밀려 맞춤양복 시장이 위축되어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주 고객은 중년 위주고 젊은 고객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그래도 맞춤 수요가 꾸준이 이어지고 와이(Y)셔츠를 한 꺼번에 여러벌 맞춰가는 고객도 있습니다.

지금은 전반적으로 불경기라서 시들하지만, 경제가 회복되면 맞춤양복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질 것입니다.맞춤 양복도 시대의 변화에 조금씩 바뀌어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맞춤양복은 원단을 한올 한올 손바느질 한다고 좋게들 말하지만 비효율적인 작업에서 탈피해야 합니다.기계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중요하고 세밀한 부분은 손으로 작업을 해서 능률을 높여야 하고,부자재 개발도 더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 지난 4일 오전 가게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이교국 대표가 찾아간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42년을 양복쟁이로 살아 온 이 대표는“후회는 없다”며“방황하고 머뭇거렸던 날들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한다.내게 잘 맞는 것 같고,괜찮은 직업같다.일은 고되지만 하는 만큼 수입이 있으니까.내 또래 퇴직한 친구들이 모두들 부러워 하더군요.출근할 곳이 있고,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상을 받은 후 앞으로 더 일을 할 수 있다는 검증을 받은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합니다.50대 젊은 친구들과의 경쟁에서도 할 만하다는 의미 아닌가요? 80세까지는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다.이 시대 진정한 장인이 성동구에 있음에도 이제야 그를 알고 찾아간 기자가 쑥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