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욱 칼럼) 행정용어의 올바른 사용
(이춘욱 칼럼) 행정용어의 올바른 사용
  • 성광일보
  • 승인 2015.08.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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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 논설주간

도시계획사업의 시행으로 설치하는 도로 등 공공시설은
기부채납 대상이 아니다. 무상귀속 되어야 한다.
기부와 채납은 주체가 달라 의사의 합치를 요한다.
사업시행자가 단독으로 할 수도 없다. 행정용어의 오용이 심하다.

            이춘욱/ 논설주간
우리민법에 채권과 부동산 등에 관한 물권(物權)의 소멸 사유로서 혼동(混同)이라는 것이 있다.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할 때에 채권 자체가 소멸되는 것을 말한다. 한사람이 채권자이자 채무자라면 상식적으로 보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청이 재개발사업이나 재건축은 물론이고 개발행위 등 각종 도시계획사업 인·허가를 명목으로 사업시행자에게 도로나 공원 등을 ‘기부채납’하라는 조건을 빠짐없이 붙인다. 이것의 의미가 민법상 혼동과 유사하다. 곧 시행자가 기부하고, 더불어 채납하여 받아들이라는 거다.

기부를 해야 할 채무와 채납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사업시행자에게 모두 준 것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용어사용의 막힘이다. 혼란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근본적 사정은 여기에 있다. 의미상 적당히 그리 이해하면 될 것이라 변명할 테지만 만만하지 않다.

도로나 공원 등 공공(公共)의 이익에 제공되는 시설의 설치는 반드시 강제력을 수반한다. 이른바 토지수용법이 적용되어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한다. 행정청이 아닌 자가 사업시행자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설치된 공공시설은 사업자의 기부와 채납으로 관리청이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사업시행에 있어서 토지수용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주어 준 것이라면 소유권의 취득과 등기실행도 사업시행자 의사에 맡겨 두지 않는 것이 맞다. 법은 절대 허술하지 않다. 모두 잘 못쓰고 있을 뿐이다.
공공시설의 소유권 취득을 무상귀속이라 한다. 민법 규정을 보면 제187조이다.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않는다. 공공시설이 기부채납이 될 수 없는 기타 법률의 규정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그리고 도시개발법 등이다.

행정청이 아닌 자가 개발행위 등의 시행으로 공공시설을 설치하면 준공검사를 할 때에 그 시설의 종류와 토지의 세목을 인가청에 제출해야 한다. 준공검사를 완료한 인·허가권자는 그 공공시설을 관리할 부서에 토지 세목을 통지하면 바로 소유권을 취득한다.

등기는 나중 문제다. 토지세목조서와 관리청에 통보한 것을 바탕으로 바로 등기를 촉탁하면 된다. 사업시행자가 준공검사 이후에 억울한 사정을 바탕으로 절대 다른 마음을 먹을 수가 없다. 그러나 기부채납은 다르다. 재개발사업과 같은 경우는 준공검사 이후에 조합이 등기를 실행한다. 등기를 넘겨주지 않고 버티는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소유권은 없다.

무상귀속과 기부채납에 관한 것을 구분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관련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합원이거나 도시계획을 배우는 독자라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차이를 이해하고 나서 행정청이 붙인 기부채납 조건을 보면 그 잘못은 확연하여 민망할 정도다.

기부채납과 무상귀속의 차이

구 분

무 상 귀 속

기 부 채 납

근거법률

도시계획 관련법률[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개발법 등]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물권법적 규정

민법 제187조 : 법률의 규정에 의한 물권변동

민법 제186조 : 법률행위(계약 등)에 의한 물권의 변동

법률행위 여부

법률이 규정한 요건충족과 시기도래의 결과로 생성

법률행위임 곧 의사의 합치를 요함. 쌍방행위이며 계약행위로 분류

물권변동 효력요건

법률이 정한 결과로 물권변동 즉 소유권을 취득, 등기는 처분요건

등기완료로써 물권변동 효력발생

소유권 취득형태

원시취득이 원칙

(소유권 보존등기 형식을 취함)

승계취득 형식

(소유권 이전등기 실행)

당사자 거부권

사업시행자 및 귀속 받는 자의 거부권 부존재

당사자 모두에게 거부할 권리 있음(의사의 합치가 요구됨)

유사한 사례

상속, 경매, 판결, 공용징수 등

각종 계약에 의한 부동산 거래

도시계획 측면

도로나 공원 그리고 철도역사 등 공공시설이 그 대상

도시계획시설이지만 공공시설이 아닌 구청 등 공용의 청사가 대상

법률이 정한대로 당연히 소유권을 취득해야하는 공공시설을 기부채납하라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부채납과 무상귀속은 법리상 아주 다른 용어이다. 어찌 보면 정 반대를 의미할 정도로 다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문이나 언론보도 역시 다름없다. 심지어 헌법재판소 위헌판결문 등에도 잘못 사용되고 있다. 제대로 쓰고 있는 판례를 어쩌다 발견하면 신기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이라면 모름지기 행정용어를 정확하게 가려 씀에 분쟁을 예방하고 당국에 경종을 울려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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