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욱 칼럼》행정권한을 포기한 행정청!
《이춘욱 칼럼》행정권한을 포기한 행정청!
  • 성광일보
  • 승인 2015.08.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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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청이 자기가 부여한 조건이 굴레가 되어
준공을 할 권한을 잃었다.
준공검사 권한이 인․허가를 내준 행정기관이 아니라
어떤 자연인에게 있다면 이것은 옳은 행정일까?

              이춘욱/논설주간
재개발사업과 재건축사업 같은 개발사업은 본질상 수익사업일 수밖에 없다. 도시계획사업으로써 공익사업의 범주에 속하지만 조합원의 이익이 우선되어 그렇다. 이와 같은 사업을 인가하는 것은 곧 수익사업의 권리를 설정해 주는 ‘형성적 행정처분’에 속한다. 그래서 사업시행인가를 할 때에는 부담이 되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서울시도 좋고 성동구청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어떤 대규모 개발사업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그 조건이 사업시행자의 중대한 과실 없이 이행하기가 불가능하다면 그 조건은 유효한 것일까?

예를 들어보자. 강남의 구룡마을 개발사업에 서울특별시와 서초구의 다툼이 제법 심하다. 서초구이든 서울시이든 이기는 자가 구룡마을에 대해서 도시개발사업 인가를 하면서 부관을 단다. 곧 진입도로 확보를 위해서 구역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홍선달의 사유지를 매입하여 도로를 넓히고 관리청에 기부채납하도록 하였다. 도시개발사업은 도시계획사업이고 토지수용법이 적용되는 공익사업이다. 그러니 조건은 지당하게 유효한 것이 된다.

그런데 이 토지 소유자 홍선달은 땅을 팔 생각이 아예 없다. 세상에는 보편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는 기인이사(奇人異士)는 많다. 이 홍선달은 대한민국이 친일세력이 중심이 되어 건국되었다고 생각해서 나라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한국전쟁을 통일전쟁이라 여기고, 미국은 제국주의자로 민족의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본다. 그에게 조국은 딴 곳이다. 그가 그리 생각하는 데에 이유나 조건 같은 것은 있지 않다. 나라가 그럴 리가 없을 테지만 반미나 종북행위를 하는 것은 빼고 국가에서 하는 일은 죄다 싫다.

얼마를 지나고 난 후 구룡마을은 공사가 완료되어 수천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그런데 이 사업은 준공을 낼 수 없어 그냥 다시 흐른 세월이 6~7년이다. 사업시행자가 진입로를 넓혀야 하는데 홍선달의 땅을 매입하지 못해서 그렇다.

인․허가권자는 준공을 해주고 싶어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서울시장이 되었던 서초구청장이 되든지 관계없이 도시개발사업을 하라고 인․허가는 내 주었지만 행정청은 이를 준공해줄 권한을 스스로 잃어버리고 말았다.

준공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은 바로 진입로 땅을 가진 홍선달의 낭중에 있는 것이 되었다. 이것은 소설이 결코 아니다. 과거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다름없이 계속되는 한심한 행정의 한 실태이다. 예의 앞으로도 계속될 것도 자명하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도 많이 있다. 이것은 양식 있는 공무원에 의해서 없어졌다가도 절대로 다시 살아날 강시와 같은 존재다.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도시계획사업이나 토지매입은 사업시행자를 참혹하게 한다. 홍선달과 같이 대대로 그곳에 살아온 사람이라면 ‘부당이득죄’도 구성하지 못한다. 판례는 시가보다 42배 폭리를 취한 경우도 무죄로 보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알박기’를 하기 위해서 토지를 매입하여 대략 5배를 넘겨서 팔면 처벌받았다.

구룡마을은 강남에 위치하여 사업성이 좋아 여유도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이자율 차이도 크다. 그래서 100배라도 주고 매입하여 사업을 끝내고 싶지만 홍선달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고, 그 상속자 들은 오히려 더하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무조건 싫다는 거다. 어찌할 방도가 없는데, 서울시나 서초구청은 다름없이 조건을 이행하라고만 하고 있다. 뭐 ‘형성적 행정행위’의 부관은 유효한 것이니 어쩌니 할 뿐이다.

과거 재개발 사업이나 재건축의 경우 이러한 사례가 적지 않게 있었다. 특히 구역외곽 도로나 진입로 등에 대한 도로개설과 기부채납에 관련된 것이다. 토지수용이라는 강제수단이 없는 조건부여는 실질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성동구청에서부터 처음 인식하였다. 어떤 경우는 공사비를 ‘세입세출외현금’으로 예치 받아 구청이 도시계획법이 정한 대로 직접 공사를 하였다. 3000여 세대가 입주한 행당동 한진아파트는 구역 외곽도로를 토지수용이 가능하도록 도시계획시설로 입안하고, 조합장을 도시계획사업의 시행자로 지정 하였다. 시가의 100배도 넘는 요구를 하던 신중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였다. 죄다 인용할 수 없지만 다른 구역 사례도 꽤나 많이 있다.

속담에 ‘인걸이 떠나니 황성은 쇄락 한다.’고 하였던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여 진정한 행정가의 자세로 위민(爲民)하던 사람들은 지금 떠나고 없다. 그러나 더 나은 청사에서 더 혹독한 경쟁을 거친 더 현명한 공직자들이 더 발달된 문명아래 더 낮은 자세로 목민(牧民)하고 있거늘 왜 바로잡아 제대로 처분한 것을 다시 허망하게 되풀이되는지 알 수 없다.

행정청은 자기 권능을 자기 스스로 앗아간 줄을 모르고 있으니, 어즈버! 더욱 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정청 스스로가 주위를 살펴 위와 같은 황망한 현실이 있는지 확인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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