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오래고 구름을 천년을 흐른다[1] : 浮碧樓
돌은 오래고 구름을 천년을 흐른다[1] : 浮碧樓
  • 서울동북뉴스
  • 승인 2014.07.26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시향 머그은 번안지조(13)

돌은 오래고 구름을 천년을 흐른다[1] : 浮碧樓 / 목은 이 색

선현들의 남긴 시문엔 대체적인 특징은 두 가지다. 음풍농월의 시풍이요, 과거회상적인 시풍이 그것이다. 자연을 노래하고 달을 희롱하는 시의 형태와 고적과 사찰을 찾아 융성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시적인 형태다. 고려의 절신(節臣)인 목은이 평양의 영명사를 지나 부벽루에 올라 과거를 회상하는 시문을 본다. 고구려의 찬란했던 역사를 회상하며 달은 예나 같이 비추고 구름은 천년을 흐른다고 하며 읊었던 율시 전구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浮碧樓(부벽루)[1]  
                                          목은 이 색


 
영명사를 지나다가 부벽루에 올랐더니
성터는 텅 비었고 한 조각 달빛 가득
구름은 천년을 흐르나 오래된 돌 홀로 있네.


昨過永明寺 暫登浮碧樓
작과영명사 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성공월일편 석로운천추

돌은 오래고 구름은 천년을 흐른다(浮碧樓)로 제목을 붙어본 율(律)의 전구인 오언율시다. 작자는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으로 고려 말 문신이다. 신흥유신으로서 현실개혁의 뜻을 가진 그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시키며 순조롭게 출세의 길로 갔다.  그의 이러한 정치적 성장은 현실개혁의지를 약화시키고, 자신과 관계를 맺은 부류와 타협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엊그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 잠시 부벽루에 올랐더니 // 성은 비었는데 달은 한 조각이요 / 돌은 오래 되었고 구름은 천년을 흐른다]라고 번역된다.

며칠 전 일이다. 한 선비가 평양 중구역 금수산 기슭에 자리 잡은 영명사를 찾았다. 평양지역 전승에 따르면 천손 주몽에 이 동굴에서 기린을 길렀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영명사에 대한 애정과 추억은 남달랐을 것이다. 부벽루도 마찬가지다. 추억과 역사의 애환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말이 없다.

시인은 행여나 하는 기대를 갖고, 천년사직의 옛일을 누가 이야기해주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갖고 영명사를 찾았고 부벽루를 올랐다. 그러나 허무함만 느끼고 있다.

화자의 눈에 비친 천년의 사직은 텅 비었음을 상상한다. 다만 한 조각의 달과 한 점의 구름만이 천년의 얼을 말해 주고 있다고 회고하면서 시상을 일으킨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인의 상상력은 [기린마는 가고 오지 않으니 / 천손은 어느 곳에서 노는가 // 돌난간에 기대어 휘파람 부는데 / 산은 푸르고 강물은 절로 흐르는구나]라고 했다. 동명왕이 탔던 기린마와 천손은 보이지 않는데 강물만 흐른다고 했다.

【한자와 어구
永明寺: 부벽루 서쪽에 있던 절.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지은 아홉 절중의 하나. 暫: 잠시. 浮碧樓: 평양 모란대 밑 대동강 변에 위치한 누각. 城空: 성은 비었다. 月一片: 달은 한 조각, 곧 초승달이나 하현달임을 뜻함. 石老: 오래 된 바위. 千秋: 천년, 오랜 세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