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것 같으면서 모르는 ‘호르몬’ 이야기
알 것 같으면서 모르는 ‘호르몬’ 이야기
  • 성광일보
  • 승인 2015.05.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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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량은 그대로인데 체중이 늘고 피로감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주부 한미경씨 (서울 양천구·52), 그녀에게 의사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갑상선호르몬은 심장과 위장관 운동을 돕고, 체온을 유지하는 등 대사를 조절한다”며 “이 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몸속 노폐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서 심장 등 곳곳에 점액질 같은 물이 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몬이 뭐길래
최근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가 갱년기 남성의 노화 방지를 위한 남성호르몬제 ‘네비도’를 맞아 화제가 되었다. 20대 청년이 장년층이나 맞을 법한 남성호르몬제를 투여 받았다는 것 자체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도대체 호르몬은 무슨 역할을 하길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호르몬이지만, 한씨처럼 호르몬 분비가 비정상적이면 십중팔구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신체 기관의 안정적 유지를 돕는 호르몬
호르몬(hormone)은 ‘자극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혈액을 타고 흐르면서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 기관을 자극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을 말한다. 날씨가 춥거나 더워도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운동한 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가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고, 두통이 생겼다가도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되돌아오는 등의 현상은 호르몬이 각 신체 기관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종류는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도파민, 엔도르핀, 아드레날린, 인슐린 등 80여 가지가 넘는다. 이는 다시 내분비계 호르몬·뇌내 호르몬·면역계 호르몬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내분비계 호르몬은 주로 성장·발육·생식 등 생존과 관련된 일을 담당하고, 뇌내 호르몬은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면역계 호르몬은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호르몬 분비는 나이와 관련이 있다. 당뇨병은 호르몬 분비(인슐린 부족)와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환인데, 유병률이 30대에는 0.9%였다가, 40대 3.1%, 50대 9.6%, 60대 17.2%, 70대 이상이 되면 19.7%로 점차 높아진다(『한국보건사회연 구원 2010년 한국의료패널 기본분석 보고서』). 중년 이후의 여성이 주로 겪는 갱년기증후군도 나이가 들면서 에스트로겐 등의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생기는 증상이다.

어떤 호르몬이 어떻게 중요할까?
‘호르몬’이라고 하면 보통 갑상선호르몬, 성호르몬, 성장호르몬 등 내분비계 호르몬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내 호르몬과 면역계 호르몬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고, 그 중요성도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생존에 관여’ 내분비계 호르몬
내분비계 호르몬은 성장·생식·에너지 생산 등 생존과 관련된 기본적인 일을 수행하는 데 쓰인다. 뇌하수체, 갑상선, 부신피질, 생식기등에서 분비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호르몬은 성장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 부신피질자극호르몬, 생식선자극호르몬, 옥시토신 등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가증진의원 박정범원장은 “성장호르몬은 단백질을 합성하고 지방을 분해한다. 소아·청소년기에는 뼈·연골·근육을 자라게 하고, 성인이 돼서는 근력·콜라겐량·골밀도 등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게 한다. 소아 때 성장호르몬 결핍증에 걸리면 저신장증을 겪고, 성인 때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갑상선자극호르몬·부신피질자극호르몬·생식선자극호르몬은 갑상선·부신피질·생식선 등 각 기관에서 호르몬이 제대로 합성되고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면서 분비되도록 돕는다. 갑상선호르몬·부신피질호르몬·성호르몬 등의 수치가 올라가면 각각의 자극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드는 식이다. 최근 신체와 정신 건강에 모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온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회성을 높이며, 출산 시에는 자궁경부의 수축을 도와 태아가 자궁 밖으로 잘 빠져나올 수 있게 한다.

-‘감정 조절’ 뇌내 호르몬
뇌내 호르몬은 흔히 ‘뇌신경전달물질’로 불린다. 스트레스나 질병 등 몸 안팎의 변화를 겪었을 때, 그 정보를 신경계를 통해 주변 신경세포로 빠르게 전달하는 호르몬이다. 주로 뇌나 신경의 끝부분에서 분비되며 안정감, 분노, 행복 등 감정을 조절하는 것으로 도파민,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페닐에틸아민, 멜라토닌 등이 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맥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면서 쾌감을 느끼게 된다. 금단 증상을 치료하는 데 도파민 제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세로토닌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불안감을 느끼거나 충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호르몬이다. 아침에 잠에서 깬 뒤 활력이 생기고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은 이 호르몬이 분비되는 덕이다.

부정적인 작용도 있다. 화를 자주 내면 심혈관질환에 잘 걸리는 것도 아드레날린과 관련이 있는데, 분노를 느낄 때마다 이 호르몬이 분비돼 심장 박동과 혈압을 과도하게 높이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모르핀의 100배에 해당하는 진통 효과를 내는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통증을 느낄 때 분비돼 통증을 조절한다. 하지만 엔도르핀이 장기간 과도하게 분비되면, 면역 기능이 떨어져 감염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페닐에틸아민은 대뇌를 각성시켜 사고력, 기억력, 집중력이 향상되게 돕는다. 또,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때 분비돼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한다. 뇌 속 생체시계를 조정해 잠이 오게 하는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은 밤에 많이 분비된다. 밤 11시~새벽 2시 사이에 맞춰서 잠을 자면 피로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력 향상’ 면역계 호르몬
면역계 호르몬은 ‘사이토카인’이라는 면역 물질로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이를 호르몬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면역계 호르몬은 여러 세포에서 분비되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관리한다. 인터페론과 인터루킨이 대표적이다. 인터페론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분비되는 물질로,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림프구의 하나인 NK세포를 활성화시킨다. 간염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인터루킨도 면역체계에 관여하는데,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면역글로불린을 합성하고 항체를 분비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암에 걸렸을 때 면역력을 키워 우리 몸이 암세포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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