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햇빛이 하토(下土)에 임하였으니 : 所懷 / 정암 조광조
하늘의 햇빛이 하토(下土)에 임하였으니 : 所懷 / 정암 조광조
  • 이원주 기자
  • 승인 2014.07.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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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2)

급진개혁은 큰 화를 입는 원동력이 된다. 개혁은 물이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보수와 전통이라는 폭풍우를 동반하게 된다. 그 과정에게 반대 세력에 부딪치게 되면 큰 화를 면치 못한다. 이런 교훈적인 가르침을 한 정치가를 통해 만나게 되는데, 조선초기가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에 선혈이 낭자하는 한 단면을 본다. 임금과 나라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이상(理想)으로 끝나는 한시 한 편을 번안해 본다.

 
所懷(소회) 
                                     정암 조광조

임금 사랑 나라 사랑 그 소원 하나로만
급진개혁 남이 몰라 하토(下土)에 임해 가니
밝고도 밝은 일편단심 소소(蕭蕭)하게 비추구나.
愛君如愛父 憂國若憂家
애군여애부 우국약우가
天日臨下土 昭昭照丹衷
천일임하토 소소조단충

하늘의 햇빛이 하토에 임하였으니(所懷)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1482∼1519)로 조선 중초기의 정치가다. 중종반정 후 조정에 출사, 유교적 이상 정치 현실을 구현하려는 개혁을 시도했다. 시대를 앞서간 개혁정책은 기묘사화였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임금 사랑하기를 아버지 사랑하듯이 하였고 / 나라 걱정하기를 내 집 걱정하듯 하였네 // (이제) 하늘의 햇빛이 하토(下土)에 임하였으니 / 밝고 밝게 (내) 일편단심(一片丹心)을 비추고 있네]라는 시상이다.

마지막 숨을 멈추면서도 인군(人君)과 나라 걱정을 하는 선비가 많았다. 사약을 받는 그 순간까지도 임금을 원망하거나 반대세력을 책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극한 충성이자 오직 일편단심 그것뿐이었다. 이것이 조선의 선비 정신이었다. 배신을 받고 나면 이른바 폭로전(暴露戰)으로 치닫는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시인은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중종이 바른 길로 가도록 갖은 정성을 다했건만 한문학(漢文學)을 무시할 수 없다고 나선 남곤(南袞)을 중심으로 한 사장파에 의해 결국은 희생양이 된다. 그러나 그 기개만큼은 얼마나 크고 넓은가. 임금과 나라 걱정을 사사로운 가정생활과 동격으로 생각하면서 하늘의 햇빛이 이제 다 하여 하토를 비추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화자는 곧 밝기도 밝게 일편단심을 소소하게 비추고 있다고 인생무상을 되돌아본다.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일편단심만큼은 후대의 역사적 평가에 맡기려는 올곧은 선비의 기개를 본다.

【한자와 어구】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문학박사․필명 장 강(張江) //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愛君: 임금을 사랑하다, 如: ~같이 하다. 愛父: 아버지를 사랑하다. 憂國: 나라를 걱정하다. 若: ~같이 하다. 憂家: 집안을 걱정하다. // 天日: 하늘의 햇빛, 환한 빛. 臨: 임하다. 下土: 지하, 곧 죽음을 말함. 昭昭: 환하게, 밝게. 照: 비추다. 丹衷: 일편단심, 작가의 일편단심의 지조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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