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 저 반달! 이젠 내게 필요 없어요 : 半月 / 명월 황진이
얼레빗 저 반달! 이젠 내게 필요 없어요 : 半月 / 명월 황진이
  • 성광일보
  • 승인 2014.07.3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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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0】

얼레빗 저 반달! 이젠 내게 필요 없어요 : 半月 / 명월 황진이

조선 한시는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다. 누정문화라 했듯이 누각(樓閣)에 앉아 한시를 지어 시제를 논하고 재주를 겨루면서 우리말로 바꾸는 지혜도 발휘했다. 그러나 총명한 아녀자들은 어깨 너머로 한시를 배워 갈고 닦는 동안에 주옥과 같은 작품을 일구어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황진이를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반달을 보면서 얼레빗을 상상했고, 견우와 직녀의 기다림이란 근심 속에 허공에 던져버렸다는 시문을 번안해 본다.

 
半月(반월) - 황진이

직녀의 얼레빗을 옥으로 다듬었더니
오마 던 견우님은 소식도 감감 하니
그 시름 이기지 못해 허공 속에 던진다네.

誰斷崑崙玉 裁成織女梳
수단곤륜옥 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 愁擲碧空虛
견우일거후 수척벽공허

얼레빗 저 반달! 이젠 내게 필요 없어요(半月)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 황진이(黃眞伊:연대미상)는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다. 한시와 시조에 뛰어났다고는 하나 대부분 전하지 못하고, 한시 4수와 시조 6수 등이 [청구영언]에 전하고 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곤륜(崑崙)의 귀한 옥을 누가 캐어 // 직녀(織女)의 얼레빗을 만들었을까 // 오마 던 임 견우(牽牛) 오시지 않고 // 시름에 못 이겨 허공에 던진 거라오]라고 번역된다.

황진이를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3절이라 한다. 또한 그는 부안의 매창 이계량, 성천의 운초 김부용과 더불어 조선 3대 시기(詩妓)로도 알려진다. 재색을 겸비한 조선조 최고의 명기인 그녀는 어디를 가든 선비들과 어깨를 겨누고 대화하며 뛰어난 한시나 시조로 음영했다. 가곡에도 뛰어나 가야금의 선녀(仙女)라고도 했다.

시인은 15세 때 이웃의 한 서생이 황진이를 사모하다 병으로 죽었는데, 영구(靈柩)가 황진이의 집 앞에 당도했을 때 말이 슬피 울며 나가지 않았다. 황진이가 속적삼으로 관을 덮어주자 말이 움직여 나갔다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기생이 되었다는 말이 전한다. 서경덕이 처사(處士)로 학문이 높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시험하다가 그의 높은 인격에 탄복하여 평생 그를 사모했단다. 서경덕을 스승으로 모셨지만 내심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연정을 느꼈던 것으로 짐작진다.

화자는 곤륜산 귀한 옥을 빗대어 견우와 직녀의 사랑 선물로 음영한 시적 감흥을 만난다. 결구(結句)에서 근심에 못 이겨 얼레빗을 허공에 던진다는 가구(佳句)의 비유법은 적절하다.

▲ 장 희 구 박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문학박사․필명 장 강(張江) //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誰: 누구. 斷: 끊다, 여기선 캐다. 崑崙玉: 곤륜산의 옥, 서왕모(西王母)가 살았으며 불사의 물이 흐른다고 믿었음. 裁成: 끊어서 만들다. 織女梳: 직녀가 사용하는 얼레빗. 牽牛: 견우성. 一去後: 한번 떠나고 후로는. 愁: 시름에 겨워서. 擲: 던지다. 碧空虛: 허공, 푸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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