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외로울사 짝 잃은 내 신세여! : 黃鳥歌 / 고구려 2대 유리왕
외롭고 외로울사 짝 잃은 내 신세여! : 黃鳥歌 / 고구려 2대 유리왕
  • 성광일보
  • 승인 2014.07.31 1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6)

외롭고 외로울사 짝 잃은 내 신세여! : 黃鳥歌 / 고구려 2대 유리왕

음양이라고 했고, 천지라고 했다. 사람은 남녀가 만나 한 가족을 이루는 것이 상례이듯이 미풍진 세상을 그렇게 파도 타듯이 함께 타고 넘는다. 그런데 거기엔 반드시 반려자가 있어 외로울 때 같이 외로워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했던 반려자가 곧 부부이다. 왕비 송씨가 일찍 죽어 2명의 여자 계실을 맞이하였는데 ‘화희’와 ‘치희’였다. 치희마저 고국으로 돌아가자 나무 밑에 앉자 꾀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불렀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黃鳥歌(황조가) / 유리왕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가 정답구나
외롭고 외로울사 짝 잃은 내 신세여!
곁 떠난 임 생각 하나뿐, 뉘와 함께 돌아갈까.

翩翩黃鳥 雌雄相依
편편황조 자웅상의
念我之獨 誰其與歸
염아지독 수기여귀

외롭고 외로울사 짝 잃은 내 신세여!(黃鳥歌)로 제목을 붙여본 사언고시(四言古詩)다. 작자는 고구려 2대 유리왕(瑠璃王:재위 BC19∼AD18)으로 부여로부터 아버지 동명성왕을 찾아와 고구려에 입국하여 태자로 책립되어 즉위했다. 재위 3년 도읍을 졸본성(홀본)에서 국내성으로 옮겼으니 흔히 유리명왕이라도 부른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펄펄 나는 저 꾀꼬리 / 암수 서로 정답구나 / 외로울사 이내 몸은 / 뉘와 함께 돌아갈꼬]라고 번역된다.

유리왕의 설화에 나오는 삽입 가요로, [구지가]가 주술적인 집단 무요(舞謠) 또는 노동요의 성격을 띤 시가인 반면, 이 노래는 고대인의 이별을 소박하게 노래한 개인적 서정시라는데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정시로 보는 대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작품의 주제 또한 평이하여 독자에게 강한 호소력을 느끼게 한다.

시인의 노래 소재는 '꾀꼬리'라는 자연물이고, 주제는 '사랑하던 임을 잃은 외로움과 슬픔'이다. 주체할 수 없는 실연의 아픔을 꾀꼬리의 자연물에 의탁하여 우의적으로 표현하고 하였다. 일찍이 유리왕은 아버지를 이별하고 어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어머니 곁을 떠나 남방으로 방랑하게 되었고, 끝내는 왕비까지 잃게 되어 ‘화희’와 ‘치희’의 두 계비를 맞이하는 등 애초부터 정에 굶주린다.

화자는 두 계비 간의 사랑싸움으로 치희를 잃게 되자 인생무상을 느낀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때마침 정답게 펄펄 나는 한 쌍의 꾀꼬리는 두 계비의 시샘과 자신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비애감을 더했으니 시의 모티브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 장희구 박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문학박사․필명 장 강(張江) //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翩翩: 1)가볍게 훨훨 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2)나는 모양이 가볍고 날쌔다. 黃鳥: 누런 새. 雌雄: 수컷과 암컷. 相依: 서로 의지하다. 念: 생각하다. 我之獨: 내가 홀로다(‘之’는 주격 조사로 쓰였음). 誰: 누구. 其: 그(지시대명사로 쓰임). 與歸: 같이 돌아가다(‘誰’ 때문에 의문문으로 쓰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