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웃음과 놀이로 풀어낸 풍자 우화극
‘오늘’을 웃음과 놀이로 풀어낸 풍자 우화극
  • 성광일보
  • 승인 2015.05.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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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여우인간>

포스터

■ 일 시 : 2015년 5월 14일(목)~15(금) 저녁 7시 30분

■ 장 소 :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 티켓가격 : 전석 1만원

■ 할인내용 : 구민 20%, 회원 30%, 초중고학생, 실버, 장애인, 국가유공자 50%

     ■ 주 최 : 나루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 공연예매 : 나루아트센터, 인터파크

     ■ 문 의 : 나루아트센터 02-2049-4700~1

죽느냐 자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무대 위에 펼쳐지는 ‘오늘’의 모습, 풍자 우화극으로 풀어낸 코믹한 세계 - 인간세상 속으로 들어온 여우 이야기와 ‘뫼비우스의 띠’를 맴도는 우리 사회
- 다양한 구성형식의 옴니버스 연극으로 회복해야할 본연의 모습과 시대정신을 자각케 하는 블랙코미디

□ 무대 위에 펼쳐지는 ‘오늘’의 모습

나루아트센터는 2015년 5월 14일(목), 15일(금) 양일간 서울시극단의 연극 <여우인간>을 대공연장에서 선보인다.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인 이강백 작가와 중견연출가 김광보, 김혜련 예술총감독이 함께 만든 연극 <여우인간)>은 ‘시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대’는 바로 지금 ‘오늘’ 이다. 많은 한국연극이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명제 하에 ‘시대’를 이야기해왔지만, 직접적으로 ‘오늘’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요즘은 더 더욱 드물어졌다.

극작가 이강백은 1971년 등단 이후 수십 년간 줄곧 한국의 ‘오늘’을 이야기해왔고, 그렇게 쌓여온 그의 희곡집은 가히 한국현대사라 할 만한 ‘역사’가 되었다. 2014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한 이강백 작가가 서울시극단을 통해 신작 <여우인간>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오늘’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대 한국 사회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의 정치사회적 현상이다.

□ 풍자우화극으로 풀어낸 코믹한 세계

연극 <여우인간>은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희극이다. 마치 폭죽이 연달아 터지듯이, 폭소, 냉소, 실소 등 다양한 웃음이 연속해 터진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는 ‘멘붕’의 시대라고 한다.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웃지 못 할 사태, 사고들이 연이어 계속 일어나는 이 시대는 비극적 시대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희극은 비극에서 탄생한다. 비극적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희극을 즐겨야한다. 웃음은 눈물을 씻어 주고, 즐거움은 괴로움을 이겨낸다.

<여우인간>은 그러한 ‘오늘’을 풍자우화극으로 마치 연주처럼 리드미컬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놀이다. 이강백 작가는 ‘오늘’을 극화할 때 현실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전혀 엉뚱한 비현실적인 우화, 즉 알레고리의 틀 속으로 끌어들여서 재구성한다. 그렇게 재구성된 세계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분석을 통해 새롭게 상징화된 코믹한 세계다. 연출은 알레고리의 형상화에 탁월한 연극연출가 김광보가 맡았다.

□ 인간세상 속으로 들어온 여우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여우가 인간으로 둔갑하는 이야기도 많고, 여우한테 홀린 인간을 다룬 이야기도 많다. <여우인간>은 바로 그 변신 모티브를 차용해서 쓴 희극이다. 여우가 인간이 된다면, 그리고 그 여우인간이 우리와 함께 살면서 역사적 사건을 겪는다면, 어떤 반응을 나타낼 것인지를 상상과 현실을 버무려 만든 것이다.

<여우인간>의 이야기는 여우사냥꾼이 놓은 덫 때문에 꼬리를 자르게 된 4마리의 월악산 여우들이 고속도로를 지나는 트럭을 얻어 타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여우들을 추적하는 여우사냥꾼에 의해 01번, 02번, 03번 및 미정으로 이름 붙여진 이 여우들은 각각 정보요원, 사회변혁운동연합 대표의 비서, 오토바이 소매치기, 비정규직 청소부라는 각각 다른 신분으로 인간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접하게 된다.

