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대마도가 보이네 : 海雲臺 / 무진 권반
어머나! 대마도가 보이네 : 海雲臺 / 무진 권반
  • 이원주 기자
  • 승인 2014.07.03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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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8)

어머나! 대마도가 보이네 : 海雲臺 / 무진 권반

우리는 삼면을 바다로 하고 있다. 바닷가에서 보면 많은 경치를 볼 수 있다. 멀리 펼쳐지는 바다. 둥실 떠있는 섬, 뭉게구름, 갈매기 울음소리 등 무엇 하나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자연 환경들이다. 시인에게는 모두가 시적인 감흥이요, 주섬주섬 담아두면 한 올 한 올 모두가 시어다. 작가는 부산 해운대에 와 있다. 거울처럼 깨끗한 물, 떠있는 붉은 해, 저 멀리 보이는 대마도를 눈썹으로 비유하고 있는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海雲臺(해운대) / 무진 권반

거울처럼 맑은 물결 바람도 한 점 없고
앉은 채 부상(扶桑) 바다 붉은 해 바라보니
대마도 속 눈썹인양 건곤 가득 파고드네.
波恬鏡面淨無風 坐見扶桑日浴紅
파념경면정무풍 좌견부상일욕홍
馬島如眉靑一抹 乾坤納納入胸中
마도여미청일말 건곤납납입흉중

어머나! 대마도가 보이네(海雲臺)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 무진(無盡) 권반(權攀:1419~1472)의 할아버지는 찬성사를 지낸 근(近)이다. 음직(蔭職)으로 전농시윤(典農寺尹)이 되었다가 세조의 권유로 당상관으로서 식년문과에 급제했고, 화산군(花山君)에 봉해졌으며 경기도절도사 겸 개성부윤을 지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거울처럼 깨끗한 물결 바람 한 점 없고 // 앉은 채로 부상 바다 붉은 해를 바라본다 // 대마도 눈썹인 양 푸른 점 하나 긋고 // 건곤만이 가득차서 가슴 속 파고든다]라는 시상이다.

동방삭(東方朔)이 지었다는 해내십주지(海內十洲志)에 의하면 “동해 동쪽 푸른 바다 가운데 사방 1만 리 되는 육지가 있는데, 그 위에는 태제궁(太帝宮)이 있고 숲의 나무는 뽕나무와 비슷하며, 큰 것은 높이가 수천 길이요 둘레가 아름이나 된다.

시인은 날씨가 맑으면 해운대 동남쪽 멀리 지평선 너머 대마도가 눈썹처럼 보이면서 하늘과 땅이라는 건곤(乾坤)이 가슴 속에 가득하게 들어 환하게 비춘다는 자기 심회를 담고 있음을 본다. 부상의 바다 위에 뜬 해를 바라보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해운대에서 눈썹의 끝에 점 하나를 그으며 아스라이 보이는 대마도를 보고 있다.

화자의 말을 빌은 시인은 건곤이 세종 때부터 조선에 조공(朝貢)을 바치는 대마도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화자는 하늘과 땅이라는 건곤보다는 조선과 부속 도서인 대마도를 비유적으로 칭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독도 문제와 아울러 우리는 대마도문제를 거론해야겠다.

【한자와 어구】
恬: 편안하다. 波恬: 깨끗한 파도. 鏡面: 거울 면. 無風: 바람 한 점 없다. 坐見: 앉아서 ~을 보다. 扶桑: 해 뜨는 곳에 있다는 신비한 나무. 日浴紅: 해가 붉다. // 馬島: 대마도. 如眉: 눈썹 같다. 靑一抹: 푸른 점을 긋다. 乾坤: 하늘과 땅. 納納: 가득 차다. 入胸中: 가슴에 파고든다.

▲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문학박사․필명 장 강(張江) //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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