□ ‘뫼비우스의 띠’를 맴도는 우리 사회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이들 여우들이 경험한 인간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모두가 여우 탓만 하고, 자신에 대한 반성은 없다. 그리고 시간은 마치 ‘뫼비우스 띠’가 돌아가듯이 과거에서 현재로 왔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뿐 미래는 없다. 어제 있었던 사고가 오늘 다시 일어나고, 오늘의 사고가 내일 다시 일어난다.

<여우인간>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일인다역을 하고도 출연진만 총 25명이나 되는 대작이다. 극중의 여우사냥꾼은 교활한 여우들이 꼬리를 자르고 인간사회로 들어가 인간처럼 살면서, 온갖 못된 짓을 저질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확신한다. 그밖에 다른 인간들 역시 큰 사고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기들 잘못이 아니라 여우한테 홀린 탓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모든 혼란이 다 교활한 여우들의 음모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우들은 보수적 인간과 진보적 인간 양쪽에서 박해와 냉대를 받는다.
꼬리 자른 여우들의 정신적 지도자, 구미호는 이러한 인간들의 여우박해가 계속된다면, 여우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작동될 것임을 경고한다. 그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사회구조이다. 여우가 인간이 되고 인간이 여우가 되는 사회구조 속에서는 누가 여우이며 누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한 ‘뫼비우스의 띠’는 인간사회가 과거와 현재 사이만을 맴돌게 하는 장치로 인간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장치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인간들 속에서 화장실 청소부로 살면서 한 젊은 인간 청년을 사랑하기도 했고, 동료 여우 03번의 죽음을 경험하기도 했던 젊은 암여우 미정은 2014년 어느 날, 잘린 꼬리를 붙이고, 위험을 무릅쓴 채 인간사회를 벗어나 월악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 다양한 구성형식의 옴니버스 연극

<여우인간>은 이러한 이야기를 다양한 구성형식으로 풀어놓는 옴니버스 연극이다. 옴니버스 연극은 기승전결의 플롯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엮어서 하나의 연극으로 만드는 연극이다. 마치 블록이나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 순서가 바뀔 수도 있고 비슷한 장면이 반복될 수도 있다. <여우인간>의 형식에는 우화, 놀이, 그림책 해설, 움직임, 영상, 노래 등 다양한 요소들이 들어 있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장면들을 담기 위해 무대는 여러 공간으로 변화한다. 특정한 장소를 나타내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특정 장소의 의미 없이 극장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은 무대 위에서 객석의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걸고, 관객을 끌어들여 연극을 함께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형식으로 마치 동화처럼, 놀이처럼 전개되며 시종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이 이야기에는 제의적 성격을 지닌 합창도 가미된다. 자칫 리얼리티가 없는 정체불명의 모호한 코미디로 끝날 수 있는 연극의 무게중심을 합창이라는 제의적 성격의 서사음악이 잡아주면서, 우리 속에 잠재된 현실인식을 일깨우고 또 대변해주는 것이다.

□ 회복해야할 본연의 모습과 시대정신을 자각케 하는 블랙코미디

이처럼 다양한 형식을 통해 연극 <여우인간>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여우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폭소와 냉소와 실소를 터트리게 하고, 동시에 우리의 현실인식을 일깨우는 희극이다. 비극은 인간을 정화시키고, 희극은 인간을 각성시킨다. 웃다가 문득 깨닫게 하는 것은 혹독한 질타보다 더 매섭다. 이렇게 한국의 정치사회적 현상을 우화적으로 풍자하는 <여우인간>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과 혼란, 연이은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마치 여우한테 홀린 것처럼 살며 전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표현하면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본연의 모습과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자각케 하는 재미있는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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